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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 일어난 일

컴업 2025, 3일간의 기록

46개국이 모였다. 3,447건의 비즈니스 매칭이 성사됐다. 275개 기업이 전시했고, 사우디 국영 AI 기업 CEO가 2월 한국 사무소 오픈을 약속했다. 12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컴업 2025의 기록이다.

올해로 7회를 맞은 컴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창업진흥원이 총괄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처음으로 공동 주관했다. 민간 창업 생태계의 3개 핵심 기관이 연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트업 네트워크와 투자, 스케일업 역량을 결합한 결과였다.

사전등록 14,817명, 첫날 현장등록 6,444명. 275개 기업이 전시했다. 사우디, 인도, 일본, 캐나다 등 7개국이 국가관을 운영했다. 호주와 시에라리온은 컴업에 처음 참여했다. 투자·비즈니스 매칭은 총 3,447건이 성사됐다. 온라인 플랫폼 매칭, 1:1 미팅, 투자자 부스 상담을 통해 이뤄진 수치다. 이 중 가장 주목받은 건 사우디였다.

사우디가 가져온 것

타렉 아민 휴메인 CEO의 기조연설은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였다.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와 함께 첫날 키노트를 맡았다. 아민이 무대에서 밝힌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2월 한국 사무소 오픈, AI 추론 비용 47% 절감, 2030년까지 전 세계 추론 트래픽 20% 처리. 추상적인 비전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로드맵이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이 개막 전 아민 CEO를 따로 만난 건 우연이 아니었다. 리벨리온과 라이너. 한국 AI 스타트업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휴메인은 한국 지사 설립과 함께 민관 협력 TF 구성 계획을 밝혔다. “한국과 사우디는 완벽한 조합”이라는 아민의 발언은 외교 수사가 아니었다. 한국의 HBM과 반도체 제조, 사우디의 전력과 자본. 보완재 관계가 명확했다.

휴메인뿐만이 아니었다. 현대건설, 엔비디아, NHN클라우드 등 35개 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전시 부스 운영, 협업 사례 발표, 1:1 밋업.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스타트업과 실질적 협업 가능성을 타진한 3일이었다.

라이너가 4일 만에 휴메인 플랫폼에 통합된 건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협력은 선언이 아니라 진행형이었다.

외국어 없이도 200개국

번개장터 최재화 대표가 글로벌 진출 전략을 발표했다. “외국어가 능숙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올해가 되어서야 영어 능숙한 팀원을 충원했어요.” 하지만 번개장터는 현재 27개 채널을 통해 200개국에서 서비스한다.

2022년, 팀은 42일 만에 첫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디자이너도 없었다. 일본어 문의가 오면 번역기를 돌렸다. 어떤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표를 만들어뒀다. 작년 대비 올해 MAU는 700% 성장했다. 지난주 그로스 해킹 캠페인으로 MAU가 전월 대비 8365% 증가했다.

최 대표는 강조했다. “400번 실패를 통해 한 번의 성공을 경험했다고 팀원이 말했습니다. 작은 실험이 누적된 촘촘한 도전이 중요합니다.”

고객의 95%가 중국인이라면

스밈 공정현 대표가 말했다. “게임의 최종 보스 같은 느낌입니다. 커 보이고 질 것 같고 어려워 보이지만, 보스는 깨라고 있는 거잖아요.” K-pop 팬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밈의 고객 95%는 중국인이다. 이너부스 오은진 대표는 중국 계약이 일본의 5~10배 규모라고 했다.

4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상하이 비즈니스 트립에서 이랜드 차이나 EIV를 만났다. 이랜드가 30년 중국 사업 노하우로 한국 기업 진출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5개월 뒤 스밈은 상하이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이너부스는 현지 파트너 검증을 진행 중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시장이 있습니다. 중국과 비중국.” 김남국 EIV 실장이 말했다.

행동이 언어가 되는 시대

류중희 RLWRLD 대표와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가 Physical AI를 논했다. “로봇이 언어를 이해하는 시대에서 행동을 이해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류 대표가 설명했다. ChatGPT가 텍스트를 학습했다면, Physical AI는 행동을 학습한다. 로봇이 물건을 집고, 걷고, 조립하는 동작을 데이터로 만든다.

김 대표는 한국 로봇 산업의 기회를 강조했다. “데이터를 만들 수 있는 자가 이기는 게임입니다. 한국은 제조 역량이 있습니다.” 반도체 설계는 뒤처졌지만, HBM 같은 제조는 세계 1위다. 로봇도 같은 길을 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행동 데이터를 모으는 로봇. 그 로봇을 만드는 제조. 한국의 기회가 거기 있다.

1조 원이라는 숫자가 반복됐다

갤럭시코퍼레이션 최용호 대표는 100억 원 빚에서 시작해 1조 원 밸류에이션을 받았다. 크몽 박현호 대표는 11번 실패 끝에 1조 원 매출에 근접했다.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도달점은 같았다.

최용호는 2019년 자본금 100만 원으로 시작해 31번의 보통주 투자를 받았다. 프리 IPO에서 1,000억 원을 유치했다. 지드래곤을 영입하고 로봇 아이돌을 만들었다. 엔터테인먼트와 AI 기술을 결합한 결과였다.

박현호는 플래텀에 12년 전 기고했던 사람이다. 2015년 내일 월급을 못 줄 뻔한 순간이 있었다. 11번 실패했다. 12년이 지났다. 이제 1조 원 매출에 근접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명확했다. 시장이 원하는 걸 만들되,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만들었다는 것.

세대를 연결하다

‘우리 엄빠는 창업가’ 세션에 압구정중 3학년 구연후와 문영여중 1학년 유지아가 섰다. 작년엔 창업가 부부가 나왔다. 올해는 자녀가 나왔다.

구연후 부모는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일하는 모습을 보며 구연후가 느낀 것이다. 유지아 아버지는 “죽을 때까지 일할 거다”라고 말한다. 일하는 게 행복하다고. 같은 환경, 다른 부모의 말. 창업가 자녀로 산다는 건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이다.

마지막 날, 올해 신설된 퓨처 파운더 시상식이 열렸다. 차세대 창업 인재 발굴 프로그램이다. 학생 창업팀들이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멘토의 피드백을 받았다. 서울대 학생 벤처 네트워크 SNUSV 딱맞아목재팀이 우승했다. 가구 제작 과정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목재를 재활용하는 서비스다. 박건서 공동창업자가 상을 받았다. 중학생이 무대에 서고 대학생이 상을 받는 3일이었다. 컴업이 만든 세대 연결 장치였다.

3일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미국·유럽·중국·일본 진출을 향한 ‘컴업스타즈 2025’ 파이널 피치. 정부 10개 부처 합동 ‘도전! K-스타트업 2025 왕중왕전’. 외국인 창업팀을 위한 ‘K-Startup Grand Challenge 데모데이’. ‘TIPS 스케일업 브릿지’와 선배 벤처 라운드테이블도 열렸다. 일반 참관객을 위한 ‘컴업 도슨트 투어’와 ‘B2C 플리마켓’도 운영됐다.

2월까지 남은 시간

휴메인 한국 사무소가 2월에 열린다. 박건서의 팀은 제품을 계속 만들 것이다. 크몽은 1조를 넘을 것이다.

3일간의 행사가 끝났다. 46개국에서 온 사람들이 돌아갔다. 전시 부스가 철거되고 의자가 정리됐다. 하지만 이건 종료가 아니라 시작점에 가깝다. 3,447건의 매칭이 실제 협력으로 이어질 시간이 시작됐다.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스타트업은 국경과 산업의 경계를 넘어 미래의 기준을 새롭게 써 내려가는 주체”라고 말했다. 컴업 2025는 그 증거를 3일간 보여줬다. 2월은 3개월도 안 남았다.

한국과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현장 중심으로 취재하며, 최신 창업 트렌드와 기술 혁신의 흐름을 분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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