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2]”일상을 취미 생활로 풍요롭게”,하비인더박스
두 번째 허스토리 업체는 모두가 일상 속에서 취미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모토인 ‘하비인더박스’입니다. 90년생 단짝 친구가 회사를 관두고 나와 만든 이 서비스는 취미 큐레이터, 취미 정기배송 서비스인데요. 특히 랜덤 배송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 ‘취미’를 떠올렸을 때 바로 생각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요.”
돈도 없고 사업은 불안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가 재밌다며 환하게 웃는 구윤혜, 조유진 하비인더박스 대표를 만났습니다.
(좌)구윤혜, (우)조유진 하비인더박스 공동대표/사진=플래텀
▲하비인더박스가 만들어진 순간부터 마케팅까지
사업 아이템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조유진 대표(이하 ‘조’): 현대인 대부분이 일상을 지루하게 사는 것 같아요.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엔 대입 준비를 하느라 취미를 가지기 어렵고, 대학교에 입학해선 또한 취업준비 전선에 뛰어들기에 취미생활은 사치의 영역이니까요. 그렇게 치열하게 준비해서 지원하는 회사의 자기소개서의 취미 란을 보고 당황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문득 그림 그리기, 종이접기 같은 것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 좋지 않을까 싶었었어요. 때마침 손을 쓰는 아날로그 적인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트렌드도 생겨나고 있고요. ‘취미’분야에서의 패스트 무버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아이데이션은 어떻게 해왔나요.
구윤혜 대표(이하 ‘구’): 서비스에 ‘일상 속 즐거움’을 녹이고 싶었습니다. 처음에 준비한 건 놀거리 플랫폼이었어요. 연인과 가족이 뻔한 코스를 벗어나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며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둘이 당장 하기엔 너무 큰 그림이었고 무거웠습니다. 일상의 즐거움이라는 큰 틀에서 차근차근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보니 ‘취미’라는 주제를 마주할 수 있었어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데뷔를 했는데요.
구: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얼리어답터입니다. 이들에게 시장성을 검증해보고 싶었고, 더불어 홍보도 해보기 위해 이 방식을 이용했습니다.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어요. 300만원이 목표였던 후원 금액은, 350명 정도가 펀딩하며 총 12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취미키트를 랜덤으로 배송하고 있습니다. 키트 속에 담길 주제는 어떻게 선정하고 있나요.
조: 우선 저희끼리 기획을 해본 뒤 연락 온 업체, 혹은 만나고 싶은 업체를 찾아갑니다. 이후 전문가의 의견을 들은 뒤 흥미를 끌만한 주제를 선정해 키트를 구성하고 있어요. 현재까진 랜덤 취미 하나만 있지만 앞으로는 분야를 다양하게 만들어 카테고리 확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업 구상 초기부터 정기배송 모델을 염두하셨나요.
구: 자연스럽게 정기배송 방식에 이른 것 같아요. 뭔가 만드는 취미 하나를 배우려고 해도 주위 공방 소재지부터 드는 재료까지 하나에서 열 까지를 고민해야 하잖아요. 취미 하나만은 따로 설명을 듣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더니 배송이 떠올랐어요.
사람들이 직접 쓰는 만큼, 홍보와 마케팅이 관건인 사업입니다.
조: 서비스 본질에 집중하느라 영업과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자발적 사용자 후기를 소셜네트워크와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객들에게 정말 고마워요.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하면 홍보도 본격적으로 해볼 생각입니다.
고객이 만족한 걸 구체적으로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요.
구: 저희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의 50%가 유료 회원입니다. 보통 회원 가입자의 10,20% 정도만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하는데, 이를 비교하면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구성 상품 중에 석 달 ,여섯 달짜리 상품은 선결제를 하고 제품이 구성되기 까지 기다려야 하는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월별 구독자 수도 첫 론칭 때보다 2배가 늘었고요. 물론 서비스 규모가 커지고 사람이 늘어날수록 유료 구독자 비율에 변동이 생기겠지만 더 늘리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혼자’하는 문화, 그리고 낮은 진입 장벽에서 우리는 이렇게 한다
한국은 취미 산업이 발전한 환경이 아닙니다.
조: 혼밥, 혼술 등 이른바 ‘혼자’하는 문화생활이 어느덧 우리 사회의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1인 가구와 개인주의가 커갈수록, 한편은 본인 스스로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죠. 이에 저희는 혼자 즐기는 취미도 트렌드에 맞춰 함께 가져가려고 해요. 확실한 성공 기업이 아직 없다는 것은, 우리가 성공 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 뉴 하비박스라는 업체가 있습니다. 저희와 론칭 시기도 비슷하고, 데뷔 형식도 같아요. 미국에선 한창 성업 중입니다.
하비인더박스와 같은 사업은 진입장벽이 높지는 않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유사 업체도 생겼고요. 이들과의 차별점이라면요.
조: 사소할 순 있지만, 서비스에 세세한 감성과 정성을 담으려고 매번 노력합니다. DIY 키트는 어느 곳에서나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인 건 맞아요. 하지만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꾸준히 구입하는 이유는 키트 안에 담기는 세세함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키트는 우리가 먼저 써보고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서를 작성합니다. 그리고 어느 집에나 있을것 같은 사소한 부품이라도 만일을 대비해 다 보내줍니다. 실제로 이런 구성에 감동 받았다고 하는 후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해요. 이런 부분은 다른 기업이 쉽게 다룰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이 커지면 이 부분을 어떻게 가져갈 지를 고민 해봐야 겠지만, 현재로서는 키트에 우리 손이 구석구석 다 닿는 방법이 경쟁력이라고 봅니다.
구: 우선 저흰 번거로움을 최소화시켜 키트 하나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특징입니다. 또한 한 재료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해요.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구: 근래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는 네온 사인 만들기, 클레이 아트, 초콜릿 만들기 등으로 취미박스를 구성한 적이 있는데요. 모양이 정해져 있는 걸 만드는 게 아니어서, 만드는 사람마다 결과물은 제각각 달랐습니다. 그런 것에 소비자들이 더 재미를 느끼더라고요. 아날로그적 취미를 지향하고 손을 더 쓴다는 점의 연장선이라고 봐주면 좋겠습니다.
취미, 특정타겟 그리고 일상의 빈 곳을 메워주는 서비스인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조: 저희도 그 부분을 숙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발전 방향을 늘 고민하고 있어요. 최근 B2B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복지 차원에서 직원들의 취미 생활 장려 프로그램을 만든 기업과 협업하게 된 거죠. 저희가 먼저 두드린 게 아니어서 놀랐지만, 한편으로 B2B 영업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돼 좋았습니다.
이외에도 일반 취미 키트에서 벗어나 나이대를 조금 다르게 한 취미키트도 제작할 계획입니다. 서비스를 시작할 땐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 여성을 주요 타겟으로 놓고 시작했지만, 점차 유아동 콘텐츠로의 확장을 고려 중이에요.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도 되도록 자주 하려고 합니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기업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면 저희도 같이 홍보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나.
구: 취미 콘텐츠는 나이, 성별, 인종에게 상관없다는 점이 큰 매력입니다. 특히 해외에 진출하면 현재 구성된 재료의 단가를 더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비인더박스의 4월 취미박스 구성이었던 ‘핸드드립커피’/사진제공=하비인더박스
▲론칭 6개월차 문과 출신의 여성 공동대표, 주위의 우려를 딛고 한 기업의 대표로
문과 출신의 공동 대표입니다. 개발과 디자인을 할 수 없다는 건 팀의 약점일 수 있어요.
조: 아직까지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대학 다닐 때 디자인과 경영학을 복수 전공했어요. 그래서 포토샵 등 기본 툴을 이용해 디자인 초안을 만든 뒤, 구체적으로 희망 사항을 말하며 디자이너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 입장에선 오해가 줄어 좋고, 우리 입장에선 생각했던 결과를 받을 수 있어 수월합니다.
전담 개발자와 디자이너팀을 꾸리고 싶다고요.
구: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상주하고 있지 않다는 게 현재 약점이거든요. 정말 고맙게도 지금 개발자 한 명과 디자이너 한 명이 우릴 도와주고 있지만, 정식 팀원은 아닙니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개발자와 디자이너 팀을 꾸리고 싶습니다.
구 대표는 한창 커리어를 쌓을 나이에 대기업을 나와 창업을 했습니다.
구: 소위 엄친딸, 모범사원 소리를 들었어요. 사업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하나같이 부정적인 반응이더라고요. 가족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회사에선 ‘여기서 그만 두고 사업을 시작하면 다음에 회사 생활 하기 어렵다, 평생 그 길만 걸어야 하는데 자신 있겠냐’고 했어요.
가족을 어떻게 설득했나요?
구: 최소 3년 동안은 제 전부를 걸겠다고 했고, 그 기간동안 저와 사업 모두 성장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사업이 어려워지더라도 그 경험이 내게 유의미하다고도 했고요. 덧붙이자면, 사업가의 길을 가는게 나쁘다고 전혀 생각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결정해준 길을 편히 가는 것보다 삶의 주도권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조 대표님은 이번 사업을 하기 전에 교직원이었습니다. 그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요.
조: 1년 정도 학교에서 일했습니다. 새로 지어진 기숙사를 맡았는데, 그때 다양한 기획을 해봤어요. 기숙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취미 강좌도 열었고, 라운지에서 학생들에게 보컬 트레이닝 강연을 열기도 했습니다. 그 때도 놀거리를 고민 했어요.
▲사업가로서 필요한 건 ‘예의’와 ‘이성’
사업을 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요.
구: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해본 게 도움이 됐습니다.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기까지 많은 업체를 만나야 합니다. 이럴 때 회사에서 배웠던 요령과 업무 예절 등이 유용했습니다. 서비스 본질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부수적인 요건이 갖춰져 있다면 훨씬 부드러운 사업 파트너쉽을 맺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여성 대표여서 무시를 당하거나, 나이로 차별을 당한 적이 없습니다. 회사에서는 직급이 정해져 있어 급간 무시가 발생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지금 현장에선 한 기업의 대표로만 평가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책임감을 많이 느낍니다.
사업에서 위기 상황은 언제나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조:저희 둘은 감성적인 성향이지만, 상황판단은 이성적으로 하는 편입니다.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빠르게 타개책을 찾을거예요.
사업을 시작한지 6개월입니다. 그간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뭐였나요?
조: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거겠지만, 자금이 부족하다. 정말 좋은 재료가 있어 구매하려고 보면 통장에 돈이 없어 놓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사업을 하면서 돈 귀한 줄 알게 됐다.
구: 둘이서 이 사업의 A to Z를 모두 다루는 만큼 물리적으로 힘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매달 10일, 물류 배송을 해야할 땐 밤을 새야해서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기에 재밌게 하고 있어요.
▲취미를 찾을 땐 우리를 찾아주세요.
최종 목표가 뭔가요.
구: ‘취미’를 떠올렸을 때 바로 생각나는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분야를 세분화해 사용자가 저희 플랫폼 안에서 지속적인 놀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그리고 원재료가 싼 동남아시아 지역에 진출해 보다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조: 지방에선 공방을 찾는 것도 일입니다. 정보 비대칭을 극복해 누구나 집에서 편하게 즐기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기배송 서비스 중엔 ‘꽃’만을 다루는 업체가 있는데, 이들 또한 꽃이라는 하나의 오브제를 가지고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 중이에요. 저희도 취미 카테고리 안에서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