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코칭로그]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PT와 비주얼씽킹
강의만큼이나 코칭이 늘어나면서 나 역시 간접경험이 쌓여가고 있다. 각 케이스마다 미세하게 다른 목적과 시사점이 있는데 이를 제대로 정리해 두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 요즘이다. 코칭은 보통 1회성 만남으로 시작되지만 기간을 두고 다시 찾아오는 의뢰인들이 늘어나 이에 대한 히스토리 관리가 필요했다. 두번째 만남에서 다시 처음부터 얘기를 들을 수는 없지 않은가 ? 게다가 각 케이스가 내가 아닌 일반 대중이 느끼는 기획에 대한 니즈(needs)와 pain-point를 정확하게 캐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이걸 정리해두고 소개하면 이 또한 훌륭한 자료가 되리라 생각했다.
1. 인생PT
어떤 프레젠테이션은 자신의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너무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정말 그렇다. 그저 상사가 시키는 무리한 일정의 과제를 하기 싫어도 제시간에 마무리해야 하는 일상적인 샐러리맨들의 작업과는 스탠스가 다른일이다. 어제 만난 분이 나에게 한 이야기만 해도 그랬다.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제주공항에서 받은 전화속의 목소리는 설날을 반납하고 작업해야 하는 다급함이 담겨있어서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날인 일요일 오후 미팅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지난주에 있었던 프레젠테이션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건 단순히 흔해빠진 신년 사업계획 발표가 아니라 그에게 있어선 인생PT란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어차피 내가 이해하기엔 전문적인 내용이어서 세세한 조언은 불가능했고 그건 그 역시 알고 있었다. 난 계속 그에게 보고를 받은 직속상사와(1차보고) 그 위의 대표(2차 보고) 평소 성향에 대해 물었고 그의 업무성향과 평판 등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이건 보고서 내용과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것이었지만 내 생각엔 그것이 프레젠테이션 실패엔 결정적 이유로 작용한 것 같았다.
난 조심스럽게 내 의견을 얘기했다. 업무내용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차상위자(2차보고를 받은 사람)가 새로운 계획에 대한 당신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하지 못해 결정을 유보한 것 같다고 말이다. 그는 내 의견에 기본적으로 동의했다.
중요한 것은 내용의 행간에 자신의 ‘의지’라는 감성을 담는 것이다. 의지만 담아가면 최악의 프레젠테이션이 된다. 노력의 흔적이 엿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그제서야 보고서의 전개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결국 컨텐츠가 아니라 평소 그의 수동적인 스타일에서 촉발된 일이라면 보고서에선 컨텐츠가 아니라 그의 ‘의지’가 읽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걸 오해하면 컨텐츠는 부실하게 가져가더라도 ‘정말 잘하겠다’, ‘오늘부터 난 달라질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써넣을 수도 있는데 난 그것이 대표가 가장 보기 싫어하는 최악의 프레젠테이션이 될거라 경고했다.
간결한 양식을 가지되 행간에서 ‘의지’를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그렇게 하려면 첫부분에서 현재까지 진행해온 사업에 대한 냉정한 자기평가로 시작해야 하고 모든 내용은 정말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주장하고 요구하는 바를 명확하게 명문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이 PT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중(대표)의 의중을 읽어내고 정확하게 그 부분을 자극하는 것인데 이미 한 번 실패했었고 수 년간 지내와서 서로의 스타일을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개선될 보고서가 (내 코칭을 받아)’환골탈태’수준으로 바뀌는 것도 의심을 사게 될것이라 조언했다. 아마 이렇게 생각하겠지 ‘어? 이건 너무 기대이상인데? 이 친구 평소능력을 생각하면 이상해~ 뭔가 있을거야’ 그리고 의뢰인의 보고라인에 있는 직속상사와 대표에 대한 얘기도 곁들였다.
난 이 보고서를 무사통과 시켜준 그 직속상사에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아마 귀찮았거나 어차피 대표가 한번 제동을 걸어주리라 예상해서 자신의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고 패스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오랜 시간 의뢰인을 깨고 방향을 조정해주고 비판을 가한 대표가 그에겐 더 좋은 상사일 수 있다. 솔직히 내가 그 대표였다면 나에게 그런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조언하겠는가 ? 그러니 내 생각엔 의뢰인에겐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PT는 그래서 그 반응을 몇 가지로 예상해볼 수 있다. 만약 대표가 별 다른 언급없이 그저 잘했다거나 수고했다고 짧게 넘어가면 그건 ‘포기’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으니 가장 최악의 반응이 될 것이며, 진짜 잘한 거라면 반드시 첨언을 곁들이면서 칭찬할 거라 예상된다고 말이다.
두 시간여의 대화끝에 나와 의뢰인은 새로운 PT에 대한 스탠스에 공감하고 방향을 맞췄다. 아마도 두 번째 PT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대부분의 경우 프레젠테이션은 청중과 주파수를 일치시키는 것만으로 성공하기 때문이다.
2. 비주얼씽킹
이 분은 원래 수 년전부터 나에게 코칭을 받아왔다. 이번엔 좀 더 발전된 아이디어를 들고 6개월만에 찾아왔는데 창업자금 지원사업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나와 몇 번 같이 일해봤기 때문에 이야기는 잘풀렸다. 아마도 심사위원들은 우리가 제시할 기술에 대한 백그라운드를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그들에게 이 서비스의 작용원리와 과정을 빠르게 이해시켜야 하고 그 중 핵심기술이 얼마나 독창적인지 설득해야 했다.
만약 그림을 그려 설명할 수 있다면 그건 아주 좋다. 실제로 그는 그림을 그려가지고 왔고 나는 언제나 그렇듯 그 그림이 더 구체적이고 순서나 핵심기술까지 표현할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전보다는 더 수월하게 미팅자리에서 그림의 윤곽을 잡아낼 수 있었다.
비즈니스 문서에 사용되는 그림은 대부분 추상적인 개념을 형상화한 것이다. 여기엔 흐름과 관계, 기능들이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위의 그림은 서비스 전체에 대한 개념도인데 아마 도큐멘트내에선 저 그림의 일부분을 확대(A,B,C,D,E가 바로 그런부분)할 수도 있고 작용의 순서를 표시할 수도 있다. 어쨋든 전체 문서에서 저 그림의 일부와 전체는 여러가지 형태로 변형되어 7-8개가 등장할 것이다. 문제는 청중으로 하여금 결국 그 7-8개의 그림이 결국 하나의 큰 그림에서 나온 것이란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오늘은 그림을 나누고 이해를 높이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는 아니다. 우리가 여러 문서를 통해 일상적으로 그려야하는 그림에 대한 기본 접근방법을 얘기하고자 한다. 이러한 그림들은 보통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형상을 그대로 따라 그린것이 아니다. 없는 개념을 새로 만들어내면서 각자의 상상력으로 조합한 그림이라는 것이다. 텍스트보다 그림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기에 우리는 그림을 그리려 하는 것이다. 아마 이것이 비주얼씽킹의 기본적인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비주얼씽킹이란 단어는 너무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냉정하게 평가해 비주얼씽킹의 결과물이라고 하는 것들은 쌓여있는 텍스트보다 이해력이 떨어지는 경우 비주얼씽킹이라 부를 자격이 사라진다.
좋아보이는 그림의 집합체와 비주얼씽킹은 엄연히 다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진다. 그래서 우린 노래를 잘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재주를 부러워한다. 사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통념 또한 ‘내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라는 개념보다는 ‘실제와 흡사하게 그린다’에 가깝다. 그러니 우리는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주얼씽킹은 냉정하게 구분해서 바라봐야할 필요가 있다. 비주얼씽킹은 사실 개별 그림요소 다수가 결합된 Map과 같은 형태가 많은데 여기서 요소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요소 전체의 배치와 흐름, 관계의 직관성에 있다.
그러니 비주얼씽킹을 위한 진정한 수련은 각각의 그림요소를 잘그리는데 맞추어지지 말고 전체의 구도를 설계하는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맞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대부분의 비주얼씽킹 수업에서 간과되는 부분이다. 비주얼씽킹의 결과물이 청중에게 노출되었을때 청중들이 ‘멋있다’, ‘예쁘다’란 말보다 ‘이해하기 쉽다’, ‘간결하다’, ‘전체의 구조가 한눈에 보인다’라는 반응이 선행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국내의 비주얼씽킹 수업 대부분은 핵심을 비켜가고 있다.
출처원문 : 인생PT와 비주얼씽킹 : 코칭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