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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T칼럼] 휴머노이드 특허전략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꿨다. 모든 사람들이 제각각 컴퓨터를 들고 다니면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검색하거나 업무를 지시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이동하면서 자기 생각을 실시간으로 방송할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이렇게 혁신적인 ‘하드웨어’의 등장에 의하여 세계는 급변한다.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산업화의 시대가 열렸고, 전기와 자동차의 등장으로 인류의 활동범위가 확장되어 근대화의 기틀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스마트폰이 열어젖힌 정보화의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이 물리적 실체와 결합하는 새로운 변곡점에 서 있다. 그리고 그 변곡점은 바로 ‘휴머노이드(Humanoid)’다.

“로봇이 왜 굳이 인간의 형태여야 하는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특정 공정에 최적화된 로봇 팔, 험지 돌파용 4족 보행 로봇, 협소 공간용 뱀형 로봇 등 다양한 로봇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휴머노이드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물리적 환경이 이미 인간의 신체 규격에 맞춰 설계된 ‘기성 인프라(Legacy Infrastructure)’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최근 “세상에 가장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로봇은 휴머노이드”라고 단언했다. 우리가 세상을 우리 자신에게 맞춰 건설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출입문의 높이, 계단의 폭, 도구의 손잡이, 식당의 의자, 공장의 선반에 이르기까지 모든 환경과 형태들은 인간을 전제로 표준화되어 있다. 휴머노이드는 이 견고한 인프라를 수정하지 않고도 즉시 투입 가능한 유일한 범용 인터페이스다. 실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이 10층에서 5층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기존 인터페이스(인프라)인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하 는데, 강아지 형태의 로봇은 ‘버튼을 누르기’ 어렵다. 물론 엘리베이터 회사에 요청해서 해당 프로토콜과 연동하여 무선으로 엘리베이터를 호출 할 수도 있겠지만, 복잡한 프로세스가 동반되어야 한다. 가장 쉽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수 있는 로봇’은 인간의 손을 닮은 부분을 가진 로봇일 수 밖에 없다. 

일론 머스크는 2040년대까지 약 10억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전에 배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4년 6월 테슬라 주주총회에서 그는 내년 중 최소 1,000대의 옵티머스 로봇을 테슬라 공장에 투입할 것이며, 이후 생산 규모를 비약적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수가 인류를 능가하여 200억 대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대담한 확신을 보였다. 시점은 다를 수 있으나, 방향은 명확하다. 노동 인구의 감소와 인건비 상승이라는 글로벌 난제 속에서 휴머노이드는 단순한 기계가 아닌, ‘노동의 하드웨어화’를 완성하는 핵심 하드웨어가 될 것이다. 칼 마르크스가 강조했던 ‘인간의 노동력’이 중심인 사회가 아니라, 휴머노이드에 의한 노동이 중심인 사회가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결국 에너지 자립도가 중요해지는 시기가 된다. 

스마트폰이 앱스토어라는 생태계를 통해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극대화했듯, 휴머노이드는 물리적 세계에서 인간의 모든 노동을 대신하는 거대한 플랫폼이 될 것이다. 이러한 플랫폼화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자동화를 넘어, 인간의 신체적 능력이 필수적이었던 영역에 ‘범용 하드웨어’를 투입함으로써 실현된다. 이미 조선업 현장에는 숙련공의 기술을 데이터화하여 휴머노이드에 탑재함으로써, 위험한 용접이나 고소 작업을 로봇이 수행하고 인간은 이를 관제하는 형태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 현장에서 수천 개의 부품이 투입되는 복잡한 배선 작업(Wiring Harness)이나 내장재 조립처럼 인간의 미세한 손가락 감각이 필요했던 공정조차도, 테슬라의 옵티머스 사례에서 보듯 고도화된 액추에이터를 가진 휴머노이드가 대신 투입되고 있다. 

물류 및 배송업 분야에서 휴머노이드는 이른바 ‘라스트 마일(Last Mile)’의 종결자가 될 것이다. 현재의 자율주행 배송 로봇은 계단을 오르지 못하거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등 인간을 위해 설계된 도심 인프라 앞에서 멈춰 서기 일쑤다. 그러나 휴머노이드는 현관문 앞의 턱을 넘고, 벨을 누르며, 수령인의 손에 직접 택배를 전달하는 과정을 인간과 동일하게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수선 및 유지보수업에도 휴머노이드의 진출은 어렵지 않다. 싱크대 하단의 배관을 수리하거나 복잡한 전기 회로를 점검하는 일은 인간의 시각과 손발의 조화가 필수적이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이 사용하는 스패너, 드라이버, 측정 장비를 그대로 집어 들어 작업에 임할 수 있다.

결국 휴머노이드는 로봇 기술의 한 갈래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핵심 하드웨어이자 인류의 물리적 영역을 재정의할 최후의 폼팩터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누가 핵심 하드웨어의 메커니즘을 특허로 선점하느냐에 따라 미래 산업의 주도권이 결정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생성형 AI라는 ‘지능’과 로보틱스라는 ‘신체’를 연결하는 단계에 와 있다. 수많은 실험과 실패가 이어지면서 그 연결은 보다 정교해지고, 가격경쟁력은 높아지고 있다. 지능이 물리적 실체를 얻고, 하드웨어가 스스로 판단하며 움직이는 시대는 더 이상 SF의 영역이 아니다. 변리사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서로 다른 기술 스택이 결합하며 발생하는 거대한 특허의 공백지이자 기회의 땅이다.

인체의 각 기관에 대응하는 휴머노이드의 하드웨어 구성 요소들은 그 자체로 방대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아직 휴머노이드 시장에서는 특허소송이 크게 일어나지는 않았으나, 그림4에서 언급한 모든 영역이 앞으로 치열한 특허분쟁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간단하게는 1)구동계, 2)에너지원, 3)골격, 4)신경망, 5)센서의 다섯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러한 영역들에서 등장할 수 있는 특허들이 무엇일지 한 번 예상해보자. 

먼저 인체의 관절에 해당하는 구동계(Actuators)는 엔코더, 감속기, 모터, 베어링, 스크류 등을 포함하여 로봇의 물리적 움직임을 담당하는데, 향후 소형화된 고토크 제어 기술이나 백래시를 최소화한 정밀 감속 기구 분야에서 핵심적인 특허 전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특히나 일본, 독일 기업들이 원천기술을 갖고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로봇 부품을 수출하는 한국기업이라면, IP분석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이와 함께 휴머노이드의 신진대사를 담당하는 에너지원으로서의 배터리 시스템은 고밀도 셀과 관리 시스템(BMS)을 중심으로 로봇의 가동 시간을 결정짓게 된다. 따라서, 복잡한 거동에 따른 전력 소모를 최적화하는 관리 알고리즘과 냉각 구조에 관한 특허 및 실용신안 출원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러한 영역은 우리나라의 배터리 3사가 많은 경험과 강력한 특허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향후 1~3년 내에 미국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특허소송이 급증하게 될 것이다. 또한 로봇의 뼈대 역할을 수행하는 알루미늄 캐스팅 기반의 골격 구조(Skeleton)는 내구성과 경량화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므로, 최소한의 무게로 최대 하중을 견디는 위상 최적화 설계와 제조 공정을 단순화하는 일체형 주조 공법이 기술적 권리 확보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로봇연구를 앞서서 했고, 금형기술이 뛰어난 일본이 다수의 IP를 갖고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의 신경계와 감각 기관에 대응하는 휴머노이드의 신경망(네트워크) 및 인지 시스템 역시 휴머노이드의 지능적 거동을 위한 필수적인 특허 영역이다. 로봇 내부의 배선과 압력 및 토크 센서로 구성된 신경망은 정보 전달과 피드백을 담당하며, 특히 사물을 쥐거나 지면을 딛을 때의 미세한 압력을 감지하는 다축 촉각 센서 및 반복적인 운동에도 견디는 신축성 배선(Flexible Wiring) 기술이 유망한 권리 범위로 주목받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가장 인간 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보행’이라던 지, ‘손가락 움직임’ 같은 것이 탁월해야 하기 때문에, 이부분은 IP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하는 비전 센서는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등 다양한 장치들을 들 수 있다. 비전센서들을 집약하여 원천 데이터를 수집하며, 개별 장치의 성능을 넘어 다종 데이터를 통합해 실시간 3D 지도를 생성하는 센서 퓨전 알고리즘이 기술적 진입장벽을 형성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휴머노이드 특허 전략의 핵심은 이러한 개별 기술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인간에 근접한 거동을 구현하는 데 있으며, 단일 부품의 특허 확보를 넘어 이들을 통합 제어하는 시스템 전체를 아우르는 입체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관건이 될 것이다. 80억의 인구는 줄어들 것이고, 일론 머스크의 말처럼 휴머노이드는 200억대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스마트폰 다음의 하드웨어 플랫폼이 될 휴머노이드 로봇기술분야에 종사하고 있다면, 반드시 특허를 선점하도록 하자. 

원문 : 휴머노이드 특허전략

필자소개 : BLT 엄정한 파트너 변리사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액설러레이터형’ 특허사무소 ‘특허법인 BLT’의 창업자다. 기업진단, 비즈니스모델, 투자유치, 사업전략, 아이디어 전략 등의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 혹은 필진이 플래텀에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고문의 editor@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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