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440] 전 세계 다이버들을 위한 숙박 예약 플랫폼
공기업에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조영철 씨는 우연한 계기로 스쿠버다이빙에 빠졌다. 한 달에 한 번씩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전 세계 바다를 탐험하기 시작한 그는, 이내 회사를 그만두고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던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다이버들 위한 회사 ‘다이브비앤비’를 만들었다. 이 스타트업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이 ‘덕후 DNA’다. 이들은 다이빙 마니아가 아니라면 생각해낼 수 없는 발상으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해나가기로 했다.
■ 1년에 25번 바다 나간 평범한 직장인, 다이버를 위한 플랫폼 만들다
엄청난 스쿠버다이빙 매니아라고 들었습니다.
원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물고기를 키우다가 우연히 스쿠버다이빙 세계에 발을 들였죠. 그 이후로는 1년에 스물다섯 번 정도 나갔어요. 직장인으로서는 거의 최대치라고 보면 됩니다. 1년이 52주니까 3월부터 10월까지는 매 주 가야 가능한 횟수예요.
다이빙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좋던가요.
물속에 안 들어가 보셨죠. 되게 좋아요. 물속에서 날아다니는 느낌이거든요. 재밌는 것도 많이 알게 됩니다. 기후, 천체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어류 도감을 펴놓고 수중 생물 공부도 하고요.
좋아하는 게 생기면 세상이 넓어지죠. 세계 여러 바다를 나가보셨을 텐데, 한국 다이빙만의 특징이 있다면요.
우리나라는 스쿠버다이빙 문화 자체가 좀 거칩니다. 군대에서 처음 잠수를 시작한 사람들이 많거든요. 해병대, 유디티(UDT) 문화가 살짝 녹아있어요. 그래서 20kg 정도 되는 장비들도 본인이 챙기는 게 일반적이죠. 필리핀이나 동남아 쪽은 인건비가 저렴하다 보니 스태프들이 다 챙겨주는 ‘황제 다이빙’이 일반적이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가 최고의 다이빙 장소인가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제주는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을 받아 서식하고 있는 동식물이 아주 다양해요. 그때쯤 제주 바닷속이 정말 예쁘죠.
다이버 활동을 하면서 뭔가 불편을 느꼈기 때문에 창업을 하셨을텐데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셨나요.
숙박 문제입니다. 다이버들이 머무는 숙박 시설을 리조트, 리브어보드라고 해요. 보통은 스쿠버다이빙을 가르쳐 준 강사님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으고, 그분이 추천하는 숙박 시설을 따라가는 것이 관례였어요. 이상하죠? 최근에는 여행 코스도 다 본인의 취향에 맞춰서 짜는 게 당연해졌는데 말이에요. 숙박 시설의 정보 자체가 한 곳에 모여 있는 플랫폼이 없다 보니 강사님의 말만 믿고 가는 거죠. 또 스쿠버다이빙 자체가 유럽에서 시작한 레포츠이기 때문에, 해외에 리조트가 훨씬 많습니다. 예약할 때도 영어 이메일이 몇 번 오가야 해요. 픽업은 어떻게 할 건지, 비용은 어떤 통화로 지급해야 하는지, 식단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요. 불편함이 컸죠.
다이브비앤비는 어떤 방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나요.
결국 플랫폼이라는 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일대일 컨시어지처럼 예약을 도와주는 서비스로도 풀 수 있긴 하지만, 확장성이 적죠. 저희는 다이버들에게 필요한 숙박 시설의 핵심 정보를 모아서 제공하고 있어요. 현재 숙박 현황, 방 구조, 주변 입수 장소 등을 정리했습니다. 현재는 80개 시설에 대한 정보가 있고, 계속해서 해외로도 지역을 확장해나갈 예정이에요.
수익은 무엇으로 내고 있나요.
숙박 시설로부터의 광고비와 수수료입니다. 예약이 체결될 때, 리조트 등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 다이빙 덕후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서비스
‘다이버 매니아가 아니었다면, 이 기능은 못 넣었다’ 싶은 것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리조트나 리브어보드 예약하는 게, 겉으로 볼 때는 호텔 예약과 별로 다를 바 없어 보여요.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릅니다. 스쿠버다이버들은 외국에서 외국으로 바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아주 이르거나 늦은 시간에 숙박 시설에 도착하게 되죠. 호텔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오후 2~3시 체크인, 오전 11시 체크아웃이 일반적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다이빙 리조트는 새벽 손님을 받을 때, 1박 요금을 다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얼리 체크인(Early Checkin)한 고객에게는 1박 비용의 3분의 1만 받는 식이죠. 일반적인 숙박 예약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다이브비앤비 플랫폼 내의 예약 시스템은 어떻게 설계하셨나요.
달력으로 문제를 풀었어요.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과 다이빙 예정 시간을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게 자유도를 높였죠. 리조트 쪽에는 이 정보가 바로 전달이 되고요. 우리 팀이 다이버들이 아니었다면, 이런 설계는 불가능했을 거예요. 국가마다 다이빙 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그런 점도 고려가 되어야 합니다.
국가별로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네요.
예를 들어 일본 다이버들은 세 명이 오면 방을 세 개를 잡아요. 보통 3인실 하나 잡는 우리나 서구권하고는 또 다른 점이죠. 어떤 나라의 리조트에서는 방 하나를 예약했는데, 2명의 다이버가 가면 추가 요금을 받는 경우도 있고요. 플랫폼에서도 이러한 문화적 차이가 있다는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기존에 없던 서비스다 보니, 아날로그적 시스템에 익숙했던 숙박 시설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다이브비앤비에 들어오려면, 리조트 입장에서는 예약 현황 등의 정보를 저희에게 다 공개해야 하는데요. 영업 비밀을 알려주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계셨어요. 하지만 그런 데이터를 공개해야 저희도 영업에 필요한 도움들을 드릴 수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작년에 비해 예약자 수가 떨어졌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고, 개선책을 내놓는 것도 다 데이터가 확보되어야 가능해요. 지금까지는 손님이 많으니 걱정이 없다고 해도, 각종 외교 문제로 해외 고객이 줄어들 때는 좀 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니까요. 저희 서비스의 최종적인 그림은 결국 컨설팅업이거든요. 이런 논리로 리조트 사장님들을 한 명씩 설득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팀원 전원이 다이빙 마니아라고요. 동호회에서 팀원들을 만났다는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처음 네 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열 명이 되었습니다. 딱 한 명만 다이버가 아닌 상태로 입사했는데요. 결국 그 디자이너도 다이버가 되었어요. 우리 신조가 ‘잘 놀자’, ‘노는 게 일이다’ 입니다. 휴가로 팀원들이 다이빙하러 해외에 다녀오면, 그게 고스란히 우리 회사의 자산이 됩니다.
창업가와 다이버라는 두 가지 정체성을 가지고 살다 보면, 때때로 추구하는 가치가 부딪히는 경우도 있지 않나요. 아무래도 창업가라면 이익 추구에 소홀할 수 없는데, 또 다이버 입장에서는 공익도 추구하고 싶을 테고요.
손익에 대한 문제를 놓고 본다면, 영원히 다이버로 살고 싶습니다. 큰돈을 벌려고 이 사업을 시작한 게 아니에요. 말씀드렸듯이, 잘 놀기 위해 만든 거거든요. 저희가 1년에 두 번 워크숍을 가는데요. 저희끼리는 농담으로 ‘워크숍 비용만 뽑으면 된다’고 합니다.
■ 전 세계 1억 다이빙 인구, 제주의 색으로 물들이고 싶어
제주스타트업협회(JSA)의 여행레저체험 분과장을 맡고 계시다고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제주스타트업협회는 옛날 마을 협동조합 느낌이에요. 30대 중반이 주축으로 젊은 조직이고요. 서로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준다는 인상입니다. 도시의 창업계 분위기랑은 많이 다르죠. 사업에 대한 조언도 서로 해주고, 서비스끼리 시너지 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함께 힘을 합치기도 하고요.
도 차원에서의 창업 지원 분위기는 어떤가요. 건의할 점도 좋고요.
제주도가 아직 창업하기 편한 지역은 아니에요. 특히 저같이 제주에 집이 없고, 사업장이 서울, 제주 양쪽에 하나씩 있는 창업가에게는요. 한 달에 열흘 내려가서 업무를 보는데, 이를 위해 사무실이나 집을 계약하기가 애매합니다. 이런 창업가들을 위한 공간을 도 차원에서 마련해준다면, 더 많은 창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관공서, 세무서, 은행 등이 한데 모여있는 출장소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가끔 여러 기관을 방문하다 보면, 길에 버리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단기간에는 효과를 볼 수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제주의 창업 분위기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이브비앤비의 단기, 중장기 목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단기 목표는 한국에서 자리를 잡는 것입니다. 매출 목표을 향해 달려나가기 보다는, 우리 마음에 흡족한 서비스를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요. 장기적으로는 데이터를 통해 전 세계 리조트들이 가진 비수기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이브비앤비에게 있어 제주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지구본을 놓고 보면 작은 점에 불과한 섬이죠. 하지만 이 곳에서 시작한 회사가 전 세계 바다를 다 제주 색깔로 바꾸는 미래를 늘 꿈꿉니다. 전 세계에는 1억 명 정도의 다이빙 인구가 있는데요. 나중엔 제주에서 열리는 다이브비앤비 창립 기념 행사에 이들을 다 초청해보고 싶네요. 가능할까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플래텀의 제주 출장은 유투버 해니(@해니의 제주일년살이by JEJUPASS)와 함께 했습니다.
다자요, 디스커버제주, 다이브비앤비, 제주다이브 등 여러 스타트업의 도움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했는데요.
이를 체험해보는 영상도 제작했습니다. 즐겁게 봐 주시고 구독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