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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창업 페스티벌2018] 박종환 대표 “돈이 없어 한 선택이 경쟁력이 되었다”

스타트업이 유행처럼 권장되는 추세다. 정부도 적극적이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이다. 다만, 존속하는 기업보다 폐업하는 기업이 더 많은 것 또한 현실이다.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생계형 프렌차이즈 창업 역시 3년내 업종 전-폐업율이 86%라는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2~3년을 버티는 것이 어렵다. 창업환경은 꾸준히 개선되어 매해 8~90만여 개의 기업이 신설되고 있지만 60만 여개가 소멸한다.

긍정적인 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한 두 번의 ‘실패’는 주홍글씨가 아니라 ‘경험’으로 인정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심지어 VC들 중 상당수는 투자요건으로 창업자의 건강한 창업실패를 보기도 한다. 어느정도 이름을 알린 스타트업 대표 중 한 두번 실패하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다. 이들이 성과를 내는 것은 실패를 자양분 삼아 재기했기 때문이다. 즉, 잘 망해야 다음이 있는 것이다.

부산 해운대에서 개최된 ‘벤처창업 페스티벌2018’의 일환으로 9일 열린 ‘2018 재도전의 날’ 실패컨퍼런스 키노트 연사로 나선 박종환 김기사컴퍼니 공동대표는 “사업과정의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종국에 성과를 내는 배경이 되었다” 강조했다.

박종환 대표는 카카오에 626억 원에 매각된 록앤올(김기사 개발사) 창업자 중 한 명이다. 올해 2월 카카오를 퇴사한 박 대표는 록앤올 멤버와 함께 김기사컴퍼니를 설립한데 이어 7월 아라워크앤올이라는 합자회사를 통해 판교서 기업 지원형 공유오피스(워크앤올) 사업으로 새로운 도전을 진행 중이다. 이해 강연내용 정리.

‘2018 재도전의 날’ 행사서 강연 중인 박종환 김기사컴퍼니 공동대표/사진=플래텀DB

남들이 하지 않는 일, 말리는 일을 했다. 

회사(록앤올) 공동창업자가 세 명인데, 대학교 때부터 알던 오래된 친구들이다. 친구랑은 동업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 세 명은 록앤올부터 김기사컴퍼니까지 함께하고 있다.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개발할 때 시장에서 몇 등을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당시 국내 이통사 대부분이 네비게이션을 가지고  있었고, 구글과 네이버도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대기업 서비스를 이긴다는 목표로 서비스를 만들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었다면 도전조차 하지 않았을거다.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만든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왜 하필이면 네비게이션이냐”는 거였다. “왜 레드오션에 스스로 들어갔냐”는 의미였다. 안타깝다고도 했다.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하게된 가장 큰 이유는 그 서비스를 만들 때, 스스로 사용할 때 가장 행복했기 때문이다.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당시 회사 이름이 ‘록앤올’이었다. ‘로케이션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한다’는 공식적 의미외에, 즐거운 서비스를 만들겠다(로큰롤)는 함의가 담겨있다. 그게 우리 정신이었다.

하고싶은 것을 할것인가, 투자가 쉬운 유행을 따를 것인가

우리가 김기사를 개발할 때 유행하던 것이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였다. 주변 투자사들이 소셜네트워크를 만들면 투자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하고싶은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해야할지, 유행에 따른 서비스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일단 두 개 다 하기로 했다.

7명이 1억 5천만 원이라는 자본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1년은 갈 줄 알았는데, 두 개 서비스를 동시에 만들다보니 4개월 만에 잔고가 바닥이 났다. 그렇게 돈이 빨리 소진될 줄 몰랐다. 창업자 세 명이 공대출신이다보니 개발만 할 줄 알았지 사업을 잘 몰랐다. 재무재표도 볼 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회사 통장이 비었으니 어떻게든 채워야 했다. 그게 안 되면 다음달 직원 월급을 줄 수 없었다. 자구책으로 용역을 했다. 당장 돈이되는 SI 일을 했다. 낮에는 SI를 하고 밤에는 서비스 개발을 했다. 개인적으로 돈을 끌어오기도, 투자도 여의치 않아 자립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SI를 해서도 부족해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에 가서 대출을 받았다.

결론부터 말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는 출시도 못 했다. 막상 만들어놓고 베타테스트를 하는데, 나 스스로 이걸 왜 써야하는지 납득이 안 되었다. 우리가 만든 거라서 의무적으로 써보긴 했는데, 사용자들이 왜 써야하는지 설득할 수 있는 당위성을 못 찾았다. 유행이라서 써야한다는 건 논리가 될 수 없었다. 또 7명이라는 인원으로 두 개의 서비스를 동시에 만든다는 게 무리라고 판단했다. 당시 우리 입장에서 거액을 들여 개발중이던 서비스였지만 고민끝에 접었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네비게이션에 집중한 것은 잘 한 결정이었다. 아울러 우리에게 좋은 약이 됐다.

대기업이 주도하던 네비게이션 시장에 도전한 이유

네비게이션 서비스는 생활 필수 영역이다. 잘 만들면 사람들이 쓸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네비게이션 서비스에 비해 빠르고, 정확하게 길 안내를 하면 가능하다고 봤다. 그래서 네비게이션 서비스에 집중했다. 하지만 여전히 주변에선 우려했다. ‘스타트업이 만든 서비스가 대기업 서비스를 이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큰 기업이 시장에 들어오면 어떻게 대응할거냐는 질문 많이 받잖나.

사실 그때는 우리가 만든 시장에 대기업이 들어오는게 아니라, 대기업이 만든 시장에 우리가 들어가는 거였다. 당시 벤처기업 중 우리 외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만드는 곳도 없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네비게이션은 돈이 정말 많이 들어가야 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당시 대기업이 연간 100억 원을 들여 네비게이션을 개발하고 있었다. 우리가 판단하기로는 1/20 정도면 가능해 보였다. 비용 대부분은 인건비였다. 스프트웨어 비용이 그 다음인데 그건 우리 인력이 가진 기술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남들이 1000원에 만드는 물건을 10원에 만들 수 있으면, 그게 혁신이고 경쟁력이라고 생각했다. 해볼만하다고 봤다.

우리에게는 도메인 지식이 있었다. 우리 창업 멤버는 대기업에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납품하는 회사(포인트아이)에서 15년 간 있었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네비게이션으로 돈 버는 것이 어렵다고 회사 대표가 생각할 때 퇴사했다. 회사 대표에게 솔직히 이야기했다. 개발팀을 데리고 나가 우리가 직접 하겠다고 말이다. 대표도 좋아하더라. 우리가 창업을 한 배경이다.

론칭도 하기 전에 회사가 망할 뻔 했다. 

김기사 론칭 한 달 전, 회사를 접을 뻔했다. 자본금은 4개월만에 다 썼고, 돈이 없어서 용역을 했고, 그것도 모자라서 대출도 받았다. 즉 자금 여력이 없었다. 그런데 출시를 앞두고 생각치도 못 하게 TTS(문자음성 자동변환 기술) 엔진 가격이 우리에게 높게 책정되었다. 판매업체가 우리가 살 수 없는 금액을 불렀다. 여러번 찾아가서 읍소했지만 협상이 되지 않았다. 서비스를 접어야하는 상황까지갔다.

그때 문뜩 떠오른 것이 기계음이 아니라 성우를 통해 안내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내부에서 우려도 있었다. 전국 수십만 군데의 길안내를 어떻게 일일이 녹음하고, 그 데이터를 어떻게 스마트폰에 넣느냐고 하더라. 맞는 말이어서 한참 고민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사용자가 전국일주를 하는건 아니더라. 가는데도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집과 동네, 회사가 이동경로의 대부분이었다. 나조차도 그랬다. 사용자들의 패턴을 분석해보니 실제 쓰는 지명과 필요한 음성은 100개 내외면 되겠더라. 그 정도면 스마트폰에 넣어서 쓸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성우 녹음 견적을 받아보니 300만 원이었다. TTS엔진을 사려면 수억 원이 들어야 했다. 금액적으로 엄청나게 세이브를 한거다. 물론 녹음을 하는 과정이 녹록한 건 아니었다. 성우의 성대결절도 있었고, 간단한 녹음인 줄 알고 왔다가 양이 많아 도망가는 사람도 있었다. 한 달이면 될 줄 알았는데 4개월이나 걸렸다.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서비스를 론칭했다.

서비스를 오픈하니 사용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다른 네비게이션이 기계음인데 반해 우리 서비스에선 사람 목소리가 나니 관심있어했다. 마지 못해 한 결정이 서비스의 차별화로 나타났다. 전화위복이었던 셈이다. 아마 우리가 자금이 충분했으면 하지 못 했을거다.

네비게이션 핵심 경쟁력을 찾다. 

네비게이션 서비스의 핵심 경쟁력은 빠른 길 찾기다. 빠른 길을 안내하려면 교통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당시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곳은 도로공사 등 공공기관이 전부였다. 가격도 비쌌고 오픈된 정보라 우리만의 경쟁력이 되지 못 했다. 사용자가 늘어 수백만이 되니 교통정보에 대한 니즈가 커졌다. 투자를 하고 싶어도 무료로 서비스를 하고 있기에 수익원이 없었다. 그래서 사용자의 위치정보와 시간을 활용해 자체적인 교통정보를 만들기로 했다. 정보를 모아 빅데이터를 만들었고 쓰기 좋은 서비스가 되었다. 자금이 부족한 회사가 살기위해 한 선택이었다. 이스라엘의 웨이즈라는 SNS형 네비게이션 케이스가 참고가 되었다. 웨이즈는 구글에 13억 달러에 인수되기도 했다.

어려움과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성과가 있었다. 

2015년 카카오에 626억 원에 피인수되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금액의 스타트업 M&A사례로 회자된다. 사업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기에 경쟁력이 되었고, 그것이 카카오에 인수되는 배경이 되었다고 본다. 꿈과 희망으로 가는 길은 난관이 있다. 그것을 잘 극복하면 성과가 된다. 어려움이 사업을 단련시키는 계기가 된다.

지난 3년 간 카카오에서 네비게이션을 고도화했고, 올해 2월에 퇴사해 판교에서 공유오피스 사업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스타트업과 소통하며 제 2의 김기사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박종환 대표가 키노트 강연을 한 ‘재도전의 날’ 이벤트는 재도전에 필요한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우수 재기 기업인을 응원하기 위한 취지로 열리는 행사다. 실패컨퍼런스의 원조는 미국 페일콘(FailCon)이다. 페일콘은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후, 이스라엘, 프랑스, 브라질, 인도 등에서 개최되는 행사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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