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계약 문제? 계약서만 이해해도 8~90% 해결된다
“투자계약의 문제? 투자계약서만 이해를 해도 8~90%의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13일 선릉역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플래텀 주최로 국내 유명 벤처투자자인 ‘케이파트너스앤글로벌(K Partners & Global)’ 양경준 대표와 법무법인 ‘젠’의 투자전문 변호사 최성호 변호사가 주요 연사로 나선 ‘스타트업, 생소한 투자계약 How to do it?‘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양경준 대표는 대학생 시절인 90년 대 말에 첫 창업을 시작해 1년만에 엑싯(Exit)을 했으며, 이후 15년 동안 벤처 인큐베이팅과 엑셀러레이팅을 진행중인 인물이다. 국내에 벤처 인큐베이팅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던 시절부터 활동한 경험 많은 VC이자 엑셀러레이터로 현재 코스닥에 상장된 10여개 회사가 그의 손을 거친 기업이다. 또한 자동차 부품사업과 에너지 관련 사업 등에 참여한 기업가이기도 하다. 이날 양대표가 강연자리에 입고 온 후드티도 그의 회사에서 제작한 옷이었다.
이날 양 대표는 투자를 하는 VC로서의 입장과 투자를 받아본 기업가의 입장 등 본인이 겪은 경험담을 공유해 이날 자리한 스타트업 관계자 150여 명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또한 벤처캐피털의 업무 과정을 설명했으며, 투자를 받으면서 발생했던 본인의 경험담 등 투자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와 사례를 전달했다.
케이파트너스앤글로벌 양경준 대표
일반적으로 투자유치에 필요한 표준기간은 3개월 정도다. 이 기간이 끝나면 투자사 담당자가 투자계약서를 보내온다. 하지만 계약서 내용을 살펴보면 당황스러워 하는 이들이 많다. 20페이지 전후의 계약서는 이해 못할 내용들이 잔뜩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나 변리사들이 있기에 과거에 비해 상당부분 궁금증을 해결하는 추세이지만, 과거에는 참 어려웠던 과정이다.
과거와 다르게 현재는 엔젤투자자도 전문 벤처캐피탈에 준하는 투자 계약서를 내민다. 조항이 많다는 거다. ‘투자 함부로 받지 마라’는 말이 있는 것은 소위 독소조항으로 인식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계약을 하고도 후회하는 이들이 있다.
양경준 대표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현재 과열양상이 보일정도로 스타트업 시장이 떠오르면서 과거와 다르게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해지다 보니 사례나 많아지는 것이 첫 번째일 것이고, 두 번째는 투자 계약서 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계약서가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는지 기본적인 내용만 이해해도 80~90%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투자계약에 대한 독해가 중요하다. 초기 스타트업은 투자계약서를 받는 단계까지 가는 것만으로도 고무될 수 있다. 더불어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기에 어떠한 형태로라도 투자받는 것을 바란다. 하지만 계약서를 받아보면 현실이다. 우리가 알고있는 주식의 대부분은 보통주다. 하지만 IPO 전 단계(프리IPO / IPO를 하기 전에 미리 투자자들로부터 일정 자금을 유치받는 것)가 아니면, 벤처캐피탈은 보통주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 프리IPO를 제외하면 보통주 투자는 아예 없다고 보는게 맞다.”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탈의 투자 형태는 크게 CB(Convertible Bond, 전환사채), RCPS(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 전환상환우선주), BW(Bond with Warrant, 신주인수권부채권) 3가지다. 여기서 ‘B’스펠링이 붙는건 채권(Bond)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CB는 자금을 대출받는 형태지만,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거다. BW 역시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으로 투자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CB와 BW는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근래에는 BW 투자조건이 바뀌면서 선호되지 않는다. RCPS는 전환상환우선주를 뜻한다. 과거에 CB는 회사 재무재표에 부채로, RCPS는 자본으로 인식이 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둘 다 부채로 잡힌다. 즉, 투자를 받는 순간 금액만큼 연간 회계 재무재표에 부채가 생기는 거다.
국내 스타트업 투자는 대부분 RCPS
투자기관 입자에서 봤을 때 언제 CB로 투자하고 언제 RCPS로 투자할까? 회사의 리스크가 높을 때 CB로 투자하고 상대적으로 회사의 리스크가 낮을 때 RCPS로 투자한다. 다만 근래 스타트업은 CB로 투자를 할 조건이 많지 않기에 대부분 RCPS 투자로 진행된다. RCPS는 우선주를 뜻한다. 배당이 우선된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상환권도 있다. 우선권은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상환우선주, 전환우선주, 전환상환우선주다. RCPS는 말 그대로 (보통주로)전환할때도 있고 상환할 때도 있는 주식을 말한다. 상환조건(만기), 전환조건, 우선조건(배당) 등 키워드가 있지만, 눈여겨 볼 부분은 투자기관에 의결권도 있다는 거다. 고로 투자기관 입장에서는 가져갈 것 다 가져가는 형태다. 여기까지 보면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양대표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럴수 밖에 없다. 회사는 자금이 아쉬워서 투자를 받는 것이고, 투자기관은 리스크에 대한 안전장치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우선 실리콘밸리 투자방식의 영향이 있겠다. 실리콘밸리 전문 투자사의 계약서는 국내 계약서에 비하면 엄청나게 터프하다. 투자를 잘못 받으면 회사를 뺐기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는 투자기관의 입장 때문이다. 90년대 벤처버블 시절에 ‘게이트’로 불리우는 대형 악재를 경험해 봤기에 계약서에 이런저런 조건들이 많이 삽입되었다. 또 벤처캐피탈 99%는 자사의 자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다. LP(유한책임투자자)라고 불리우는 제3자로부터 자금을 받아 펀드를 결성해 투자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손해를 보면 VC는 다시 펀드를 모집하기 힘들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조항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이것을 이해하면 노예계약이라는 생각은 어느정도 중화될 것이다.”
투자계약서에서 눈여겨 봐야할 숫자들
또한 양대표는 실제 투자계약서를 보여주며 몇 가지 사안과 눈여겨 봐야 할 숫자에 대해 조언했다.
“투자를 받을 때 이해관계인이라는 것이 있다. 주로 대주주나 대표 등 회사의 실권자가 개인으로 들어간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연대보증인인것이다. 회사가 망하면 법적인 책임을 지라는 의미다. 전세계에 우리나라에만 있는 조항이다. 하지만 최근 추세는 투자계약에서 이해관계인을 빼는 것이 이슈다. 불합리한 내용이라는 인식이 있어서다. 또 일부라도 투자회수를 하려는 일부 VC들이 이 조항을 들어 소송을 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일반화되면 재창업이 어려움은 물론이고 신용규제대상자(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히기도 한다.
표준 투자계약서의 상환권에 대한 내용을 보면 ‘피투자기업의 주식상환에 대한 법적제한의 적용을 전제로 하여 우선주식의 주주는 발행일 후 3년 째 되는 날부터 10년째 되는 날까지 기간동안 피투자 기업에게 그가 보유한 우선주식의 전부의 상환 또는 환매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 알야야 할 부분은 3년이라는 기간이다. 일반적으로 우선주는 투자 후 3년이 경과하면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투자기관이 결성하는 펀드가 3년짜리 펀드였다. 즉 올해 투자받고 2년 뒤에는 회수를 해야한다는 거다. 그래야 투자조합도 청산이 되는거고. 사실 좀 말이 안되는 경우다. 그래서 VC의 피투자사에 대한 자세를 파악할 때 봐야할 부분이 이 숫자다. 최근 내가 본 계약서 중에 상환시점을 투자 후 1년으로 한 곳도 있었다. 1년 뒤 회사가 잘 될지 안 될지 어떻게 알겠나. 어처구니 없는 경우다. 참고로 최근에는 이 기간에 대한 이의제기가 많아져 5 ~ 7년이 많다.
더불어 상환만기 때 투자사에 원금만 상환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투자계약서에 원금의 연복리 8%를 가산하여 상환하게 되어 있다. 예를들어 10억을 투자 받았다면 연복리로 10억의 8%를 계산해 상환해야 한다. 대한민국 대부분 VC가 이 비율대로 하고있기에 협상을 통해 바꾸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다만 정말 앞길이 창창한 스타트업의 경우 6%정도로 낮출 수 있지만, 굳이 이런걸로 옥신각신할 필요는 없겠다. 참고로, 은행권의 경우 4%대지만, 주로 검증된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다.”
VC에게 무조건 투자금을 상환해야 하나?
투자 계약서에 조항이 많다는 것은 VC의 자금회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투자사는 반드시 VC에게 투자금을 상환해야 할까? 양대표는 무조건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무조건 상환해야 하는 경우는 사채다. 법적으로 이익잉여금(누적된 단기 순이익)의 범위 내에서 상환하게 되어있다. 이게 벤처캐피탈의 장점이다. 회사가 망하게 될 경우 손실처리하고 끝난다. 다만 일부 계약서 중 상환받아야 될 금액이 모두 충족될 동안 상환기간을 연장하는 계약서가 있다. 그런 내용이 없는지 유의해서 봐야한다. 예외도 있다. 회사의 경영진이 계약을 위반하는 사례다. 위반을 할 경우 일방적으로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연복리 20%대 위약벌이 적용된다. 참고로 복리는 투자 후 3년이 지나면 거의 30%다. 5년이 되면 원금의 50%대다. 유념해야 한다.
상환전환우선주의 배당 역시 할 수도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회사의 결정이다. 하지만 상장 전에 이익금이 많이 쌓여있다면, 투자사가 배당을 하라 압력을 넣을 수 있다. 배당률 역시 정하기 나름이다. 배당율 제로(0)로 하는 것이 베스트지만, 통상적으로 1~2%정도다. 얼마전 본 계약서에 보니 매년 최저 연 3%의 현금 배당을 해야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더라. 악질적인 조항이다. 조심해야 한다.”
회사가 성장해 추가투자, 추가 주식을 발행하게 된다면? 그리고 주의해야할 조항들.
양경준 대표는 투자계약서에서 주의해서 봐야할 여러 조항들을 설명했다.
“회사가 망할 경우를 대비한 투자자 보호조치가 계약서 총 20페이지 중 반 정도 들어간다. 중요한 내용이 많지만, 게중에 눈겨겨 볼 부분은 ‘청산 및 잔여재산 분배에 관한 우선권’이다. 회사가 망할 경우 배분에 대한 내용이다. 투자사는 원금과 이자를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원금의 최소 두 배 이상을 가져가는 것이 보이지 않는 그들의 룰이다. 만약에 5억을 투자했다면 10억 이상을 가져가려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법적 이슈가 많다. 어찌보면 명분성 조항으로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물론 하드웨어 사업과 소프트웨어 사업의 차이는 있겠다.
주식 처분과 관련해 우선매수권, 공동매도권, 주식매수청구권 등 일반적인 조항들 외 표준계약서에 잘 안보이는 보편적이지 않은 조항들이 있다. 리픽싱, 콜옵션, 풋옵션, 청산우선권(Liquidation Preference) 등이 그것이다. 이 조항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동의해버리면 나중에 문제가 될 여지가 크다. 분명히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는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나 변리사들이 있기에 그들에게 자문을 해도 되겠다.
특히 M&A요구권 조항은 주의해서 봐야한다. 과거에는 거의 없던 조항이지만, 현재 대부분 들어가 있다. ‘회사가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상장을 하지 못하면 투자자가 M&A를 요구할 경우 무조건 응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이럴때 회사가 넘어가는 거다. 원치않게 회사를 매각하는 경우로, 한국에서는 아직 사례가 없지만 미국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다. 현재 해외 VC와 투자금이 들어오는 추세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발행하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애매한건 그냥 넘어가면 안된다.”
벤처캐피탈은 나쁜 집단인가?
계약서만 놓고보면 벤처캐피탈이 악당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이에 양경준 대표는 그렇지는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나는 투자를 하고있고, 받아도 봤기에 양쪽 입장을 어느정도 이해한다고 본다. 오늘 보여준 투자 계약서를 보고 VC를 나쁘다 말하는 건 어렵다. 사실 계약서 내용은 납득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 솔직한 소견이다. VC도 자신의 돈이면 계약서를 이렇게 쓰진 않는다. 앞서말했듯이 펀드결성에서 성과를 못 내면 다음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안전장치를 계약서에 다수 넣는 것이다. 투자기관마다 표준계약서가 다 다르지만, 내용은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다만 해외 투자사의 계약서가 조금 더 터프한 경우가 많다.
국내에 벤처캐피탈이라 불리우는 곳이 300여 곳, 게중에 활동을 하는 기관이 30군데 정도다. 또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하는 사람의 수는 다 합쳐봐야 300여명 정도다. 그중에 벤처투자에 철학이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않다. 그런 투자자를 만나는게 피투자사의 복이라면 복이다.”
양대표는 투자시기에 대한 조언으로 이날 강연을 마무리했다.
“투자유지 활동을 하느라 사업을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투자는 절박할 때 하기보다는 어느정도 여유있을 때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마인드컨트롤을 잘 하지 못하면, 투자유치 협상 기간에 많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