실패할 권리를 허하라!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창업실패
현재 상영중인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Edge of Tomorrow / 원작 all you need is kill)’는 타임슬립을 테마로 한 영화다.
영화는 일본 라이트노벨(일본의 서브컬처에서 태어난 소설 종류)을 원작으로 하고있고, 타임슬립을 테마로한 문화 콘텐츠는 일본 문화콘텐츠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컨셉이다. 하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1993년도에 개봉한 빌 머레이 주연의 헐리웃영화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에 더 가깝다. 유머코드도 그렇고.
가까운 미래, 정체모를 외계 생물 미믹(원작에서는 기타이라 불리운다)의 공격으로 멸망으로 치닫는 지구. 주인공 케이지는 몸사리는 공보장교다(원작 주인공은 신출내기 이등병이지만 톰크루즈가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이등병을 맡을 순 없었겠지). 그는 방송 등에 출연해 수 많은 젊은이들이 전쟁터로 가는 것을 독려하지만, 본인은 전쟁터로 가지 않기 위해 상관에게 협박도 불사하는 표리부동한 인물이다. 하지만 곡절 끝에 최전방으로 가게 되고, 첫 전투에서 알파로 명명된 외계 생물의 피를 뒤집어 쓴 채 죽은 뒤 부터 무한 타임슬립(원작에서는 윤회라는 표현을 쓰고있다) 과정을 거치게 된다. 죽기만 하면 특정 시간대로 무한(원작에는 160여 차례)하게 돌아가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전투슈트(엑소슈트)의 안전장치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전투 초보지만, 타임슬립 과정을 거치면서 전쟁터에서 가장 비범한 병사가 된다.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수없이 많은 죽음을 거치면서 미래의 일을 훤히 내다보고 있는 존재가 아닌가. 수송선이 언제 공격 받는지, 어느순간 적이 공격해 오는지, 어디에 적이 매복해 있는지 다 아는 인물이니까.
그렇다. 인간은 실패를 통해 배운다. 많고 적음의 차이일 뿐, 누구에게나 시행착오는 있기 마련이고. 하지만 실패는 만만찮은 물질적, 정신적 후유증을 남긴다. 그것을 극복하느냐 회피하느냐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킬 줄 안다면 그것은 능력이다. 다만 개인이 극복할 수도 없고, 회피하기에도 힘든 제도나 여건이 존재한다면 이건 다른 차원의 문제겠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우리사회에 창업실패는 인생실패로 귀결된다는 인식이 있어왔다. 이는 현재 시점에서도 유효하다. 현대경제연구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부모의 절반 이상은 자식이 창업을 한다고 하면 말리겠다고 한다. 더불어 국내에서의 창업은 실패했을 때 리스크를 개인이 오롯이 떠안게 되는 구조다. 정부차원으로 창업이 독려 돼지만, 창업자가 아이디어를 가지고 모험을 할 수 있는 생태계는 아직 완성되어 있지 않다고 봐야 한다.
민관 모두가 그토록 닮고자 애쓰는 선순환 창업 생태계의 표본인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 및 대학, 연구소, 사업 서비스 기업 간 인력과 정보가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자생적으로 구축되어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손쉽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은 자본과 경험을 아낌없이 지역 사회에 투자하면서 새로운 창업자를 육성한다. 이런 생태계가 조성이 되어 있음에도 실리콘밸리 Tech 기반의 벤처 기업의 70%는 실패를 한다. 하지만 실패가 흠결이 되지 않는 그네들 정서가 실리콘밸리를 벤처 성지로 만든 것이다. 린스타트업 관점에서 보면 ‘도전도 빠르게 하고 실패 여부도 빠르게 결정하라’ 하지 않는가.
국내에서는 창업기업 2곳 중 1곳이 3년 내에 문을 닫는 현실을 문제점으로 지적하지만, 이를 한탄으로만 끝내서야 발전이 있겠는가. 실패를 통해 제대로 배운 창업자들이 재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사업 실패 등으로 지원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경우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창업자 연대보증과 같은 제도가 여전히 있는 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창업하라는 독려는 어불성설이다. 물론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우수 창업자에 한해 연대보증 부담을 면제하는 방안을 마련해 실행 중이기 때문이다. 우수한 기술력과 사회적 신용도를 가진 창업자에 대해 연대보증 부담을 5년간 면제키로 한 것이다. 다만 올해 2월부터 새로 창업한 기업에 적용하는 등 여전히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산재해 있다.
선순환적 창업 생태계에서 실패는 손해가 아니다. 실패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주인공처럼 자산이 되어 새로운 도전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건강한 사회는 재기의 기회가 보장된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