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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성공, 왜 투자시장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나

오징어 게임은 90개국 넷플릭스 인기순위 1위를 기록하고 에미상 6관왕을 수상했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4관왕, BTS는 빌보드 Hot 100 차트 10주 1위를 달성했다. K-콘텐츠가 글로벌 주류 시장에 안착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정작 국내 콘텐츠 투자 시장은 고도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26일 이슈페이퍼 ‘K-콘텐츠 투자 구조의 한계와 IP 기반 투자의 가능성’을 발간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양지훈 부연구위원이 집필한 이 리포트는 콘텐츠 산업의 성과가 투자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적 원인을 진단하고, IP 기반의 새로운 투자 방식을 제안한다.

프로젝트 중심 투자, 성과 축적 어렵다

리포트는 현재 콘텐츠 투자가 기업이 아닌 프로젝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핵심 문제로 지적한다. 모태펀드 문화계정 투자 건수 중 프로젝트 투자 비중은 81.7%에 달한다. 투자자는 개별 작품의 흥행에 따라 수익을 분배받지만, 제작사의 성장이나 IP 축적에 따른 중장기 가치 상승에는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다. 동일한 제작사가 연속 흥행해도 투자 성과는 각 프로젝트에서 단절적으로 소멸된다.

콘텐츠 기업의 영세성도 투자 활성화를 가로막는다. 2023년 기준 콘텐츠 기업의 88.6%가 연매출 10억 원 미만이다. 기업 단위의 재무 안정성이나 성장 스토리를 제시하기 어렵다 보니, 투자는 대기업 계열이나 플랫폼 중심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콘텐츠 수출 1억 달러, 소비재 수출 1.8억 달러 유발

리포트는 콘텐츠 산업의 경제적 가치가 직접 수익보다 연관 산업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고 분석한다. 콘텐츠 수출 1억 달러 증가는 화장품, 식품, 패션, 관광 등 소비재 수출을 약 1억 8천만 달러 확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2023년 기준 한류를 통해 유발된 소비재 및 관광 수출액은 약 65억 달러로 추정된다.

문제는 기존 투자 구조가 이러한 가치 확산 경로를 포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제작 단계의 직접 수익만을 기준으로 투자 성과를 평가하다 보니, 연관 산업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투자 수익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재주는 콘텐츠가 부리고, 수익은 연관 산업이 가져간다’는 인식이 형성된 배경이다.

지난해 제정된 한류산업진흥기본법은 이러한 인식 전환의 신호탄이다. 이 법은 한류의 범위를 방송, 영화, 음악 등 전통적 콘텐츠 장르에 한정하지 않고 화장품, 농식품, 관광 등 연관 산업까지 포괄한다. 콘텐츠를 기점으로 산업 전반이 연계되는 가치 사슬로 바라보겠다는 정책적 선언이다.

IP 확산 구조 전제한 투자로 전환 필요

리포트는 콘텐츠를 수익 그 자체가 아니라 소비를 이동시키는 ‘트리거(trigger)’로 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투자의 초점을 흥행 자체가 아니라 흥행 이후 실현되는 소비 전환 구간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투자 유형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는 흥행이 검증된 IP를 활용하는 연관산업 기업에 대한 투자다. 예컨대 글로벌 흥행 애니메이션 IP를 독점 활용하려는 키즈 기업이나, 드라마 세계관을 활용한 F&B 브랜드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투자자는 콘텐츠 제작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고, IP 기반 매출 확대 가능성에 집중할 수 있다.

둘째는 연관산업 기업이 콘텐츠 제작에 전략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화장품·패션·식품 기업이 드라마나 예능 제작비 일부를 투자하고, 콘텐츠 방영 후 출연 배우 이미지 활용이나 IP 기반 글로벌 프로모션에 대한 우선 협상권을 확보하는 구조다. 기존 PPL과 달리 창작 과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서 활용 가치에 선제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연관산업 기업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을 투자로 전환하는 셈이다.

리포트는 “K-콘텐츠가 글로벌 주류 시장에 안착한 지금, 콘텐츠 투자는 제작비 위험 분담 논의를 넘어 IP 중심의 가치 실현 구조를 설계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콘텐츠 투자 2.0 시대의 전환점에 서 있다”고 밝혔다.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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