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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판] 폭설이 내린 제주도 공항에서 열린 플리마켓

snow

폭설의 어느 날, 공항에서 사람들과 가판대 없는 플리마켓을 열었다.

2016년 1월의 크리스마스, 전세계에 폭설이 내렸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하늘의 저주로 불렀고, 한탄을 했지만, 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뉴옥공항에서는 브로드웨이 라이언킹팀과 알라딘팀이 이 멈춤의 시간을 공연의 시간으로 만들어,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고, 한국의 공항의 내게는 작지만 색다른 이벤트가 일어났다.

제주도에 고립되었던 사람들에게도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났다. 다음은 아직 공항에서 떠나지 못한 필자가 경험한 재미있는 이야기다.

제주도에 고립되어 할 일 없이 스마트폰이나 보며, 시간을 보내던 그 무리들 중 한 사람은 배가 고팠는지 감귤을 까먹기 시작했다.

한 5분 쯤 지났을까, 그러자 그 옆을 한 (3~4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걸어오더니, 해맑은 웃음을 지며, 손을 내밀었다. 달라는 의미 같았는데, 그 부모가 황급히 제지하며, 아이를 말린다.

그러나,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귤을 먹던 사람은 새 귤 몇 개를 그 부모와 아이에게 내밀었다. (참고로, 이들은 국적이 달라보였다.) 부모는 탱큐를 여러 번 말하며, 귤을 준 남자에게 고마움의 표시를 했다.

그러더니, 가방 속에서 무언가를 하나 꺼내 그 남자에게 건낸다. 제주도에서 샀는지, 무슨 제주녹차 봉지 같았다. (설OO 같았다.) 아마 보답의 표시리라, 그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휘휘 내젓는다. 부담스럽다는 의미이리라. 그러나 권유가 계속 이어지자, 그 남자는 그 녹차를 받아들었다.

잠시 후, 그 남자가 내 옆의 자리로 와서 앉았다. 나는 그 남자를 몰랐지만, 방금 행동을 모두보았기에, 왠지 그 남자에게 한국의 정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듯 했다.

갑작스러운 끌림에 나는 말을 걸었다. Would you wanna drink that tea now?

나는 내 가방에서 따뜻하게 있던 보온병과 머그컵 하나를 그에게 건넸다. 그는 방금 있었던 일에 이어 연신 새로운 사람들의 인사를 받자, 약간 다시 당황 해 하는 듯 했지만, 탱큐라고 말하며, “Shall we?”이라는 말을 해줌으로서, 우리는 잠시 티타임을 같이 가졌다.

(나는 잠시 후, 아까의 그 아이와 그 아이의 부모를 불러서 같이 티를 마셨다.)

그냥 할 일 없이 앉아 있다가 갑자기 하나의 티타임에 낮선 사람들이 같이 앉다보니, 자연스럽게 자기소개가 이루어졌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졌는데, 한 사람은 이탈리아인, 아이와 함께 있던 소가족은 미국인, 나는 한국인이었다.

우리는 주거니받거니 제주도에서의 경험을 물으며, 말하며, 추억을 되새기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서로 사진도 찍고, 페친도 맺었다.)

정말 신기했다. 더 신기한 건, 여행에서 힐링을 찾으려고 했던 내가 지금 공항 막바지의 루트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힐링을 느꼈다. 그리고 물건도 교환하고, 시간과 추억을 공유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아직 공항에서 눈보라가 멈추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지금 제주도에 오기 전 없었던 모자를 하나 쓰고 있는데, 자리에서 헤어지기 전 우리는 왠지 그래야할 것 같아서 몇 개 물건을 더 교환했었고, 나는 필기용으로 챙겨왔던 한글캘리가 박힌 캘리그라피용 펜 하나랑 이탈리아인의 모자를 교환했다 (자기 말로는 매우 인기있는 브랜드라고 하던데, 아직 그 가치는 확인하지 못했다.) 미국인 잭은 그냥 피에르(이탈리아인)와 내게 미국화폐(2달러, 이것이 행운의 지폐를 뜻한다는 것을 설명으로 알았다.)를 주었다.

행운의 달러와 의미심장한 모자, 그리고 추억은 나중에 내게 굉장한 스토리로 기억될 것 같다. 춥지만, 저 눈보라도 예뻐 보인다.

 

: 이명상, Waywaker(예비창업가)

새로운 길을 깨우는 Waywaker의 삶을 살며,세상 곳곳의 기회를 찾아다니고 있다. 매일New Multi player들을 만나며 함께 Multi invetor가 되어가는 삶을 살고자 한다.

외부 전문가 혹은 필진이 플래텀에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고문의 editor@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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