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투데이 #11] 중국을 휩쓴 공유 자전거, 우리나라에서도 될까?
중국 전역을 휩쓴 공유 자전거 서비스들이 해외 진출에 열을 내고 있다. 1위 기업인 모바이크(Mobike)는 지난 3월 싱가포르에서 서비스를 개시했고, 2등 주자인 오포(Ofo)는 북미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이다.
공유 자전거는, 수많은 공유 경제 비즈니스 중에서도 중국이 처음 탄생시키고 성장시켜 온 유일한 분야다. 말하자면 중국이 원산지인 셈인데,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해외 진출 성공 여부는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의 공유 자전거 기업 중 국내 진출을 예고한 곳은 아직 없다. 해외 기업에게 한국은 여러모로 진출이 어려운 시장이다. 규제도 엄격하고, 규모도 작다. 그러나 아직 큰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 없이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자전거 공유 비즈니스가 성공할 수 있을까? 아래 제시한 네가지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1. 미세 먼지
국내 대기 질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기 질 순위는 전체 180개 국가 중 173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40년 뒤인 2060년에는 한국이 대기 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증가율과 경제 피해가 가장 큰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자전거는 대기 정화에 기여하는 친환경 운송수단이지만, 그 이전에 탑승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서비스 사용률 감소는 이미 중국 현지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의 시장조사 기관 아이리서치 발표에 따르면, 대기 질이 안좋은 시기에 공유 자전거 서비스의 사용률은 5.7% 감소한다. 이러한 이유로 공기 오염도가 높은 상해와 북경보다는, 비교적 대기 질이 좋은 광저우와 선전 지역에서 관련 서비스들이 더욱 선전하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문제는 많은 국민들이 직접 겪고 있는데다가, 이제 미세먼지는 암 유발의 원인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와 같은 대기 오염 문제는 자전거 공유 기업에게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 출처 = 아이리서치
2.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
서울시의 ‘따릉이’, 고양시의 ‘피프틴’, 안산시의 ‘페달로’, 세종시의 ‘어울링’, 대전시의 ‘타슈’, 창원시의 ‘누비자’, 여수시의 ‘유바이크’…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 공유 자전거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이 이렇게나 많다.
특히 서울시는 자체 공공자전거 서비스 ‘따릉이’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은 따릉이 운영을 위해 여의도, 상암, 신촌, 성수 등 5개 권역에 28억 원의 예산을 들여 자전거 대여소 160여개를 설치했다. 여기에 배치된 자전거가 1,200대 가량이다. 서울시는 오는 6월까지 서울 시내 25개 모든 자치구에 따릉이를 배치할 계획이다.
이러한 공공 자전거 모델이 기존 사기업 비즈니스 모델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본 컨셉과 목적이 같고, 이미 많은 지자체들이 적지 않은 투자를 감행했다. 공공 자전거 역시 각 지자체 수익원의 일부라는 것을 고려해본다면 유사 서비스를 들여온 사기업에게 100% 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이미 지난 2014년 택시 업계의 반발을 이유로, 우버와의 전쟁을 선포해 1승을 거둔 전력이 있다. 당시 시는 ‘우파라치’ 제도를 통해 신고자에게 포상금 1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불법 논란, 불법 주차 문제 등 걸고 넘어질 사유도 아주 많은만큼, 공유 자전거 서비스는 지자체와의 갈등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현재 ‘세계적인 자전거 도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적극적으로 공공 자전거 따릉이를 홍보하고 있다.
3. 자전거 관련 인프라 부족
서울 시내 마련된 자전거 도로는 총 860km 규모다. 이 중 과반 이상인 709km는 자동차, 보행자와 함께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남은 전용 도로는 159km 수준이다. 이마저도 택시와 푸드트럭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자전거 사고는 최근 5년 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2년도에 3천 여 건이었던 사고가 2015년에는 4천 건 이상으로 늘어났다. 비단 도로 뿐 아니라, 자전거 공기주입기 등 관련 인프라는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모바이크를 비롯한 중국의 자전거 공유 서비스의 핵심은 ‘자유로운 주차’다. 특정 주차 장소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위치 어느 곳에나 자전거를 두고 떠날 수 있다. 해당 자전거는 GPS를 통해 근방의 사용자에게 바로 연결된다.
그런데 이미 현지에서조차 제멋대로 주차된 자전거들은 도시 미관, 보행자 안전을 해친다며 비난 거리가 되고 있다. 베이징의 오포 수리 센터에는 하루에만 400대 이상의 파손 자전거가 입고된다고 한다. 이는 기업의 수익과도 직결되어 있는 문제다.
하지만 특정 보관소에만 주차해야 한다는 규칙이 생기는 순간, 자전거 공유 서비스만의 차별성은 사라져버리기에 간단히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심지어 일반적인 자전거 도로와 보관소 조차 부족한 국내 여건에서는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4. 규제와의 전쟁
국내에서는 규제와 힘겨루기를 하다가 실패한 공유경제 서비스가 많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도 현재 반쪽 짜리 서비스를 운행하고 있고, 에어비앤비의 경우 전 전 세계적으로 정부 당국의 견제를 받고 있다. 자전거 공유 서비스도 규제의 덫을 빠져나가긴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서도 현재까지 사실 상 무법지대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던 공유 자전거 기업들이 규제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 중국 정부 당국은 지난 해부터 모바이크, 오포 등 주요 기업과 함께 관련 법적 규제장치를 만들었다. 공유 서비스 용 자전거는 3년 내로 폐기처분해야 하고, 공유 서비스 앱에는 GPS, 디지털 지도 등이 장착되어야 한다. 자전거 이용자도 신장 145~196cm, 연령 12세 이상 70세 이하로 제한을 뒀다.
관련 법규가 마련되었다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이 늘어나는 것이긴 하지만 역으로 해당 산업을 합법의 틀 안에서 제대로 키워나갈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떠어떠한 것만 안되고, 나머지는 다 된다’는 식의 네거티브 규제가 보편적인 중국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그 반대 개념인 포지티브 규제 성격이 강하다. 이는 매번 신산업의 시장 진입 장벽이 되어 왔다. 자전거를 운송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날 경우, 기존 대중 교통 사업자들의 반발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