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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억 투자 유치한 ‘리얼월드’, “피지컬 AI 시장주도권 노린다”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 ⓒRLWRLD

15일, 서울시 강남구 리얼월드 오피스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를 떠난 류중희 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 ‘리얼월드’의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그가 발표한 내용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우리는 로봇에 들어가는 AI 모델, 즉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되겠다.”

이미 210억원의 시드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는 점에서 그의 말에는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그는 올해 하반기, 자체 개발한 RFM 기반 휴머노이드를 세상에 공개하겠다고 공언했다.

텍스트나 이미지를 처리하는 LLM(거대언어모델)을 넘어서는 개념이 바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이는 로봇의 몸체에 탑재되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게 하는 피지컬 AI 모델을 의미한다. 테슬라나 피규어AI 같은 거대 기업들을 제외하면, 이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이 로봇 하드웨어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피지컬 AI 분야는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휴머노이드가 발전하면서, 제조 강국 한국이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해외에 패권을 뺏기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류 대표의 이 한마디는 단순한 사업 전략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가 말하는 ‘피지컬 AI 어벤져스 네트워크’는 카이스트, 서울대, 포스텍, 고려대 등 국내 최고 대학교 연구팀과의 협력 관계를 뜻한다. 여기에 로보티즈, 원익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로봇 제조사들과의 협력까지 더해져, 데이터 수집 속도를 10분의 1로 단축시킬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고 한다.

리얼월드가 유치한 시드투자금 210억원의 출처는 다양하다. 해시드, 미래에셋벤처투자, 글로벌브레인(GB), PKSHA테크놀로지캐피탈 등의 벤처캐피탈(VC)부터 LG전자, SK텔레콤, DRB동일 등 국내 대·중견기업, 그리고 KDDI, ANA홀딩스, 미츠이케미칼, 시마즈제작소 등 일본의 대기업까지. 퓨처플레이 역시 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 투자자들의 전략적 의도다. 예를 들어 ANA홀딩스는 항공기 정비 및 기내식 처리에, 미츠이케미칼은 로봇을 활용한 연성물질 처리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자금 투자가 아닌,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협업 가능성을 내포한다.

“피지컬 AI는 제조업에서 오랜 시간을 데이터와 경험을 쌓아온 한국과 일본에 더 큰 기회가 있습니다.” 류 대표의 이 말은 현재 글로벌 AI 시장의 구도를 정확히 짚고 있다. 언어 등의 인터넷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LLM 시장은 이미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장악했지만, RFM 시장은 이제 막 열리고 있다. 실세계 데이터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제조 강국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RFM 관련 글로벌 학회 논문 수 기준 세계 3위권의 연구력을 보유하고 있다. KAIST AI 대학원 석좌교수인 신진우 Chief Scientist는 “GPU와 로봇 하드웨어 등 인프라 부족으로 RFM 연구가 더뎠던 상황에서, 리얼월드는 연구와 현장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드문 환경을 갖췄다”며, “실세계 데이터를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기반에서 진짜 경쟁력 있는 AI가 나온다”고 말했다.

리얼월드의 또 다른 강점은 핵심 인력 구성에 있다. 컬리 CTO였던 류형규 CPO, 업스테이지 AI 프로덕트 리드였던 배재경 CTO, BCG 매니징 디렉터 및 파트너였던 이강욱 CBO 등 업계 베테랑들이 합류했다. 특히 2012년 국내 최초로 인텔에 인수된 올라웍스를 창업한 경험이 있는 류중희 대표 자신이 13년간 이끌어온 퓨처플레이를 떠나 전념하기로 한 결정은 리얼월드에 대한 그의 확신을 보여준다.

리얼월드는 현재 위로보틱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RFM 개발을 위한 차세대 레퍼런스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동 개발 중이다. 이는 류 대표가 퓨처플레이 재임 시절 투자했던 기업이기도 하다. 여기에 센서 기업인 에스오에스랩, 에이딘로보틱스, 비트센싱, 그리고 AI 기업인 딥핑소스, 플라잎, 서울로보틱스 등과의 협력도 RFM 생태계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해시드 김서준 대표는 “리얼월드는 실사용 중심의 데이터와 기술을 결합해 제조 산업의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며, “글로벌 제조사들과의 협업은 RFM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라고, 이번 투자의 의의를 설명했다.

리얼월드는 2025년 말부터 산업 현장에서의 PoC(개념 증명)를 전개하고, 한국, 일본,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실증 기반 기술 검증을 추진할 예정이다. 류중희 대표는 “리얼월드는 한일 제조업이 오랜 시간 쌓아온 데이터와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실용적인 RFM을 개발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피지컬 AI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LWRLD

한국과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현장 중심으로 취재하며, 최신 창업 트렌드와 기술 혁신의 흐름을 분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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