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자 400만·사용자 8억 시대, OpenAI DevDay 2025서 본 개발 생태계의 대전환
10월 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포트 메이슨에서 열린 OpenAI DevDay 2025에서 샘 알트먼 CEO는 “현재 20대 중퇴자 세대가 부럽다”고 말했다. 2005년 스탠포드를 중퇴하고 위치공유 앱 Loopt를 공동창업한 그조차 젊은 창업자들을 부러워한다. 그만큼 지금은 특별한 시대다.
아이디어에서 제품까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시대
“아이디어에서 제품으로 가는 속도가 이렇게 빠른 적이 없다”는 알트먼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그는 ChatGPT로 독학한 일본의 89세 은퇴자가 고령자용 아이폰 앱을 개발한 사례를 들며, 코딩 경험 없이도 제품을 만드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예고했다.
젊은 창업자들의 ‘엣지’는 명확하다. Replit과 Cursor 같은 플랫폼이 기술 진입장벽을 허물었고, 미국 일부 대학의 학비가 50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창업은 오히려 합리적 선택지가 됐다.
벤처캐피털의 움직임이 이를 뒷받침한다.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중퇴자와 졸업생들에게 지난 10년 중 최고의 시기”라 평가했고, Y Combinator의 최근 배치에서는 대학생·졸업생 비율이 2년 전 10%에서 30%로 급증했다.
희소성에서 풍요로: 무한 맞춤형 소프트웨어 시대의 개막
알트먼이 그리는 미래는 “Abundant Software”의 시대다. 과거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희소성은 소수의 범용 앱만을 허용했다. 모두가 같은 도구를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AI는 이 공식을 뒤집었다. 애리조나 주립대 의대생은 어려운 환자 대화를 연습하는 가상 앱을 만들었고, 베르사유 궁전은 Realtime API로 방문객이 예술품과 대화하게 했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앱을 즉시 구현하는, 무한 맞춤형 소프트웨어의 시대가 열렸다.
ChatGPT, 8억 사용자의 플랫폼으로 진화
DevDay 2025의 핵심은 생태계의 전면 개방이었다. “ChatGPT 내부에서 실제 앱을 구축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는 알트먼의 선언은, 인터랙티브하고 적응력 있는 차세대 앱의 탄생을 예고했다.
현재 OpenAI 플랫폼은 400만 개발자가 사용 중이며, ChatGPT 주간 활성 사용자는 8억에 달한다(2월 4억에서 6개월 만에 배증). API 토큰 처리량은 2023년 분당 3억 개에서 60억 개로 20배 폭증했다. 단순한 사용자 증가가 아닌, 실제 개발 활동의 폭발적 성장을 보여주는 지표다.
새로 공개된 Apps SDK는 개발자에게 수억 명의 사용자 접근권을 제공한다. Spotify, Coursera, Canva, Zillow, Figma가 이미 합류했고, 개발자들은 곧 “ChatGPT 내 즉시 결제 프로토콜”을 통해 수익화할 수 있다.
알트먼이 직접 시연한 Zillow 통합은 이 생태계의 잠재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개를 위한 마당이 있는 3베드룸 집, 근처에 도그파크가 있으면 좋겠어”라는 자연어 한 줄에, 앱은 조건에 맞는 매물을 필터링하고 투어까지 예약했다.
8분의 마법: AgentKit이 보여준 에이전트 개발의 민주화
두 번째 발표인 AgentKit은 “프로토타입에서 프로덕션까지”의 여정을 극적으로 단축시킨다. OpenAI 플랫폼 경험팀의 크리스티나 황은 무대에서 8분 만에 완전히 작동하는 에이전트를 구축해 보였다.
AgentKit은 Agent Builder(시각적 로직 설계)와 ChatKit(맞춤형 채팅 인터페이스)을 중심으로, 성능 지표·추적 등급·자동 프롬프트 최적화·주간 200만 건의 평가 실행 기능을 제공한다. Human-in-the-Loop은 중요한 의사결정에 사람을 개입시키고, Guardrails는 PII 마스킹과 환각을 방지한다.
코딩의 민주화: 30년 된 프로토콜을 순식간에 습득한 Codex
리서치 프리뷰를 벗어난 Codex는 GPT-5 Codex 모델로 정식 출시됐다. “에이전틱 코딩을 위해 특별히 훈련된 GPT-5″라는 알트먼의 설명처럼, 이 모델은 에이전트처럼 자율적으로 코드 리팩토링과 리뷰를 수행하며, 작업 복잡도에 따라 사고 시간을 동적으로 조절한다.
출시 이후 40조 토큰을 처리하며 OpenAI 역사상 최고의 채택률을 기록 중이다.
“OpenAI에서 작성되는 거의 모든 신규 코드가 Codex 사용자로부터 나온다”는 알트먼의 말은 내부 검증을 거친 진술이다. Codex 사용 엔지니어는 주당 풀 리퀘스트를 70% 더 완료하고, 거의 모든 PR이 Codex 리뷰를 통과한다.
Cisco의 사례는 더 극적이다. 전사 도입 후 코드 리뷰 시간을 50% 단축했고, 평균 프로젝트 타임라인은 몇 주에서 며칠로 압축됐다. 월요일부터 Slack 통합도 시작돼, 채널에서 Codex를 태그하면 대화 맥락을 파악해 자동으로 작업을 완료한다.
손으로 쓴 코드는 한 줄도 없었다
DevDay 무대에서 OpenAI의 Romain Huet가 선보인 라이브 데모는 압권이었다. Sony FR7 카메라 제어를 위해 30년 된 VISCA 프로토콜이 필요했는데, Codex는 이 특수 프로토콜을 자동으로 학습하고 정확한 헤더를 식별해 완벽히 구현했다.
이어진 Xbox 컨트롤러 통합에서 Codex는 더 놀라운 판단력을 보였다. 버튼 매핑을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조이스틱을 카메라 pan/tilt에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무대 조명 시스템 제어를 거쳐, 마지막엔 음성 명령만으로 실행 중인 앱을 실시간 재프로그래밍해 영화 엔딩 크레딧을 생성했다.
“음성, 주변 기기, 스케치를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로 만들었습니다. 코드를 손으로 쓰지 않고요.” Romain의 이 한 문장은 과장이 아니었다.
API에는 GPT-5 Pro와 GPT Realtime Mini가 추가됐다. GPT-5 Pro는 금융·법률·헬스케어 등 고난도 영역에 특화됐고, Realtime Mini는 8월 출시 모델의 소형 버전으로 70% 저렴하면서도 동일한 음질과 표현력을 유지한다.
“음성이 AI 상호작용의 주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알트먼의 전망은, 이 기술적 진보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Sora 2는 API로 첫 공개됐다. 영상 길이·화면비·해상도를 상세 지정할 수 있으며, “풍부한 사운드스케이프, 앰비언트 오디오, 시각 동기화 효과”를 제공해 단순 영상 생성을 넘어선다.
플랫폼 종속, 남겨진 그림자
하지만 환호 이면에 우려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OpenAI 생태계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경계한다. 한 개발자는 “모든 발표가 OpenAI API에 종속된다”며 플랫폼 리스크를 지적했다.
Apps SDK의 EU 미제공, 지난달 Expedia 앱의 화염병 제조법 안내 버그는 생태계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Codex로 인한 생산성 급증이 장기적으로 일자리 구조를 재편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가볍지 않다.
AMD와의 동맹: 인프라 전쟁의 서막
행사 당일 아침, 알트먼과 AMD CEO 리사 수는 5년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계약을 발표했다. OpenAI는 AMD Instinct GPU 6기가와트를 구매하며, 2026년 말부터 1GW의 MI450 칩 도입이 시작된다.
예측 불가능한 혁신의 궤적
알트먼은 Rowan Cheung과의 대화에서 “ChatGPT 시작 당시 우리의 지속 가능한 장점을 물었다면 ‘전혀 모르겠다’고 답했을 것”이라며, ChatGPT 메모리 같은 기능이 나중에 등장한 점을 들어 혁신의 예측 불가능성을 강조했다.
2005년 스탠포드를 떠난 알트먼은 이제 더 강력한 도구로 무장한 다음 세대를 부러워한다. “지난 몇 년간 무엇을 만들지 깊이 생각할 정신적 여유가 없었지만, 만들 수 있는 멋진 것들이 많다는 걸 안다”는 그의 고백은 진솔했다.
DevDay 2025는 개발 생태계의 대대적 재편을 선언했다. Apps SDK, AgentKit, Codex GA, 그리고 새로운 API 모델들. 이 도구들이 실제로 “아이디어만으로 창업 가능한” 시대를 만들지는 앞으로 검증될 일이다.
다만 오늘 발표된 모든 것이 OpenAI라는 단일 플랫폼 위에 구축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8억 사용자와 400만 개발자로 구성된 이 생태계가 지속 가능한 기회의 장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종속을 만들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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