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경기로 살펴보는 스타트업 팀(Team)의 의미
일견 복잡해 보일지 모르지만, 컬링 경기규칙은 단순하다. 복잡한 규칙은 올림픽 종목이 되기도 어렵다.
경기 규칙을 요약하자면, 빨간색과 파란색 원으로 된 상대방 하우스 중심에 20kg짜리 화강암 컬링 스톤(curling stone)을 가장 근접하게 놓는 팀이 이기는 타켓 종목이다. 이렇듯 규칙은 단순하지만, 하우스 중심에 팀의 스톤을 근접시키기 위한 전략싸움을 해야하기에 선수들의 머리는 복잡하다. 그래서 컬링을 가르켜 ‘빙판 위 체스’라고도 부른다. 힘싸움이 아닌 기술싸움이자, 수 싸움이 치열한 종목인 셈이다. 여타 동계스포츠 경기와 비교해 외형상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이라면 선수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마이크로폰을 이용한다는 것 정도다.
컬링은 4명으로 이루어진 팀경기다. 그것도 이어달리기 식의 단체경기가 아니라 투구자가 스톤을 던질때마다 리드(lead)-세컨드(second)-써드(third / 부주장)-스킵(skip / 주장) 등 모든 팀원이 각자의 역할에 맞게 움직여 원하는 결과물, 즉 팀의 스톤이 중심에 근접하게 놓여지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경기다.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스타트업도 위에 설명한 컬링팅과 유사하다.
컬링 선수구성(스타트업 팀구성)
컬링선수는 스톤(사업 아이템)을 던지는 순서대로 구분하자면, 리드(기획자), 세컨드(개발자), 서드(디자이너), 스킵(CEO)으로 나눈다.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아이디어 발안자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리드가 CEO역할로 보일지 있지만, 스타트업 대표는 사업 아이디어, 아이템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다. 컬링경기의 스킵(주장의 역할)과 마찬가지로 하우스 안에 서서 마이크로폰을 통해 리드와 세컨드 서드에게 스톤(사업)의 방향과 작전을 지시하는 야전 사령관이다. 스킵은 투구 하나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만 경기(사업) 전체를 볼 줄 알야야 하고, 상황에 맞는 방향성을 제시하며, 팀원에게 그것을 납득시켜 일을 추진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물론 전제조건은 하고 싶은 사람이 해야 한다. 대표는 동아리 회장 뽑듯이 해서는 안된다.
컬링경기에서나 사업에서 간과되는 부분이 하나 있다. 컬링경기에는 위에 설명한 4명이 나서지만, 컬링시트 밖에는 농구용어로 치자면 식스맨에 해당하는 핍스(Fifth)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제5의 선수이자 일반적으로는 후보선수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러한 인적 자원이 없으면 팀원 중 한 명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만으로도 팀의 유지가 힘들다. 핍스는 컬링팀 내 가장 우수한 리드(기획자)도 세컨드(개발자)도 서드(디자이너)도 아니지만,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줄 아는 팀원이 맡는다. 각각의 포지션에 깊지는 않지만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미래의 스킵(CEO)이 될 자질이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으로 놓고 봤을때 핍스는 인턴이나 합류한지 얼마 안되는 팀원일 확률이 높다. 당장은 미숙하더라도 팀의 미래를 위해 함께 키워야 한다. 단순한 일만 시켜서는 사람은 크지 않는다. 도움이 안될지언정 회사가 어느방향으로 가는지 어떤일을 하는지 등 직접적인 업무와 비전을 공유해야 점차 역할의 범위가 넓어진다. 미래의 리드와 세컨드, 서드, 종국에는 CEO로 까지 핍스를 키우는 것은 기존 팀원들이다. 물론 사람 키울 시간이 없는 스타트업에서는 생초짜보다는 어느정도 다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재원을 합류하는 것이 좋겠지만.
경기방법(스타트업 사업화, 사업과정)
컬링 경기(사업)는 두 개 팀간의 대전경기다. 팀들끼리 ‘컬링시트(창업 생태계)’라 부르는 직사각형의 얼음 링크 안에서 ‘컬링 스톤(사업 아이템)’이라 부르는 둥글고 납작한 돌을 미끄러뜨려 ‘하우스(창업성공)’라 부르는 표적 안에 넣어 득점하는 타켓 방식 게임이다. 하우스는 일견 파란색과 붉은색으로만 보이지만, 내부 하얀색 선을 포함해 4개의 원(경쟁력, 비즈니스 모델, 마케팅, 투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크기는 가장 바깥쪽 원부터 반지름이 각각 1.83m, 1.22m, 0.61m, 0.15m이며, 가장 안쪽의 원을 ‘티(엑시트, IPO)’라고 한다.
경기규칙(스타트업 생태계)
컬링은 두 팀이 10엔드(10회전)에 걸쳐 각 엔드에 한 선수당 2개씩 총 16개의 스톤을 번갈아 상대팀 하우스를 향하여 던진다.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은 하나의 아이템으로 끝까지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않다. 린스타트업이라는 말이 트랜드처럼 회자 되듯이 다양한 아이디어와 아이템을 시장에 시험해보고 아니다싶으면 재빠르게 아이템을 전환(피벗)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10엔드 16개의 스톤(사업화)을 던졌어도 성공을 하지 못한다면 시대를 앞서가는 팀이거나 사업에 재능이 없는 것이다.
컬링 경기에서 스톤은 선수의 손을 떠나 상대편 하우스 앞의 호그라인(티 앞쪽으로 7야드 지점 각 끝에 그어진 선)을 넘어야 정상적 투구로 인정되며, 스톤이 하우스 안에 들어가면 득점이 되고 상대 팀보다 티에 근접한 스톤에게 1점씩을 부여한다.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경쟁사보다 티(여기서는 성공이라는 의미)에 가깝게 스톤을 근접시켜야 하는 거이 당연하다. 다만 일부 스타트업에게 나타나는 것 중에 하나가 자사 서비스를 강조하기 위해 경쟁 서비스를 의도적으로 비하하는 마케팅 수법이다. 정당한 수준이라면 납득이 되겠지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컬링 경기에서 호그라인 선 밖으로 스톤이 나가면 제거 되듯이 경쟁사에 대한 경제도 적정수준을 지킬 필요가 있다. 컬링경기에 규칙이 있듯이 사업에는 상도의라는 것이 있다.
컬링경기를 지켜보는 팬의 입장에서 보면 각 엔드마다 일관되게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스톤을 목표에 맞게 밀어 던지는 투구자의 유려한 자세와 2명의 스위퍼들이 브롬(broom)이라 불리우는 빗자루 모양의 스틱으로 스톤이 나아가는 빙판길을 닦아 속도와 진로를 조절하는 장면, 스톤과 스튼이 부딧치는 임팩트 순간, 그리고 스킵이 마무리 하는 장면이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사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컬링처럼 팀이 하는 것이다. 사업은 볼링 팀경기 처럼 한 프레임을 혼자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각 엔드마다 모든 팀원이 각자의 역할에 맞는 역할을 완수하는 협업이 유기적으로 되어야 한다. 그래야 스타트업이고 그래야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
컬링 경기 이모저모(스타트업 이모저모)
앞서말했듯이, 컬링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빙판의 체스’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가판에서 ‘골라! 골라!’ 식 모객도 생각없이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장소 유동인구를 고려해야 하고, 유동인구의 성별과 나이도 감안해야 한다. 이를 파악한 후 매장을 정하고, 예산에 맞춰 아이템을 선택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사업도 도소매 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고된 ‘제조’과정이 추가되지만, 소비자는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는 창업자의 제조과정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결과물로 말할 뿐이다.
컬링은 힘보다는 기술력 위주의 경기다. 하지만 스톤이 16번 투구될 때마다 빙판을 닦는 격렬한 스위핑을 해야하기에 체력은 필수다.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체력이 없으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에게 있어 체력은 젊음이라는 휘황찬란함에 가려져 간과되고 있지만, 냉정하게 이야기 하자면 개인의 건강을 떠나 회사의 매우 중요한 무형 자산이다. 피치 못하게 몇 일 혹은 몇 주 무리를 할 수는 있지만, 그러한 생활이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언제고 탈이 날 확률이 높다. 그것이 일찍오고 조금 늦게 올 뿐이다. 밤새 개발하고 라면으로 끼니를 떼웠다는 것은 닷컴버블시대 이야기다. 게다가 미담도 아니다.
사업은 먼저 한 사람이 유리하다. 물론 제대로사업화를 진행했을 때 이야기다. 이러한 강력한 선발주자가 있다면 후발주자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대중은 먼저 뇌리에 들어온 기업을 우선적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선발주자 프리미엄이다. 반면에 컬링경기에서는 상대 팀보다 나중에 던지는 ‘후공’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상대팀의 스톤이 좋은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쳐 낼 수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력(사업화, 서비스)이 아니라 마케팅으로 쳐내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똑똑하고 냉정하다. 바이럴로 서비스를 잠시 옮겨 탄다 하더라도 내실이 없어보이면 가차없이 버리는 것이 소비자의 형태고 권리다. 사업은 단골집을 만드는 과정이지 한 번 보고 안볼것 처럼 대하는 불친절한 매장이 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