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의 개전 선언 … 중국 커피 체인 업계서 벌어지는 신유통 전쟁
스타벅스가 알리바바와 손잡고 ‘신유통’ 흐름에 합류했다.
지난 2일 스타벅스와 알리바바는 상하이서 열린 기자 간담회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개했다. 골자는 어러머(饿了么)를 통해 커피배달을 한다는 것, 알리바바 신유통 플랫폼 허마셴셩(盒马鲜生)에 배달전문 매장을 오픈한다는 것, 그리고 티몰과 타오바오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알리페이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한다는 것이다. 양사는 클로즈베타 테스트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커피배달은 9월 베이징과 상하이 300개 매장에서 배송테스트를 거쳐 연말께 30여 개 도시 2,000개 매장에서 본격 서비스에 들어선다. 동시에 스타벅스는 9월 허마셴셩 항저우 지점에 배달전문 매장 ‘와이송싱추(外送星厨, 스타벅스 배달 키친)’를 열어 허마션셩 물류 배달 시스템을 통해 반경 3㎞이내에 주문자에게 30분 내 커피를 배달한다. 양사는 자사 플랫폼을 통합시킨 가상 스토어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알리바바 장융(张勇) CEO는 기자간담회서 “커피는 단지 식음료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라이프 스타일, 체험형 경제의 하나”라고 말하며 스타벅스와의 파트너십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스타벅스는 1999년 중국에 진출해 18년 간 체인을 확장해 왔다. 1선 도시부터 4선 도시까지 공략해 2017년말 기준 3000개 넘은 매장을 열었으며, 향후 5년 내 5000개 매장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자타공인 이 시장의 절대강자로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무려 80%에 달한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 브랜드를 비롯해 중국 토종 커피 브랜드의 성장이 스타벅스의 위기로 대두되었다. 상다오커피(上岛咖啡, UBC Coffee), 코스타커피(咖世家, COSTA Coffee), 맥카페(麦咖啡, McCafe) 등 오프라인 영역의 경쟁자를 비롯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신유통 커피 브랜드 루이싱 커피(瑞幸咖啡, Luckin Coffee)와 리엔커피(连咖啡, Coffee Box)가 급속히 성장해 제국 스타벅스의 근간을 조금씩, 하지만 빠르게 흔드는 형세다.
2012년 설립된 리엔커피는 위챗 공식계정을 통해 스타벅스나 코스타커피를 대행구매해 배송까지 주는 서비스로 이름을 알렸다. 이를통해 커피 배달 시장의 니즈를 확인한 리엔커피는 2015년 8월부터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으로 피봇팅(사업 모델 변경)을 한다. ‘위챗 샤오청취(小程序) + 위챗 공식계정+ 배달 서비스 플랫폼’ 3가지를 결합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중국 차량호출서비스 선저우요우처(神州优车) 출신이 창업한 루이싱 커피는 근래 가장 뜨거운 커피 브랜드다. 2017년 9월 설립되어 ‘커피+O2O+신유통’ 모델에 집중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루이싱의 오프라인 매장은 주로 플래그숍 매장인 ELITE와 RELAX, 테이크아웃 매장인 PICKUP, 그리고 배달 스테이션인 KITCHEN 등 4가지의 직영 매장으로 구성된다. SF익스프레스와 제휴를 통해 모든 매장에서 배달 서비스가 가능한다. 루이싱은 최근 반년 동안 900개의 매장을 오픈했으며 올하말까지 2,000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러한 성장세는 투자와 기업가치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루이싱커피는 지난 7월 2억 달러(약 2,269억원)투자를 받은 후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의 반열에 올랐다.
‘2017년 중국 커피 산업 리포트(2017年中国咖啡行业生存报告)’에 따르면, 중국인 한 명이 연간 마시는 커피 소비량은 5잔이 채 되지 않았다. 베이징, 상하이 등 1선 도시에서 20잔 가량이었을 뿐이다. 미국의 400잔, 한국의 377잔에 비하면 비율적으로 매우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커피체인 시장은 2017년 220억위안(한화 3조 5,956억 원, 유로모니터 리포트 기준), 2020년엔 280억위안(4조 5,763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는 의미다.
투자자들도 중국 커피 산업에 큰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는 중이다. 올해 상반기 다수의 신유통 커피 창업 아이템에 집중 투자가 이루어졌다. 자본이 투입되며 각 커피 브랜드의 홍보 프로모션 또한 가열차게 진행중이다. 일정요건만 충족되면 무료 쿠폰까지 제공된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차량공유 서비스와 자전거공유 서비스가 난립할 때 보아왔던 전경이다.
2018년 중국 신유통 커피 창업기업 투자 유치 현황 (단위: 위안)
시간 | 기업 | 투자자 | 시리즈 | 금액 (위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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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 | 키피링디엔바 (咖啡零点吧 Coffee 0.8) | 코알라 펀드 (考拉基金, Koala Fund) | B | 미공개 |
2018.02 | 샤오카 (小咖) | 흑마펀드 (黑马基金, Dark Horse Ventures) | A | 수천만 |
2018.03 | 싱카커지 (星咖科技) | 엔젤윙 (天使翼, Angel Wing) | 시드 | 수십만 |
2018.03 | 커피 나우 (Coffee now) | 렌허벤처 (联合创投, United Capital) | A | 6,000만 |
2018.03 | 리엔커피 (Coffee Box) | 치밍벤처 (启明创投, Qiming Venture Partners) | B+ | 1.58억 |
2018.03 | 유인커피 (友饮咖啡) | 화촹자본 (华创资本, China Growth Capital) | A | 수억 |
2018.03 | GOGO동커피 (GOGO动咖啡) | 동위자본 (动域资本, The Arena Capital) | 엔젤 | 미공개 |
2018.04 | 루이싱 커피 (瑞幸咖啡) | 조이 캐피탈 (愉悦资本, Joy Capital) | 엔젤 | 수천만 |
그간 신유통 영역에서 커피 브랜드 경쟁은 중국 토종업체 사이에 벌어지던 전술차원의 국지전이었다. 하지만 스타벅스와 알리바바 연합군이 결성되며 전면전으로 확전될 기미다. 파트너십이 공표된 날, 리엔커피 창업자인 왕장(王江)은 위챗 모멘트에 ‘거인이 오고있다. 혁신가들은 서둘러야 한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에서 소비자의 발길과 손길을 끌어내기 위해선 늘 새로워야 한다. 이는 독점기업이라해도 마찬가지다. 차량공유시장의 90%이상을 점유한 디디추싱이 있음에도 더 나은 서비스 품질을 갖춘 업체가 등장하면 선택하는 것이 중국 소비자다. 한류 열풍을 등에업고 진출한 카페베네가 실패한 이유는 변화하는 소비자 요구사항과 시장환경에 부응하지 못 해서다.
신유통 커피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관성을 이끄는 더 나은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골몰하는 중이다. 시간은 많지 않다. 단기간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이들의 전략일 수 밖에 없다. 보급품이 풍부한 연합군을 상대로 한 장기전은 승산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식음료 시장에 선전포고와 개전선언은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