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대평가 버블” 경고…양극화 심화로 비AI 스타트업은 ‘자금 가뭄’
올해 벤처캐피탈 투자액의 절반 이상이 AI 기업에 집중되며 역대 최고치 경신
2025년 들어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탈(VC) 투자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올해 현재까지 AI 스타트업에 투입된 벤처캐피탈은 1,927억 달러(약 275조원)에 달하며, 2025년은 전체 VC 투자액의 절반 이상이 AI 산업으로 향하는 역사상 첫 해가 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AI 스타트업이 2,502억 달러의 VC 투자 중 60% 이상을 끌어모으며 해당 섹터의 지배력을 확인시켰다. 올해 전체 VC 거래 건수의 30%가 AI 기업에 집중됐으며, 메가 라운드로 인해 금액 기준 비중은 더욱 높게 나타났다.
대형 AI 기업 쏠림 현상 심화
투자는 주로 기존 대형 스타트업에 집중됐다. 앤트로픽(Anthropic)과 xAI는 이번 분기에만 각각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반면 AI에 집중하지 않는 신생 기업들은 자금 확보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치북의 카일 샌포드 연구이사는 “시장을 보면 어디든 양극화돼 있다”며 “AI 기업이거나 아니거나, 대형 기업이거나 아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최근 분기 기준으로 미국 벤처캐피탈의 62.7%, 글로벌 투자자의 53.2%가 AI 기업에 자금을 배분했다. 올해 전체 VC 거래 규모는 3,668억 달러에 달하며, 투자의 상당 부분이 미국에 집중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은 ‘빙하기’
일부 AI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받는 반면,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상황은 암울하다. AI에 깊이 관여하지 않은 기업과 스타트업은 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2025년 벤처 투자를 받은 기업 수는 최근 몇 년 중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벤처펀드 결성 건수도 급감했다. 피치북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적으로 823개 벤처펀드가 총 800억 달러 이상을 조성했다. 이는 4,430개 벤처캐피탈이 약 4,120억 달러를 모금했던 2022년과 비교해 극적인 감소세다.
전문가들 “과대평가 버블” 경고
투자자들이 차세대 유망 AI 스타트업을 찾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금을 쏟아붓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버블 형성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의 브라이언 여(Bryan Yeo) 최고투자책임자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밀켄 인스티튜트 아시아 서밋에 참석해 “초기 단계 AI 벤처 투자에서 ‘과대평가 버블(hype bubble)’이 형성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AI 기업들에 대한 높은 기대치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기록적 수준의 투자금을 정당화하는 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 CIO는 또한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 정부들이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된 점을 언급하며 재정 리스크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세계 경제가 이 거대한 부채 규모를 성장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가 문제”라며 “정치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출 삭감과 증세를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가 이런 지점에 도달하면 글로벌 시장을 위축시키고 해당 국가 통화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샌포드 이사는 “벤처펀드 후원자들과 VC 파트너들이 투자처를 더욱 신중하게 선택하고 있으며, AI에 집중하고 있다”며 당분간 이러한 투자 쏠림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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