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키닷컴이 운영 중인 지그재그는 ‘온라인 여성 쇼핑몰의 상품을 한 곳에모아서 보여준다’는 간단한 컨셉을 가진 서비스다. 하지만 수치는 단순하지 않다. 지그재그는 출시 2년 만에 700만 앱 다운로드 수 돌파와 함께 작년 기준 연 거래액 2천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20대 여성의 10명 중 6명이 사용하고 있는 쇼핑앱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지난 5월에는 직방, 우아한형제들 등에 투자한 알토스벤처스와 스톤브릿지캐피탈로부터 7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그 성장의 비결은 무엇일까? 크로키닷컴의 김정훈 CMO를 만나 앱 마케팅 노하우를 들어봤다.
지그재그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김정훈 CMO
■ 얼리어답터와 대중을 구분, 그룹별 정확한 타깃 마케팅이 비결
크로키닷컴에 합류하기 전 창업 경험이 있다고 들었다.
4년 반 정도 해봤다. 삼성에서 스페인 법인 전략 담당으로 일할 때 친구가 자꾸 사업을 하자고 옆에서 부추겼다. 티켓몬스터 초기에 인턴으로 일했던 친구로, 성공한 기업의 빠른 성장세를 옆에서 지켜봤기에 창업 별거 아니라면서 설득을 했다.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전혀 아니었다. 도전과 실패를 반복했고, 정신적인 한계가 와서 접었다. 지그재그는 크로키닷컴이 2015년 1월부터 준비했던 서비스다. 5월 쯤 서비스가 베타 테스트를 하고 있을 때 서정훈 대표를 만났고, 6월 정식 출시 시점부터 마케팅을 도우며 팀에 합류하게 됐다.
원래 패션이나 커머스 분야에 관심이 많았나.
아니다. 사업을 4년 반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템으로 비즈니스를 몇 번 해봤다. 근데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한다고 해서, 그 결론이 꼭 성공에 도달하는 건 아니라는걸 배웠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분야, 내가 잘하는 분야, 내가 좋아하는 분야 이 세 박자가 딱 떨어지긴 정말 어렵다. 지그재그 합류하면서 제일 먼저 본 건 창업자다. 사업 몇 년 해보니 사람 보는 눈이 생겼다. 함께하려면 창업자가 전문성과 인격을 갖춘 사람인지가 중요했다. 두 지점에서 우리 대표는 훌룡했다. 처음엔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나중에 CMO로 합류했다.
서비스 정식 런칭 2년 만에 7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빠른 성장세다. 초기 집객은 어떻게 했나.
내가 합류한 이후 시작한 첫 마케팅에서 1주일 동안 5만 다운로드가 일어났고, 2주 차에는 8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광고 플랫폼별 문법을 잘 파악한 덕이었다.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 광고가 이미지와 카피로 승부를 본다면, 페이스북과 같은 SNS 광고는 스토리를 녹여낼 수 있다. 이 차이를 이용한 게 유효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스토리를 녹였나.
먼저 서비스의 핵을 형성할 ‘혁신수용자(Early adopters)’와 일반 대중을 나누어, 두 집단에 다른 뉘앙스로 접근했다. 이 두 집단은 ‘인터넷 쇼핑’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 자체가 다르다. 이미 자신의 즐겨찾기에 등록된 구체적인 쇼핑몰 이름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고, 그저 ‘싸다’는 추상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 서비스의 혁신수용자들은 ‘인터넷 쇼핑광인데, 모바일상에서 즐겨찾기 기능을 사용하는데 불편을 느끼는 20대 여성’이었다.
혁신수용자에겐 어떤 식으로 접근했나.
혁신수용자 집단에게는 화려한 카피가 필요없다. 서비스의 기능과, 우리가 기존 시장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만을 명료하게 알려주면 된다. 지그재그는 쇼핑몰 별 ‘스타일 검색’과 ‘모바일 즐겨찾기’가 핵심 기능이다. 혁신수용자들이 모바일 쇼핑을 하며 가지고 있던 문제의 솔루션이 우리 서비스이기에, 그 부분만 인지시키면 계속 들어올거라 봤다.
일반 대중에게 서비스를 퍼뜨릴 때 취했던 전략은 뭔가.
일반 대중에게는 궁금증을 유발해 바이럴이 일어나게 했다. 기능이나 서비스에 대한 많은 설명 없이 ‘지그재그가 좋더라’는 후기 형식의 카피를 타임라인 상에 보여줬다. ‘지그재그가 대체 뭔데?’하는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앱스토어에 들어와 초기 고객들이 남긴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하게 되면서 다운로드 수가 빠르게 늘어났다. 이 단계까지 오면,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사용자들이 알아서 소문을 내주게 되어 있다.
앱의 리텐션 비율은 어떻게 되나.
대외 공개는 안 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앱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리텐션율을 높이기 위한 내부 전략도 있나.
매일 들어올 수 밖에 없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사용자가 즐겨찾기 한 쇼핑몰의 신상을 한 데 모아 보여주는 기능을 넣었다. 대부분의 쇼핑몰이 매일 새 제품을 올리기 때문에,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침마다 확인한다. 헤비 유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포털 뉴스를 보듯이 지그재그를 켠다고 하더라.
최근 지그재그는 자체 데이터 분석 결과를 활용해, ‘스타일’, ‘아이템’ 별 패션 정보 컨텐츠를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 허수 사용자는 안 모아…클린마케팅이 지그재그의 철학
최근 몇몇 스타트업들이 잘못된 마케팅 메시지로 비난을 받았다. CMO로서 마케팅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
윗선의 강요로 인한 수치 부풀리기를 경계한다. 보통 마케팅 사고는 해당 마케터의 실수로 벌어지기도 하지만, 의사 결정권자의 강압때문에 생겨나기도 한다. 구조적인 문제인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스타트업이 투자를 앞두고 있으면, 이른바 ‘마케팅 펌핑’이라는 걸 한다. 대외적으로 수치를 보여줘야 하니까, 마케팅 부서로 ‘모객해 와’, ‘다운로드 수 늘려와’ 등의 막무가내식 주문이 떨어지는 거다. 단기간에 수치를 올리려면 자극적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무리수가 나오게 된다.
크로키닷컴에서는 그런 마케팅 사고의 위험이 전혀 없나.
조심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우리 회사는 권한 위임이 잘 되어 있다. 마케팅 전략의 최종 결정자가 CMO다. 대표는 연간 계획을 수립할 때 함께 논의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오는 압박이 없다. 푸시 알람을 보내거나, 리워드 마케팅을 하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당연히 증가한다. 하지만 사용자가 한 달에 한 번만 앱을 켜도, 그 수치는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허수인 경우가 많다. 잠깐 앱을 깔았다가 지우는 사용자가 92~93%까지 된다. 그럼 인스톨 수치는 올라가겠지만, 리텐션율이 엉망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수치를 부풀려 놓으면, 우리 서비스에 대한 자체적인 건강 진단이 안 된다.
건강 진단이 안된다는 건 무슨 말인가.
실사용자가 어떤 이유로 증가하고, 감소하는지를 관찰할 수가 없게 되는 거다. 그럼 갑자기 이용자 수치가 확 떨어져도, 이게 마케팅 문제인지 업데이트 문제인지를 구분할 수가 없다.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에도 혼란이 온다. 그렇기 때문에 지그재그는 클린마케팅을 지향한다. 철저히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 전략에 집중해서 마케팅하고 있다.
이제껏 모은 700만 명의 고객 중 허수 사용자는 하나도 없다고 자신하나.
리워드 마케팅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전략만 잘 짜면 별도의 프로모션 없이도 좋은 마케팅 성과를 충분히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내 경우 200만 명 모을 때까지 혼자 마케팅을 했다. 마케터의 역할을 소셜네트워크에 콘텐츠 포스팅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한다면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컨텐츠를 기획하고, 디자인도 해야 하고, 글도 써야 하니까.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초기에 퍼포먼스 마케팅 전략을 잘 세워서 실행하면, 혼자서도 100~200만 다운로드를 이끌어낼 수 있다.
현재 마케팅 분야 채용도 하고 있다. 어떤 사람을 찾고 있나.
그동안은 퍼포먼스 마케팅 위주로 해왔다. 사용자 획득이 주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브랜드 마케팅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제는 단순히 사용자를 모으는 수준을 넘어 시장에서 지그재그를 어디에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브랜드 마케팅 경험이 있고, 우리의 마케팅 철학에 동의하는 인재를 영입하려 한다.
지그재그의 핵심 기능 두가지는 ‘쇼핑몰 즐겨찾기’와 ‘스타일 검색’이다.
■ “그걸 왜 꼭 그렇게 해야 해?” 업계를 바꾸는 건 ‘아이 같은 질문’
고객 정보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은 어떻게, 어디까지 하고 있나.
데이터 분석팀을 따로 뒀다. 내부에서는 ‘모바일 특화 솔루션’이라고 부른다. 우린 사용자의 나이 외 별도의 신상 정보를 받고 있지는 않은데, 쇼핑 행동 분석을 통해 사용자 식별을 한다. 그 고객이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지를 분석해, 적절한 쇼핑몰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이 추천은 쇼핑몰 순위나 광고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규 쇼핑몰들이 지그재그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사용자들도 자신이 몰랐던 쇼핑몰을 지그재그를 통해 ‘발견’하는 재미를 느낀다.
하지만 결국 수익화를 위해 광고 상품을 붙이다보면, 다른 포털이나 오픈마켓처럼 돈을 많이 낸 몰이 상단에 올라오게 되지 않겠나.
전혀 다른 이야기다. 상품 추천과 광고 수익 영역은 완전히 분리해서 간다. 우리 서비스는 ‘스타일 검색’, ‘즐겨찾기’가 핵심이다. 순위에 따라서가 아니라, 사용자 취향에 따라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제안해주는 걸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지그재그가 모든 쇼핑몰을 다 성공시킬 수는 없다. 우리도 돈을 벌어야 살아남지 않겠나. 하지만 사용자들에게는 상품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동시에 편안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 쇼핑몰들에게는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지고 빠르게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자는 우리의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본래의 서비스 색이 변질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대부분의 쇼핑몰이 동대문에서 의류를 사입해 판매하기 때문에, 같은 제품이지만 가격이 다른 경우가 있을텐데.
사용자들로부터, ‘같은 상품이면 저렴한 가격의 몰을 추천해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그 부분에 대해 개입하지 않는다. 가격 경쟁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싸게 파는 쇼핑몰이 좋은 곳일까? 배송이나 CS 측면에 더 투자를 하기 때문에 가격을 조금 더 높게 책정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판단은 사용자에게 맡긴다. 쇼핑몰 간 가격 경쟁이 심화하면, 결국 모든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작년 초 수수료를 통한 수익화를 시도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쇼핑몰들의 반발 때문이었나.
쇼핑몰의 반발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업체의 반발보다는 사용자 피드백으로 인한 결정이었다. 수수료 정책 이전에 입점해 있던 업체가 1천 개가량이었는데, 유료화 의사를 밝히니 반절 정도가 이탈했다. 하지만 사용자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잔류한 쇼핑몰들의 매출은 많으면 두세 배가 뛰었다. 당시 상위에 랭크된 100개 쇼핑몰 중 69개가 지그재그에 들어와 있었다. 70%의 잘나가는 몰들이 입점해 있으면, 이탈했던 몰들도 다시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한두 달 안에 과거 규모를 회복할 자신도 있었다. 업계나 대행사 측에서도 모두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던 차였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어떤 불만을 가졌던건가.
사용자들은 매일 들어와서 자신이 즐겨찾기 한 몰들의 신상 제품들을 확인하는데, 그 중 반 절 정도가 빠져 버리니까 불편함을 느끼더라. 리뷰나 전화, 메일 등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지그재그의 모습은 이런 게 아니라고 다수의 사용자들이 말해주었다. 고민이 됐다. 되돌리자니 이미 대행사 등을 통해 마케팅을 하느라 돈과 시간은 써버렸고, 업계에서 실패했다는 낙인이 찍힐 것도 걱정되고. 자존심도 상했다. 하지만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수익 모델에 대해 재고하기로 결정했다. 사용자의 사용 경험을 해치지 않는 수익 모델을 찾는 게 가장 중요했다. 사용자가 없으면 우리도 없다. 초심으로 돌아간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익화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향후 어떤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나.
자세히 밝히긴 어렵지만, 올해 말에는 반드시 수익화를 할 수 있도록 여러 모델을 두고 검토 중이다. 어떤 수익 모델이 우리 서비스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사용자와 쇼핑몰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지를 보고있다.
본인도 패션 쪽 일을 하지 않았고, 크로키닷컴이라는 팀 역시 과거 모바일 영어 학습 서비스를 만들어 매각한 경험밖에 없다. C 레벨에 주 고객층인 여성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들었다. 그런데도 타 쇼핑앱에 비해 좋은 성과를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크로키닷컴은 기술 중심 회사다. 보통 좋아하는 아이템으로 창업하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을 비즈니스에 녹여내는 경우가 많다. 시장이 그것을 필요해서 만든다기보다는, ‘이런 게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하는 감으로 시작하는 거다. 반대로 우리 팀은 패션 시장에 대해 한 발 떨어져서 관찰할 수 있었다. 하나의 취향에 매몰되지 않고, 데이터를 통해 시장의 문제를 들여다봤던 거다. 한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보다, 아예 다른 분야에 있던 사람이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다. 관행에 굴복하지 않고, ‘이건 왜 이렇게 해야 되지?’라는 어린아이와 같은 궁금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食에는 ‘배민’, 住에는 ‘직방’…衣에는 ‘지그재그’를 떠올리게 할 것
얼마 전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알토스벤처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투자자들은 어떤 부분을 높게 평가했나?
기술력, 시장을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야, 마케팅 능력을 골고루 좋게 평가해줬다. 알토스벤처스 김한준 대표와 식사를 같이했던 적이 있다. 그때 ‘패션 쪽은 굉장히 어렵다. 여러 시도가 있었는데, 패션 업계가 가진 문제를 잘 해결한 팀이 아직 없었다. 크로키닷컴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줬던 게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으로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20대 여성 60%가 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지그재그를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다. 10대, 30대, 40대 사용자 확대에 더 공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먹을 것에는 ‘배달의 민족’, 살 곳에는 ‘직방’이 있다면, 입는 것에는 ‘지그재그’가 떠오르도록 노력하겠다. 하반기에는 수익 모델을 작게라도 시험해 볼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역시 해외 시장 진출이다. 해외에 어떤 기회가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팀의 기술적 역량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가 분명히 있으리라고 본다. 부지런하게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들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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