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석이었던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총괄에 한상협 전 헬로마켓 창업자가 선임되었다.
7일 구글코리아는 스타트업 지원공간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총괄에 한상엽씨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상엽 총괄은 2010년 모바일 P2P 서비스이자 동명의 스타트업 헬로마켓을 공동 설립하였으며, 세 차례 국내외 투자를 유치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었다. 헬로마켓은 지금까지 1억개 이상의 상품이 등록되는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하 한상협 총괄과의 일문일답.
어렸을 때의 성장 배경이 궁금합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6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습니다. 외국에서 정착하고, 생활비를 벌고자 애쓰는 전형적인 이민 가족이었죠. 시카고, 뉴 헤이븐 등에서도 살다가 아버지가 뉴욕에서 감리교 목사가 된 이후에는 아버지가 교회를 옮길 때마다 저희 가족도 뉴욕 전역을 돌아다니며 살았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 곳에서 몇 년 이상 머물러 본 적이 없었죠. 이렇게 뉴욕에서 이민자로 살면서 변화와 불확실성에 적응하였고, 이런 점들이 저의 스타트업 경험에 밑거름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계에 종사하다가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정치학을 전공하며 특히 비공식 경제, 즉 암시장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학계에 종사하는 것은 몹시 멋진 경험이었고, 저와 비슷한 특성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지적 호기심에 빠져들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축복받은 직업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상아탑에 갇힌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학계에 종사하기 전에는 정부와 비영리 기관에서의 커리어 또한 고려해보았지만, 결국에는 회사를 창업하는 것이야말로 제 삶에 가장 큰 영향력을 만들 수 있는 길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의미 있는 변화, 그리고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학계와 업계 등 여러 분야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을 보며 이러한 편견은 약해졌지만, 아직도 저는 좋은 창업가들은 자기 자신보다 더 큰 비전을 기반으로 움직인다고 믿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정말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주어지지 않습니다. 도전 할 용기와 열정이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죠.
헬로마켓을 창업하고 운영하면서 생긴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첫 번째 기관 투자 라운드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창업 초기 3년 동안에는 투자금이 거의 없어 어렵게 회사를 운영하다, 마침내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자가 늘어났습니다. 3개월 안에 1차 투자 유치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가 함께 하는 거래라 투자 유치가 복잡해 실제로는 1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러한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멘토가 있었고, 그 분 덕분에 어려운 과정을 헤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그 분에게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적절한 시기에 투자를 받는 것은 몹시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치가 있는 회사는 언젠가는 투자를 받기 마련이죠.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신의 회사가 투자 받을 가치가 있다는 점을 흔들림 없이 믿어야 합니다. 모든 회사가 완벽할 수 없고, 특히나 스타트업이라면 더욱 그러겠지만, 회사와 비전, 그리고 그를 통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가치에 대해서 믿어야 한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에 대해 들려주세요.
모바일 시대가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할 때쯤의 초기 스타트업 생태계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 때는 바다보다 연못과 같은 느낌이었죠. 모든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필요로 했고, 다른 스타트업이 주는 도움이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시절이었습니다. 엄청난 전문성을 갖춘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현실과 부딪치면서 배워나갔던 것 같습니다.
이런 스타트업의 성장과 동시에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도 발전했습니다. 몇 명의 창업가들이 강당에 모여서 피칭을 함께 연습하던 커뮤니티에서, 이제는 구글이 아시아 최초의 캠퍼스를 열고, 50개 이상의 코워킹 공간이 생겨나는 등 큰 생태계로 거듭났습니다. 하지만 이런 빠른 성장은 기회와 동시에 위험 요소도 안고 있습니다. 이런 중요한 기로에 놓인 스타트업 생태계의 최전방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기에,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 커뮤니티의 특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고객들이 똑똑하고, 기대감이 높다는 점입니다. 또한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하고, 마지막으로 능력 있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다른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죠. 이러한 점들이 한국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아주 치열하고, 또 가끔은 비현실적인 목표가 표준이 되는 환경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은 강인하고, 실용적임과 동시에 정교하고 이상주의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한국 스타트업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제품과 서비스는 세계 최상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스타트업은 완벽을 추구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불굴의 정신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왕성한 활동과 각고의 노력, 그리고 빠른 변화가 필수입니다. 사실 이건 한국 사회의 특징인 것 같기도 하네요.
한국 창업가들이 마주하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구글 스타트업 캠퍼스가 이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다양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가장 두드러진 어려움은 바로 소외감입니다. 스타트업 창업가와 직원들은 그들이 직면하는 어려움에 대해 털어놓을 사람이 없고, 또 그들의 문제점을 이해해줄 사람이 없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외로움과 우울함은 스타트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이죠.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절대 고문처럼 느껴져서는 안됩니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가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절대 혼자라 느끼지 않는 안전한 공간이 되길 희망합니다. 또, 다시 중심을 잡고 재충전해서 각자 최고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스타트업이 직면한 장애물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도 지속적으로 해나갈 예정이지만, 다 함께 먹고, 마시고, 웃고, 또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건강한 정신과 마음가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도울 것이라고 강조해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더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열심히 일하는 만큼 다 함께 즐길 기회도 만들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가장 최근에 다운 받은 앱이 무엇인가요?
서울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타다’라는 라이드쉐어링 앱입니다. 한국에는 라이드쉐어링 서비스가 매우 제한되어 있지만, 타다는 새로운 방식으로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죠.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 중 하나인 쏘카가 인수한 VCNC가 타다를 만들었다는 점 또한 흥미롭습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타다가 더욱 더 좋은 성과를 거두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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