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컴업(COMEUP) 2024’ 언론 브리핑에서 만난 세 명의 외국인 창업자들은 한국 시장의 잠재력과 도전 과제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전했다. 12월 11일부터 12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이번 행사를 앞두고 25일 진행된 언론 브리핑에서는 국내 창업 생태계에서 성장하고 있는 외국인 창업자들의 생생한 경험담이 공유됐다.
혁신적인 데이터 분석으로 한국 시장 공략
온라인 브랜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폴란드 출신 피터 콘드랏 ‘고치(Gocie)’ CEO는 한국이 가진 두 가지 핵심 장점을 강조했다. “첫째는 한국 시장 자체의 매력입니다. 생활비가 저렴하고 교육받은 근면한 인재가 많으며, 무엇보다 신뢰 사회라는 점이 큰 장점이죠. 둘째는 정부의 적극적인 창업 지원입니다. 대학, 투자기관들과의 협력 기회를 제공하고, 창업 생태계 내 다양한 주체들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그의 회사는 온라인상의 다양한 리소스를 수집하여 브랜드와 상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M&A 관련 핵심 정보를 제공하는 그는 “한국에서는 삼성이나 LG와 같은 대기업 브랜드가 있어 해외에서도 신뢰도가 높다”며 한국 시장 진출의 장점을 설명했다.
문화적 차이를 넘어 한국 시장에서 성장하기
러시아 출신으로 B2B SaaS 기업 ’24TTL Korea’의 CEO를 맡고 있는 알렉산드라 최는 다양한 국가에서의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만의 특성을 분석했다. “멕시코는 자국어를 구사하고 그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인도네시아는 새로운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배우려는 자세가 강하며, 두바이는 국제성이 특징입니다. 반면 한국은 신뢰의 문화가 특징이죠.”
그녀는 한국 특유의 “우리” 문화가 사업 확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한국 시장 진출이 매우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 서비스의 가치를 이해해 주신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주시면서 시장이 확장되었죠. 이것이 바로 한국만의 독특한 ‘우리’ 문화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 혁신과 제조업의 조화
이란 출신으로 서울대에서 공부한 아미르 카만디 ‘패스트퐁(Fastpong)’ CEO는 한국의 제조업 기반과 기술 혁신 환경을 높이 평가했다. 2019년 창업 이후 2020년 인천에 제조설비를 구축하고, 40여 개국에 스포츠 훈련용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수출하고 있는 그는 “한국은 AI나 머신러닝과 같은 미래 산업 관련 규제를 빠르게 정비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와 같은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게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 진출의 어려움
하지만 이들은 한국 시장의 과제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카만디 CEO는 “한국의 보수적 문화와 복잡한 행정절차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라며 “도장 하나를 만드는 데도 법원에 가야 하고, 문서작업에서 융통성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콘드랏 CEO는 “외국인으로서 국제 결제 시스템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고, 중년 남성 중심의 회식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부 지원책에 대한 평가와 제안
정부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와 제안도 이어졌다. 최 CEO는 “코리아 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를 통해 한국인 인턴 채용과 멘토링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외국인 창업가로서 한국에서 세금을 내며 사업하는 만큼, 더 진지한 시각으로 지원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카만디 CEO는 “창업 사업화 자금 지원이 매우 중요했다”면서도 “미래 세대의 원활한 한국 사회 편입을 위해 비자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콘드랏 CEO는 “현재 지원책이 사업자 등록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등록 이후의 지속적인 지원과 고용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컴업 2024: 혁신의 경계를 넘어서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컴업은 ‘Innovation Beyond Borders’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40여 개국의 혁신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컨퍼런스, 피칭,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코엑스로 장소를 옮겨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하고, UAE, 일본, 인도 등이 국가관을 운영하는 등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로서의 면모를 강화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오영주 장관은 “컴업을 통해 전 세계 스타트업이 만들어내는 혁신의 모습과 미래를 보여주겠다”며 “컴업이 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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