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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T칼럼] 거래소가 바라는 2025년 기술특례상장 방향

여전히 문제는 시장성

작년 2024년에 진행했던 몇 건의 기평 프로젝트에서 시장성에 대한 검증 기준이 대폭 강화된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사전질의서 및 1차 실사 때 여러가지 다소 공격적이기까지 한 시장성과 매출 전망에 대한 질의에 대해 나름 대응했다고 생각했지만 추가적인 서면질의서를 통해서 좀 더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평가기관들의 입장도 이해할 것 같다.

특례상장을 통해 상장한 여러 기업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거래소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술 중심의 혁신기업에 대한 특혜를 주기 위한 제도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기업은 가능성만으로 상장 시장에 존속할 수 없는 법이니, 2025년도 2024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2025년 연초부터 부실기업의 상장폐지 요건을 확대하고 그 부실기업의 상당수는 특례상장을 통해 상장된 기업이라는 소식까지 들리면서, 특례상장 제도 자체가 축소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2024년 초에 2023년말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회사가 특례상장을 통해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는 점을 칼럼으로 작성한 바 있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2024년에도 어김없이 2023년보다 더 많은 기업이 특례상장을 통해서 상장을 했다는 점이다. 총 41개의 회사가 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올라갔고, 이는 역시 2005년 특례상장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많은 역대급 실적이다.

상장폐지 활성화

이쯤 되면 거래소는 어느 방향으로 특례상장 제도를 운영하려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국내 주식시장의 상장폐지 제도는 시장 전반의 효율성보다 개별 기업이나 투자자의 피해를 더 우려하여, 상장 폐지 요건과 절차가 과도하게 완화되어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로 연간 진입 기업수 대비 퇴출 기업수가 평균적으로 1/4에 불과하고 주요국 증시와 비교할 때 상장회사수 증가율도 높은 편이라는 통계가 있다.

거래소가 최근 5년간 주요국 증시 상장회사수 증가율을 비교한 바 있는데, 한국은 신규진입은 많고 퇴출은 잘 되지 않으니 지속적으로 상장기업의 숫자가 높은 비율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로 인한 저성과 기업의 퇴출 지연은 자본배분의 비효율성,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 저하 문제를 야기하며 주가지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가지수 내 저성과 기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상장폐지 심사기간 즉, 거래정지 중에도 시가총액에 포함되므로 주가지수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거래소는 최근 발표한 정책개선 방향을 통해 시가총액 및 매출액 요건의 기준을 상향조정한다고 밝혔다. 현재 코스닥 기준으로 보면 시가총액 40억에 미달되거나 매출 30억이 미달되는 기업의 경우 퇴출대상이지만, 기존 요건이 과도하게 낮게 설정되어 있어 지난 10년간 두 요건으로 인한 상장폐지는 한 건도 없었다. 이를 개선하여 상장요건 대비 상대적 비율, 주요국 증시와 비교, 시장간 차이 등을 고려하여 실효성 있는 수준까지 상향조정할 방침이다. 

연착륙을 위해 상향 목표치까지 3단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매출액은 시가총액 대비 실제 조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1년씩 지연 실행한다. 매출액 요건을 강화하는 대신 성장 잠재력은 높지만 매출이 낮은 기업을 고려하여 최소 시가총액 요건(코스피 1,000억원, 코스닥 600억원)을 충족하는 경우 매출액 요건을 면제하는 완충장치도 매출액 요건이 강화되는 2027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주식투자를 경험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상장폐지는 두려움의 대상일 것이다. 필자도 철없던 대학 시절에 멋모르고 샀던 주식이 상장폐지되면서 사회의 쓴 맛을 제대로 본 경험이 있다. 상장폐지를 통해 상장 시장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장폐지 후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필요할 것으로 본다. 거래소도 상장폐지 후 비상장 주식거래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현재는 상장폐지 기업의 경우 7거래일 간 정리매매 이후에는 사실상 거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투자협회의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K-OTC를 활용하여 상장폐지 주식의 거래기반을 개선한다. K-OTC에 “(가칭)상장폐지기업부”를 신설하고 동 기업부에서 6개월간 거래를 지원한다. 6개월 거래 후에는 금융투자협회의 평가를 통해 적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기존 K-OTC로 연계이전하여 거래를 이어나갈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번외로 중소형 M&A 시장의 활성화는 가능할까

상장퇴출 요건에 속하는 기업은 상장시장으로부터 퇴출되지 않기 위해 많은 자구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 상장폐지를 막기 위한 기업의 몸부림은 다양한 형태로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이는데, 필자가 생각하는 시장의 예상 가능한 흐름은 퇴출기준을 넘기기 위한 전략적인 중소형 M&A가 활발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시가총액은 기업이 인위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매출은 기업의 영업활동에 따라 즉각적으로 변동될 수 있는 수치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단기간에 매출을 부양하는 것이 쉽진 않다는 점이 문제다.

그 동안 수 백 억원 이하 규모의 중소형 M&A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조금은 달라지는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인수자금 조달이나 인수합병 형태가 이슈가 되긴 하겠지만, 적어도 중소형 M&A를 검토해야 하는 매출 기준 미달 기업의 절박함 하나만으로도 인수합병의 당위성과 활성화는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이 확실하지만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소부장 기업들도 어느 정도 하방의 기업가치는 재평가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결국 M&A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인수자금 조달 능력이 관건이다.

거래소가 바라는 방향은 가치투자 지향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위축될 것인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더 많은 기업을 가능성만으로도 상장될 수 있도록 하는 특혜는 지속적으로 확대를 하되, 회사의 검증은 강화될 것이고, 부실기업은 과감하게 정리하여 시장 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거래소의 시장 건전성 강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거래소는 기업가치 기반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기관투자자에 대한 의무보유 확약 비율을 확대할 방침이다. 중·장기 투자자 역할이 기대되는 기관투자자도 배정받은 공모주를 상장 직후에 매도하여 차익을 실현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단기차익 투자로 인해 수요 예측이 과열되고 적정 공모가 산정이 저해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가점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관투자자 배정물량 중 40% 이상을 확약 기관투자자에게 우선배정하는 것이 제도 개편의 핵심이다. 원활한 제도 안착을 위해 2025년 7월부터 연말까지는 30%로 시행하고, 2026년부터 40% 비율을 적용한다. 확약 물량이 40%에 미달하는 경우 주관사가 공모물량의 1%를 취득(상한금액 30억원)하여 6개월간 보유하도록 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의무보유 확약 최대 가점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기로 했다. 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기관투자자의 단기매도를 지양하고 기업 가치평가를 기반으로 신중하게 수요예측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모두의 진정성이 필요한 때

2024년 주관사의 부실기업 검증 책임이 강화되었는데, 그 만큼 주관사의 역할이 중요하고 기업 입장에서도 어떤 주관사와 파트너십을 맺는지 중요하다. 2023년에 코너스톤투자자와 사전수요예측제도 입법을 추진하다가 폐기된 바 있는데, 거래소는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할 방침이다. 코너스톤투자자 제도는 일정기간 보호예수를 조건으로 증권신고서 제출전 기관투자자에 대한 사전 배정을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며, 중·장기 투자자 확대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간 우리 주식시장은 상장기업수, 시가총액 등 양적인 규모는 계속 확대되었으나, 개별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성장성 등 질적인 측면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해외 주요국 증시는 시가총액 상승률 대비 주가지수 상승률이 더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반대로 시가총액 상승률이 더 높다. 증시의 질적수준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도적으로는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을 확대하고, 주관사가 적정 공모가 산정과 중·장기 투자자 확보를 위해 노력하도록 정비하더라도 빈틈은 생기기 마련이다. 맹목적이고 단기적인 차익실현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시장을 기업가치 기반 투자 중심으로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모든 유관 기관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문 : 거래소가 바라는 2025년 기술특례상장은 – IPO 제도개선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을 중심으로

글 : 유철현 BLT 변리사 / 유 변리사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형’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IT와 BM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기술 기반 기업의 지식재산 및 사업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심의위원과 한국엔젤투자협회  팁스(TIPs)프로그램 사업 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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