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견학은 그만… 글로벌 진출 이제는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준비, 무엇이 우선일까
올해 초 국내 스타트업 중 와이콤비네이터(이하 YC) 배치 프로그램’ 입성에 성공한 미미박스 하형석 대표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하 대표는 오래전부터 한국 화장품의 글로벌 시장 가능성을 염두하고 해외 진출을 준비한 인물로,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지만 그를 포함한 팀 모두 미국 시장을 막연히 이해한 수준에 불과했었다. 하대표는 ‘미국 시장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왕 시작하는만큼 미국 스타트업계 ‘대부’인 폴 그레이엄의 YC 배치 프로그램에 지원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미미박스는 YC 입과에 성공하게 된다.
하 대표가 말한 ‘YC 합격에 가장 영향을 끼친 부분’은 3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가 글로벌 플레이어(Global Player)로 성장시켜 줄 긴밀한 조력자, 두 번째가 새로운 시장을 이해하는 새로운 사고 방식과 관점, 그리고 세 번째는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YC 스타일을 체득하는거였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창업가의 역량으로 쌓은 비즈니스 인적 자산(1번)이 중요하며, 시장을 직접 부딪힐 때 현지 전문가의 조력이 절실하고(2번), 무한한 자기 노력이 필요(3번)하다는 의미다. 또한 조력하던 엑셀러레이터가 국내 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에도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역량 강화와 미국 시장 초읽기에 도움을 주었고, 한 달 내내 폴 그레이엄의 유튜브 영상과 YC 참가 스타트업의 피치덱 공부를 반복하면서 YC의 스타일을 체득하였다고 한다. 합격 이후 하대표는 YC에서 전문가들의 컨설팅으로 그로스해킹과 미국 유통 시장 이해, 현지 소비자 타깃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등 비즈니스 역량을 훈련받는다. 또한 YC 동문들과의 개별 멘토링 기회를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등 미국에서의 비즈니스를 키워가는 중이다. 이를통해 미미박스의 팀 역량은 물론 기업가치가 배로 향상되었다.
물론 미미박스 팀이 성공을 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 여전히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토종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진출을 위해 직접 문을 두드렸고 현지 전문가들의 조력으로 성장하는 모습은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다른 스타트업들에게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미미박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준비 방식은 투자자의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이나 미디어 노출을 통한 현지 파트너 물색, 현지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입과 등 방식이 있다. 하지만 아직 유의미한 해외 비즈니스 성과를 낸 스타트업이 적기 때문에 ‘어떠한 전략이 성공적이다’라고 딱히 꼬집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린(Lean)한 특성에 맞게 단계적으로 해외 시장을 진입하고 현지화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전략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소견이다.
그간 우리 스타트업의 기술/마케팅 역량과 서비스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어왔지만, 지리와 문화 및 비즈니스 환경의 차이 때문에 후속 진행이 더딘경우를 종종 보게된다. 더욱이 현지 투자자를 비롯한 사업가들은 해외 스타트업의 프로덕트가 좋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비즈니스를 추진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에 ‘높은 관심’ 이상의 성과는 드물었다.
제대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그 시장에 가서 전문가와 파트너를 찾아 깃발을 꽂아야 한다. 그 깃발을 꽂으려면 스타트업 자체적으로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정복할 기본기와 스킬을 갖춰야 하고, 외부적으로는 시장 전문가 네트워크를 갖추고 실질적인 현지 비즈니스 협력자를 찾아 단계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이번 프리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그 단초가 되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