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中 인공지능 스타트업 ‘마롱커지’에 가다
2014년 선전에서 설립된 ‘마롱커지(码隆科技)’는 B2B 머신비전 서비스 기업으로, 소프트뱅크 차이나가 중국에서 처음으로 투자한 인공지능 스타트업이다.
마롱커지가 업계에 이름을 알린건 국내외 각종 테크 경진대회서 우승을 하면서 부터다. 대회에 참가하면 우승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 ‘1등 수확기’. 그만큼 완성된 기술이 이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이다. 중국 머신비전 업계가 안면인식에 치중된데 반해 마롱커지는 사물식별에 중점을 둔다는 특징이 있다.
구체적으로 이 회사가 보유한 기술은 무엇일까, 왜 소프트뱅크가 투자를 했을까, 그리고 이 회사의 비전은 무엇일까. 광둥성 선전 마롱커지 본사에서 펑옌(彭彦) 대외협력 담당자를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 펑옌은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연구원을 거쳐 2015년 4월 마롱커지에 합류한 재원이다.
마롱커지는 AI를 사물인식에 적용하는 기업이다. 중국 인공지능 업계 트렌드가 안면인식에 집중되는 것과는 방향성이 다르다. 사물식별을 선택한 계기나 동기는 무엇인가?
안면인식은 얼굴을 몇 백개의 포인트로 나누어 인식하는데 반해 사물은 그 형태가 다양하고 구조도 복잡하기에 기술 구현이 쉽지 않다. 그래서 더 도전해 볼만하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성과는 나쁘지 않다.
안면인식 기술은 보안쪽에 특화되는 추세다. 사물인식은 어떤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나. 그 기술을 활용하여 얻는 긍정적인 부분은 무엇인가.
현재 방직 원단 식별, 소매업에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근일 보안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우리 기술의 효용은 사람의 단순노동을 줄여 효율성 제고를 얻는 것에 있다.
마롱커지의 대표상품을 소개해 준다면.
크게 ‘ProductAI’와 ‘RetailAI’로 나눌 수 있다. ProductAI는 개발자들이 사물인식 기술을 적용하여 개발할때 활용할 수 있는 API 가이드와 SDK를 제공한다. 여기에는 방직 섬유 분석, 엑스레이 검색을 통한 사물 측정 등이 있다. 현재 엑스레이 검색은 육안에 의존하는 방식이기에 총기를 분해하면 인식이 어렵다. 하지만 사물식별 기술을 이용하면 파편화되어 있다하더라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 RetailAI는 기업이 상품 판매시 필요한 맞춤 솔루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 판매대, 무인 매장 자동 결제, 상품 규격 측정, 온라인 쇼핑몰 사진 검색, 의류 원단 분석, 디자인 분석 등의 솔루션이 있다.
마롱커지의 기술이 최종 소비자인 대중에게는 어떻게 구체화되는 건가?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것은 온라인 쇼핑몰이다. 우리 기술이 적용된 온라인 몰에서 패션, 섬유, 가구, 소품을 이미지로 검색했을 때, 같은 혹은 비슷한 상품의 검색과 가격비교가 가능하다. 제품의 정확한 명칭을 모르더라도 이미지만으로도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전자상거래 기업 ‘디에이치게이트’(DHGate, 敦煌网)가 대표적이다. 현재 오프라인 무인매장에서도 테스트 중이다.
마롱커지는 기업용 솔루션을 제공해 그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준다. 중국 최대 가전기업 하이얼(海尔)은 우리의 카메라를 부착해 상품인식이 가능한 무인판매대를 생산한다. 기술 라이센스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또 국가기관인 중국방직정보센터(中国纺织信息中心)는 마롱커지의 기술을 통해 올해 유행할 컬러, 가장 유행하는 스타일 등을 분석한다. 중국섬유표준(中纺标)의 경우 우리 기술을 적용해 업무 효율을 크게 향상시켰다.
기술이 좋아도 시장이 작으면 사업에 큰 의의를 두기 어렵다. 시장 규모는 어느정도라 추산하나.
전체 시장 규모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예상하기 어렵다. 그나마 비교적 예측가능한 스마트 판매대 시장을 약 10000억위안(약 162조원) 규모로 본다. 이 영역에 우리 기술이 주요 위치를 차지할거라 본다. 머신비전의 기술이 필요한 모든 곳이 우리의 시장이라 할 수 있다. 마롱커지의 기술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지난 6월 13일 독일 하노버 정보통식박람회(CeBIT)에서 화웨이와 손을 잡았다. 화웨이의 ICT기술 설비 솔루션과 마롱커지의 Product AI를 결합해 상품 식별이 가능한 신유통 솔루션을 만든다는 내용이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솔루션인가?
우리는 기업에 PaaS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API와 SDK 솔루션도 제공하지만, 기업에 최적화된 맞춤형 솔루션도 제공한다. 화웨이 리테일 클라우드 플랫폼에 마롱커지의 기술이 적용되면 자동으로 상품 데이터 수집, 실시간 상품 식별이 가능하기에 소비자에게는 편리한 쇼핑, 기업에게는 운영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거라 본다.
마롱커지는 지난해 6월 CVPR(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컨퍼런스)에서 치러진 ‘웹비전 챌린지’에서 이미지 식별 정확도 94.78%로 우승했다. 현재 식별 정확도는 어느정도인가.
웹비전 챌린지는 플리커와 구글의 이미지 240만 장을 취합해 식별을 테스트 하는 것이다. 결선에선 5만장의 이미지를 천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서 식별하게 하는데 우리팀의 당시 정확도가 94.78%였다. 인공지능 이미지 식별 기술에 있어 아주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이미지 식별 정확도와 차이가 없다.
그러나 상업 환경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우리는 현재 모든 상품의 정확도를 99% 이상에 맞추기 위해 개발 중이다.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섬유 식별 프로젝트의 요구 정확도는 100%에 가까운 99.99%다. 기술의 안면 인식의 정확도는 이미 99.99999%에 달하지만, 사용자의 휴대폰 환경 등 변수가 있기에 현실적인 수준으로 상정한 것이다.
알리바바 신유통 매장에 가보면 ‘패션 AI 스토어‘ 매장이 있다. 매장내 스마트미러 앞에서 블라우스를 입으면 AI가 고객의 스타일에 맞는 다른 블라우스를 추천한다. 아마존도 옷 스타일을 디자인하는 알고리듬을 개발했다. 이것에 비해 마롱커지의 기술이 더 나은 점은 무엇일까?
11월 초에 있었던 월드인터넷컨퍼런스에서 황딩롱(黄鼎隆) 마롱커지 CEO로 같은 질문을 받았다. 사실 자주듣는 질문이다. 매 투자 라운드마다 “알리바바와 같은 대기업과 비교해 마롱커지의 장점, 경쟁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빠지지 않는다. 이 질문에 대한 황딩롱 CEO의 농담성 답변은 “회사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이다.
전문적이고 깊이 있으며 방대한 데이터 보유가 알리바바 등과 같은 대기업과의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마롱커지는 사물인식 영역에 초기 진입한 회사 중 하나다. 우리가 이 분야에 진출할 당시 인공지능은 지금처럼 인기가 있지도 않았다. 초기에 이 시장에 진입한 덕분에 전자상거래 협력 파트너들로부터 받은 다량의 데이터도 보유하고 있다. 2014년부터 우리는 포괄적인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패션 카테고리에서 우리만큼 유효한 데이터를 가진 기업은 없다. 아울러 알리바바나 아마존과 같은 대형 플랫폼은 아무래도 구체적이고 작은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만큼 전문적이고 세심한 처리를 하지 못한다. 또 대기업이 특정 프로젝트에 배치하는 인력도 우리팀보다 탄탄하지 못하다.
알리바바의 AR 피팅룸은 인상적이고 광고 효과가 큰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고객 만족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 실제 리테일 업계에서 도입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현재 중국 신유통 시장은 크게 알리바바계열과 텐센트계열로 나뉘어져 있다. 어느쪽 생태계가 마롱커지에 친화적인가.
우리의 기술이 제대로 활용된다면 여러 플랫폼과 협력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현재로선 모든 곳에 협력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마롱커지는 아직 성장단계에 있는 기업이기에 스스로를 하나의 생태계에 속박시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 본다.
마롱커지는 만 4년이 지난 스타트업이다. 멤버 대부분이 베이징 출신인데, 광둥성 선전이라는 도시에 뿌리를 내린 배경은 뭔가?
극초기 6개월간 베이징에 있다 2015년 말에 선전으로 왔다. 선전은 창업, 특히 하드웨어 창업에 특화된 도시이고 전반적인 기술 인프라가 매력적이었다. 우리 기술이 적용되는 스마트 판매대 같은 하드웨어 제품의 주 생산처가 선전이라는 것도 주요 이유다. 선전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결심하고 다같이 내려왔다.
본사인 선전을 비롯해 베이징, 상하이에 지사가 있고, 일본 도쿄, 미국 텍사스 벤턴빌에는 해외 지사도 있다. 해외에 지사를 두고 있다는 것은 현지시장 공략을 염두에 둔다는 의미일텐데, 각각의 역할은 무엇인가?
현지 시장에 대한 각각의 전략도 있지만 인재 영입도 지사 설립에 주요 이유다. 베이징과 선전에 우수한 인재들이 많다. 얼마 전 저장성(浙江省) 닝보시(宁波市) 전하이구(镇海区)와 스마트 방직 기지를 함께 건설하기 위한 협약을 맺어 닝보에도 지사를 개소했다. 미국과 일본 지사는 현지 기업 고객사와의 협력을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다.
마롱커지는 ‘1등 수확기’라고 불리며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인재가 우수하다는 방증이다. 핵심 인력을 소개해 준다면.
핵심멤버 대부분이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연구원 출신이다. 나도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연구원에서 글로벌 PR 업무를 담당하다 합류했다. 수석연구원인 황웨이린(黄伟林)은 뉴욕대학을 졸업하고 중국과학원(中国科学院)에서 근무했는데, 그를 통해 중국과학원 멤버들도 많이 합류하고 있다. 아울러 칭화대학(清华大学) 인재도 많다. 훌륭한 인재가 많다는 것, 그들을 사로잡는 회사의 매력도 우리가 가진 자부심 중 하나다.
마롱커지는 창업 첫 해 엔젤투자를 비롯해 시리즈A, B에 이어 올해 8월에는 전략투자까지 유치했다. 국내외 벤처캐피털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마롱커지의 가능성은 무엇인가.
마롱커지는 소프트뱅크차이나가 투자한 중국의 첫 인공지능 회사다. 심사역 중에는 알리바바에 투자한 사람도 있다. 약 1년간 우리의 사업 모델, 발전 상황, 회사의 성장 가능성 을 다각적으로 관찰한 뒤 2017년 말 결정을 했다.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과를 도출한거다. 아울러 올해는 투자 환경이 매우 나쁜 상황임에도 엑센츄어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이유는 앞선 것과 같다고 본다.
투자는 자금만 받는 것이 아니다. 투자자의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사업 연계 등 성장의 모멘텀도 제공한다. 어떤 부분에서 사업에 도움을 받았나?
소프트뱅크 차이나와 손을 잡은 뒤 유치한 고객의 상당수가 일본기업이다. 소프트뱅크는 우리가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많이 소개해 줬다. 또 소프트뱅크 피투자사라는 것은 여타 기업에 신뢰도를 준다. 여기에 우리가 성장할수 있는 전략, 방향성, 잠재 시장 파악 등에 많은 피드백을 주고있다. 엑센추어는 우리에게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기업도 마롱커지의 AI기술에 관심이 많을거라 본다. 한국기업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국 기업과의 공식적인 제휴는 없었지만, 매년 글로벌 머신비전대회에서 여러 한국 대기업과 교류의 기회가 있었다. 한국 기업들이 머신비전 부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함께 협력해보고 싶다.
끝으로, 마롱커지의 장단기 계획에 대해 말해준다면.
단기적으로는 기술 솔루션을 제공해 우리의 시장을 키워나가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원료, 설계, 제조 등 산업체인의 윗단계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