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투자 시장의 ‘출구 막힘’이 올해 혁신벤처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연간 10조 원이 투입되지만 회수는 2조 원대에 그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국여성벤처협회, 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5개 단체는 22일 서울 엘타워에서 ‘2026 혁신벤처업계 신년인사회’를 공동 개최하고 이 같은 과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중소벤처기업부 한성숙 장관과 벤처기업인 200여 명이 참석했다.
한성숙 장관은 “혁신벤처 단체들이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산업과 분야의 경계를 넘어 협력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주시기를 기대한다”며 “2026년에는 정책이 현장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코스닥 80%가 개인… “기관 중심으로 바꿔야”
회수 문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짚은 건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이다. 그는 “벤처투자 시장에 연간 10조 원 안팎이 투입되지만, 코스닥 공모를 통한 회수는 2조 원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투자금은 들어오는데 나갈 길이 막혀 있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원인으로 코스닥의 투자자 구조를 꼽았다. 현재 코스닥 거래의 80%가 개인 투자자다. 단기 매매 중심이라 기술 기업이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 그는 “나스닥처럼 기관 중심의 장기 투자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기관투자자 중심의 ‘코스닥 활성화 펀드’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도 같은 맥락에서 세컨더리 펀드 확대와 M&A 지원 강화를 제안했다. 그는 “창업 후 3년, 데스밸리를 지나 성장하는 기업들이 자금 갈증 없이 비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재원은 늘린다… 법정기금 5% 의무화 ‘현장 안착’
출구를 뚫는 것만큼 입구를 넓히는 일도 중요하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올해 기업금융 지원 규모를 작년의 3배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벤처기업협회는 지난해 은행권 협력과 투자조합 운용을 통해 23개사에 120억 원을 지원했다.
개별 기업 지원을 넘어 구조적 변화도 추진한다. 법정기금의 벤처투자 5% 의무화, 퇴직연금·연기금의 벤처시장 유입 확대가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송 회장은 제도는 갖춰졌다며 “이제 중요한 건 현장에서의 안착”이라고 강조했다.
김학균 회장도 “정부가 출범한 국민성장펀드가 민간 자본 유입의 마중물이 되도록 협회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며 “퇴직연금, 공제회뿐 아니라 해외 자본까지 벤처시장으로 유입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테크 넘어 스몰브랜드까지… 투자 대상 다변화
투자 영역의 다양화도 화두였다. 전화성 회장은 “지금까지 벤처투자가 테크 스타트업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벤처 스튜디오, 스몰브랜드, 소상공인 투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올해 액셀러레이터 산업백서를 발간해 업계의 일자리 창출, 경제적 기여를 수치로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성미숙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여성 스타트업의 투자 접근성 문제를 짚었다. 그는 “많은 여성 벤처기업이 우수한 잠재력을 갖추고도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데스밸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VC·AC와 연계한 ‘투자 브릿지’ 구축을 올해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세계여성벤처포럼을 바이어 매칭 중심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코스포 10주년 “AI 전환, 말 아닌 결과로”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AI 전환을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한상우 의장은 “AI와 신산업은 스타트업에게 생존과 성장의 문제”라며 “회원사들이 AI 전환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실험 중심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 의장은 창업 문화 확산도 강조했다.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이라는 말이 있다”며 “창업이 소수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의 자연스러운 성장 경로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바이오·친환경 소재 기업 이너시아의 김효이 대표가 글로벌 진출 전략을 주제로 강연했다. 포브스 ’30세 미만 리더 30인’에 선정된 김 대표는 시장 수요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글로벌 기술 표준 선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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