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성장할 때 유의해야 할 점
매출이 1천만원에서 1억 원이 된 기업부터, 10억에서 100억원이 된 기업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성장과 규모는 저마다의 양상을 띈다. 이 과정에서 대표가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이며 스케일업을 하는 동안 필요한 인력은 누구인지, 기계가 얼마나 많은 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지 등 많은 부분이 의문일 수 있다.
패스트캠퍼스 주최로 열린 2017퓨처컨퍼런스서 다섯번의 창업, 한곳은 코스닥에 상장시키고 두 기업은 외국계 기업, 구글에 매각하는 등 창업 이력이 있는 노정석 리얼리티 리플렉션 CSO와 티몬 신현성 의장이 그들의 사업 성장 이야기를 공유했다.
티몬은 언제, 어떤 이유로 스케일업을 생각했나.
신: 초기에 우린 하나의 딜만 고집한 회사였다. 그 이상의 비전은 당시엔 없었다. 그러다 어떤 이가 부산에서 이 일을 하고 싶다 했고, 프렌차이즈 형태로 대구에서도 키워보고 싶다고 하는 등 자연스럽게 전국으로 확장했다. 스케일업이라는 의사결정 시기가 있었다기 보다 적합한 상품을 늘리며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억지로 스케일업 한 경우도 있었는데, 다 실패했다. 고객들이 스케일업 하는 타이밍이라고 말해줄 때가 가장 안전했다.
스케일업도 단계가 있다. 각 단계마다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보는지.
신: 티몬은 좋은 상품을 영업해서 고객에게 파는 곳이다. 초반엔 대여섯명이 상품을 발굴하고 직접 발로 뛰었다. 열정과 패기는 1억~10억 단계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그러다 다음 단계에선 선수보단 감독 포지션이었다. 선수가 효율적으로 움직이는지, 모두가 한 방향을 보며 달려갈 수 있는지 뒤에서 보며 뛰어 주는 게 중요했다. 매출이 가장 많은 지금은 감독과 선수 역할과 더불어 선수까지 찾아야 하는 입장이다.
노: VC나 당장 시장에 통하는 ‘연습’정도로만 운영 했다면 성장하지 못했을 거다. 전략적인 변곡점 타이밍일 때 뭐가 고객에게 옳은 건지, 그런 것만 내부적으로 질문하고 그것에 무섭게 파고들었던 게 전략이었다.
스케일업 과정에서의 인력 구성은 어떻게 하나.
신: 우리는 초반부터 구성원 인재상에 있어선 타협하지 않았다. 능동적인 플레이어, 자기 아이디어를 펼치고 데이터를 기반해 설득하는 사람을 찾았다. 다만 인재와 실력은 별개의 문제다. 잠재력 있는 인재라면 1년 뒤 많은 경험과 생각으로 뛰어난 매니저가 될 수 있단 생각으로 기다린다. 다만 내부 기대치보다 낮고 태도가 별로면 외부에서 사람을 찾으며 조직에 자극을 줬다. 스케일업을 하고 보니 회사와 같이 큰 사람 절반, 나중에 들어온 이들 절반으로 구성됐다.
노: 같은 방향을 믿어주는 사람과 함께 갔다. 고객을 설득하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한데, 안에서 끊임 없이 갈등을 만드는 인력이 있으면 곤란했다. 당시 실력만 있는 사람을 조직 안에 들일 것인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융화가 잘 되는 잠재력 있는 사람 중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했다.
근래 기술로 사람을 대체해서 효율성을 늘리는 게 일반적인 접근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신: 모바일 커머스 시장은 기술이 회사를 효율적으로 만들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빠르게 영업하는 사람을 영입해 발로 뛰며 파트너를 만났다. 다만 여섯 달 안에 기술이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채용하지 않았다. 스케일업 과정에서 사람이 먼저 고객을 만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술화를 진행했다. 현재 티몬의 구성원 1,300명 중 400명이 기술인력이다.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본다.
스케일업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때, 금액은 많을수록 좋을까.
신: 많이 받을 수 있다면 좋다고 본다. 넉넉히 운영하는 것도 답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대신 너무 무리한 가치, 그릇보다 크게 받아두면 다음 투자가 힘들어질 수 있으니 유의하면 좋겠다.
노: 계좌에 1천만원도 안 있어본 초보 창업가들에게 큰 돈은 독이 된다. 그런 단계를 넘었다면 많은 돈은 좋을 수 있다.
스케일업을 시도하다 겪은 실패한 사례가 있다면.
신: 운영 초반에 식당들이 알아서 시간별 쿠폰을 자동적으로 올릴 수 있도록 한 ‘티몬나우’라는 걸 만들었다. 충분한 검증을 거치고 만들었어야 했는데, 마케팅도 덜 준비됐고 동시에 영업도 잘 안 되서 실패했다. 이때 회사가 가진 재원보다 더 많이 낭비했고 팀원도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게 했다. 거기서 얻은 교훈이 너무 빠르게 요구하지 말자는 거다.
노: 예약 서비스를 만들고 다른 기업에 사업을 넘길 때가 생각난다. 우린 기술 기반의 회사였지만 그 서비스는 감성적인 부분이 많았다. 문제를 기술로 해결 하려다 보니 힘들었다. 크게 실패하기 전 확실히 잘 할 수 있는 이들에게 넘긴 뒤 잘하는 것만 하자고 결정했었다. 기업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걸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론만 있으면 안된다.
스케일업 과정 중 대표에게 중요한 덕목은 뭘까.
노: 스케일업 직전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다. 결심하면 최소 6 개월에서 2년까지는 한다는 끈기도 있어야 한다.
신: 스케일업 과정에서 많은 일이 생기는 만큼, 힘들어 하기보다 이를 즐겨야 한다. 스케일업 할 때 회사의 본질적인 가치를 종종 잊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