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76] 집 소파에 앉아 윤도현밴드 공연을 볼 수 있다면?
음악을 듣기 위해 런던 내 펍을 찾았던 레이프 오퍼는 시끄러운 관객 때문에 음악을 즐기지 못하게 되자, 집에 뮤지션을 초대해 지인들과 공연을 즐기는 ‘소파사운즈'(Sofarsounds)’를 생각하게 됐다. 이 공연 형태는 2009년 런던에서 초연한 뒤 전세계로 확산돼 뉴욕, 베를린 등 전세계 380여 개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다. 소파사운즈를 통해 수요자인 관객은 소파사운드를 통해 공연을 좀 더 가까이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공급자인 뮤지션은 다른 나라에서도 자신의 음악을 선보일 기회를 얻는다.
대한민국 국민은 한해 평균 영화관에서 4번 영화를 본다. 그 중 한 번을 공연 관람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팀이 있다. 국내 아티스트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소파사운즈를 도입한 음악 비즈니스 플랫폼 라온버스의 운영사 PTM이다. 이들은 뮤지션 대상 에이전트 서비스, 관계자 네트워크 프로그램, 음악콘서트 등을 운영하며 지속가능한 공연 문화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소파사운즈-코리아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이기도 한 송준호 PTM 대표를 만나 그들이 지향하는 음악은 무엇인지, 이를 위해 무엇을 해결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당장의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당연히 수익을 내야 하지만 현재는 호스트, 뮤지션, 팬 인프라 구축을 통해 여러 수익모델을 실험중이다. 소파사운즈는 이를 위한 하나의 콘텐츠다. 소파사운즈는 손익이 안 맞는 공연이다. 1회 진행할 때마다 인건비만 약 500~1000만 원 정도 필요하다. 평균 60명정도가 오는 공연이니, 영리로 전환한다면 10만원 꼴이다. 당장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소파사운즈에서만의 수익을 고려하는 게 아닌, 다른 사업에서도 수익을 낼 부분을 생각하고 있기에 해결점을 찾고 있다.
사실 이 공연엔 전문성과 품이 많이 든다. 일반 공연 뿐만 아니라 유튜브에 올릴 라이브 레코딩 영상도 촬영해야 한다. 그 뿐인가. 공연이 끝나면 믹싱 마스터링도 해야 하고 채널에 송출하기 위해 편집도 필요하다.
이렇게 하는 건 국내의 다양한 음악을 세계인에게 소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몰두하느라 영리를 강구하는 덴 상대적으로 힘을 쏟는 게 어려웠다. 그렇게 3년간 총 40여회의 공연(서울기준, 인천포함 70여회)을 했다. 108팀의 뮤지션이 참여했고, 현재까지 공연신청자 수 3,500여 명, 2회 이상 신청 60%, 대략 2,400여명(RSVP)이 공연을 관람했다. 소파사운즈가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를 푸는 데 좋은 도구임이 검증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뭔가.
뮤지션에게 새로운 팬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관람객에겐 ‘누가 나오는진 몰라도 소파사운즈에 가면 믿고 볼 수 있는 공연이 준비돼 있다’는 인식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콘서트엔 8:2의 비율로 무료/유료 관람객이 형성된다. 80%에겐 무료로 공연을 보여준다. 다만 추첨된 사람에 한해서다. 20%의 관람객은 유료로 표를 사서 보면 된다.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지금까지 함께한 뮤지션은 윤도현밴드, 에릭남, 하림과 이한철 등 알려진 이들부터 실력 있지만 덜 알려진 밴드 등 다양하다. 이들을 소파사운즈의 글로벌커뮤니티에 소개해 해외각지에서 공연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소파사운즈를 한국에 도입한 이유가 있나.
소파사운즈를 도입하기 전 우린 두가지를 고민 하고 있었다. 국내의 다양한 음악을 해외에 보여주는 시장 확장 측면, 인지도외 다른 요소로 대중에게 신뢰를 얻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다 2014년 초 한 매거진에 나온 소파사운즈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런던에 연락했다. 오래도록 고민하고 있었던 문제의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다.
일반적인 공연과의 차별점이라면.
3가지가 다르다. 공연 당일에 라인업을 공개한다. 그전엔 누가 공연하는지 모른다. 게다가 공연은 옥상, 갤러리, 쉐어하우스 등 일반적인 공연장이 아닌 공간에서 열린다. 이렇다 보니 보통 6,70명 내외의 소규모 공연이 진행된다. 글로벌네트워크도 강점이다. 전 세계 380여 개의 도시들이 소파사운즈 라는 이름의 커뮤니티로 구성돼 있고, 제작된 영상은 유투브를 통해 공유한다.
현지화 작업은 어떻게 진행했나.
2012년부터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화 했다. 런던의 소파사운즈 공연은 한달에 100회 넘게 열린다. 그만큼 문화가 익숙하고 즐기는 문화가 일상 속에 녹아 있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도 편하게 즐기고, 음향 장비도 덜 갖춰져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시간을 들여 공연에 간다는 인식이 있어서, 어느정도 공연 형식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관객이 만족하고 돌아가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공간과 분위기, 스텝 응대 모두가 어우러져야 한다. 혼자오는 것도 어색해 하기에 당첨된 관객은 친구 한 명을 더 초대할 수 있도록 했다.
공연의 궁극적인 타깃은 어떤 이들인가.
영화 이외의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다. 동시에 우리 공연을 처음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도록 유도하고 있다. 숨은 고객을 찾는게 아니라, 전염시키는 데 중점을 두는 형태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려 하나.
소파사운즈코리아 프로젝트를 지속적이고 자생할 수 있는 별도의 조직체로 구성하려고 한다. 내년부턴 서울, 인천에 이어 3개의 도시로 넓혀갈 계획이고, 문화적 정서와 역사가 닿아 있는 아시아권 확장도 생각하고 있다.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회사 얘기를 해보자. 직책이 많다(PTM 대표 / 라온리퍼블릭 VP / 소파사운드 코리아 총괄).
근래 소파사운즈로 알려져 있지만, 내부에선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우선 라온버스(raonverse)는 즐겁다는 뜻의 순우리말인 ‘라온(Raon)’과 은하계를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과 음악을 즐기는 팬들이 공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라온버스에선 뮤지션을 대상으로 에이전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온버스-윙’, 예술과 비즈니스 계통 관계자간 네트워크 프로그램 ‘르네상스소사이어티’, 특별한 공간에서 소소한 음악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소파사운즈-코리아’가 운영되고 있다.
6년 차 창업자다. 사업이전 대학 연합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등 다채로운 이력이 있다.
2007년 ‘카르페디엠’이라는 대학생 연합 커뮤니티를 운영했다. 대학생활 동안 꿈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만든 커뮤니티인데, 그때부터 작더라도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지금과 비슷한 일은 2012년부터 시작했다. 어릴 때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돼 꿈을 포기했었다. 그래서 돈 때문에 하고싶은 걸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뮤지션과 무대를 이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좋은 음악가는 많은데 현실 때문에 포기하는 이들을 많이 봤다. 이들이 자유로운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현장매니저, 커뮤니티 형성, 버스킹 공연 지원 및 팜플렛과 앨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렇게 운영하는 동안 로꼬, 혁오, 악동뮤지션 등 다양한 뮤지션과 알게 됐다. 프로페셔널한 뮤지션의 디딤돌이 되겠단 각오로 임했지만 고민도 깊어졌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한 이들의 절반이 음악활동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문제를 잘못 풀었단 생각이 들어 깊이 파고들어보니 홍대 뮤지션들은 팬들과 오래도록 함께 할 음악을 하기만 하면 만족해 했다. 이때부터 문제를 푸는 관점을 달리했다. 뮤지션들의 생계를 해결하는 동시에 이들이 더 많은 팬을 만날 수 있도록 시장을 넓혀야 겠단 결심을 했다.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온 거다.
초기의 고민과 지금의 고민은 다를 거다.
초반엔 문제 해결에 주안점을 뒀다. 국내엔 대중음악만 있는 게 아니다. 비율로 놓고 보면 대중음악은 12%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88%의 음악이 우리 주위에 있다. ‘88%의 저평가 우량주’를 찾아 문화 저변을 확대하고 싶었다. 방법을 찾아 다양한 시도를 했다. 어느정도 방향성을 잡았고 검증도 됐지만 강력한 추진력을 위한 장치가 없어 고충이 있다. 여기엔 자금도, 여건도 모두 해당된다. 이런 이슈가 해결되면 본 사업에 몰입하려 한다.
함께 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고.
많다. 현재 직장인, 대학생 각각 절반씩 구성돼있다. 자아실현과 네트워킹, 또는 관련업에 종사해보고 싶은 것 등 각각 니즈는 다르다. 그들이 있었기에 공연이 가능했다. 반면에 그들의 노력에 걸맞는 비용을 책정할 수 없어 마음이 불편하다.
이 사업, 프로젝트가 성장하기 위한 제1 요소는 어떤 것이라고 보나.
좀 더 많은 공급과 접근성, 그리고 200% 만족시킬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현재까지는 매 공연마다 소파사운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높이는데 방점을 두고 팬층을 늘리는데 신경 쓰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한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분당 정자동에서 한 공연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엔 소파사운즈로 공연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모객부터가 걱정이었는데, 결과적으로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관객이 공간을 가득 메웠고 한데 어우러져 즐겁게 공연을 관람했다. ‘어른 세대는 김광석, 양희은만 좋아하겠지’, ‘요즘 애들 노래는 가사나 들리나’, ‘오프라인으론 모객이 어려울 것 같다’ 등 편견이 모두 그 공연에서 깨졌다. 아티스트도 만족했던 공연이었다. 평소라면 10명도 모으기 힘들고 관련 상품도 사기 어려웠던 팀이다. 이들은 그날 공연료도 받았고 굿즈도 완판했다.
우리로서도 모든 걸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타깃 고객의 연령대를 구분 지을 필요 없이 대중과의 연결점을 잘 이어줘야 한다는 의지도 생겼고. 이후 내부에선 모든 연령대가 어울릴 수 있는 지속가능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획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얼마전 마이뮤직테이스트가 123억의 투자유치를 했다.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아직까지 국내 공연시장은 소비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편이다.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뮤지션의 유무와는 별개로 음악을 라이브로 듣기 위해 공연장을 찾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라이브공연의 수요를 사전에 발굴하는 마이뮤직테이스트의 사례는 고무적이다. 공연을 보러 가는 문화 저변확대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국내에 음악 콘텐츠 사업으로 제대로 된 모델을 구축한 사례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는 너무 빨리 발전했다. 압축성장을 하며 경제 수준은 20~30년 사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고, 경제발전 속도에 생활을 적응해서 살아오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문화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한국 문화시장은 향유하는 문화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매우 다른 세대가 동시대에 존재하는 형국이다.
문화콘텐츠도 투입 대비 산출을 따질 수 있는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결과를 판단하는 지표가 조금은 다를 수 있고,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는 차이가 있겠다. 문제는 그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한다는 점 같다.
타이밍도 중요한 문제다. 너무 앞서가지도 않고, 너무 대중적이지도 않은,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트렌디함이 필요하다. 소파사운즈는 ‘반걸음’ 앞서나간 뮤직콘텐츠 플랫폼을 지향한다.
음악 산업엔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해결하는 누군가가 시장의 선두주자가 될까.
미국은 에이전트와 매니지먼트가 분리 돼있다. 보통 매니지먼트는 제작, 에이전트는 아티스트의 프로모션을 담당한다. 아티스트는 자신의 에이전트가 회사를 옮기면 매니저를 따라 회사를 옮기기도 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한 곳에서 모두 취하고 있다. 아이돌 및 대형기획사에선 이슈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대중음악 외 분야에서 발생한다. 가뜩이나 규모 면에서 작은데 내부에서 공격적인 프로모션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의 목표는 아티스트가 매니지먼트와 에이전트를 취하지 않고도 우리 서비스 내에서 활동하는 거다.
다음 계획은.
공황장애에 걸릴 정도로 3년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더욱 알차게 보내기 위해 걸음을 재촉중이다. 올해는 11월까지 공연한 뒤 내년 3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공연을 운영하고, 두달 쉰 뒤 하반기 공연을 할 계획이다. 12월엔 공연이 없는 대신 공간을 대여해 뮤지션과 팬, 호스트를 초대할 예정이고. 내년엔 라온버스의 새로운 플랫폼도 기획중이다. 쉽고 가벼운 서비스를 생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