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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필수 도구’ 전 세대 사로잡는 AI 교육의 물결

우리는 지금, 종이와 연필이 아닌 AI와 디지털이 주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에 교육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 지식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인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디지털 소양’이 핵심 교육 목표로 등장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이를 단순한 유행이라 생각했다. 교육부의 또 다른 실험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시대의 필연이었다. 언어와 수리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어쩌면 그보다 더 결정적인 21세기의 필수 역량이 디지털 리터러시였던 것이다.

초중고 교실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한 중학교 국어 시간, 학생들은 AI의 도움을 받아 연극 대본을 작성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AI에게 “17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한 코미디 연극을 써줘”라고 요청했고, 놀랍게도 AI는 몇 초 만에 기본 대본을 제시했다. 학생들은 그것을 토대로 자신들만의 아이디어를 덧붙이고, 대사를 다듬고,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흥미로운 건, 교사가 AI의 한계와 윤리적 문제도 함께 가르친다는 점이었다. “AI가 만든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돼요. 가짜 뉴스를 구분하고, 저작권을 존중하며, AI가 때로 ‘환각’을 일으킨다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AI의 실수를 찾아내는 게 마치 보물찾기처럼 재미있어 보였다. 이런 수업에는 물론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학부모 동의, 연령 제한, 명확한 저작권 기준 같은 것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새로운 학습법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AI 교육의 수요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보다 중장년층에서 더 높다는 점이다. 데이원컴퍼니의 통계에 따르면, AI 강의 방문자 중 45~54세가 2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에게 AI는 생존을 위한 필수 도구다. “나이 들어 새로운 걸 배우기 싫어요”라고 말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배우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불안이 그들을 강의실로 몰아넣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공유 오피스. 오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강의를 듣고 있었다. 그는 30년간 중소기업에서 영업 관리직으로 일해왔다. “처음엔 AI가 내 일자리를 뺏을까 봐 두려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AI를 활용해 내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배우고 있죠. 부장님은 아직도 엑셀로 모든 걸 하시는데, 나는 AI로 동일한 작업을 10분의 1 시간에 끝냅니다. 비밀이지만요.”

그의 말에서 우리 시대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 AI 교육은 이제 단순한 호기심이나 취미가 아니다. 직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때로는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다. 4050 세대가 주말마다 AI 교육 강의실을 채우는 이유다.

AI 교육의 흐름은 뚜렷하다. 실무 중심, 맞춤형, 윤리 강조, 그리고 글로벌 협력이다. 한국AI교육진흥원, 고려사이버대학교, 한국생산성본부 등 다양한 기관에서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들은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특히 직무별로 세분화된 교육과정은 비전공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마케팅팀은 AI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디자인팀은 미드저니로 이미지를 생성하며, 개발팀은 코파일럿으로 코딩 속도를 높입니다.” 한 대기업 교육 담당자의 말이다. “부서마다 필요한 AI 활용법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직무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있어요.”

이런 세분화된 접근법은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가장 인기 있는 AI 강의는 ‘테디노트의 랭체인을 활용한 GPT부터 로컬 모델까지의 RAG 가이드’로, 누적 매출 60억 원을 돌파했다. 이 숫자는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를 보여준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3억 원이었던 AI 강의 매출이 85억 원으로 증가했다. 2,733%의 성장률. 이런 숫자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한편, AI 교육에서 윤리적 측면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AI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 한계와 위험성도 알아야 합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정보 교사는 말했다. “우리 학생들에게 AI가 만든 정보를 그대로 신뢰하지 말고, 항상 검증하는 습관을 가르치고 있어요. 특히 개인정보 보호와 저작권 문제는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죠.”

윤리 교육은 단순히 이론적인 내용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사례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의도적으로 오류가 포함된 AI 생성 텍스트를 주고, 그 오류를 찾아내는 수업을 진행한다. 또는 다양한 AI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토론하게 한다. 이런 접근법은 단순히 AI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디지털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심어주는 데 목적이 있다.

글로벌 에듀테크 협력도 AI 교육의 중요한 트렌드다. 국내 교육 기관들은 해외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글로벌 스탠다드의 AI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구글의 AI 아카데미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AI를 활용한 비즈니스 성장 전략을 가르치며, 다양한 국가의 교육자들이 모여 AI 교육 방법론을 공유하는 국제 컨퍼런스도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AI 교육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리고 그 환경을 주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동시에 AI를 다루는 윤리와 책임감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 기술만 앞서고 윤리가 뒤처지면 우리는 결국 그 기술의 노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그 카페에서 만난 중년 남성이 떠오른다. AI의 환각을 걱정하던 그의 표정에서, 우리 시대의 불안과 기대를 동시에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변화하는 세상 앞에서 불안해하면서도, 그 변화에 동참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의 모습.

AI 교육이 가져올 미래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AI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점이다. AI를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을 현명하게 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AI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플래텀 에디터 / 스타트업 소식을 가감 없이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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