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기 전에 반드시 따져봐야 할 3가지 요소
창업가는 시작과 함께 사업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 비전을 이해하고 합류하는 팀원, 서비스를 만드는 동안 받는 투자, 증가하는 서비스 유저 및 만족도. 주변에서도 창업하라 부추기는 분위기이니 혹 실패해도 재도전이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하곤 한다. 물론 창업 환경이 척박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다들 사업하기 어렵다지만 내 사업은 안 그러겠지’라고 여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생각에 대해 대부분의 현역 창업가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중 라프텔 김범준 대표는 그 누구보다도 나서서 창업을 말리는 이 중 한 명이다. 영상 애니메이션을 합법적으로 즐길 수 있는 플랫폼 ‘라프텔’을 운영하는 그는, 지금의 서비스를 만들기까지 2년간 4개의 서비스를 만들고 철저히 망해봤다. 김 대표는 5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창창한 콘페스타’에서 열린 재도전 포럼에서 “팀, 아이템, 돈 등 3가지 요소를 현실적으로 따져본 뒤 창업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
김범준 라프텔 대표/사진=플래텀 DB
창업, 추천하지 않는다
나는 창업이 두 번째다. 본격적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창업한 것만 두 번이고, 그 외엔 서비스 네 개를 만들고 모조리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했다. 그 기간 동안 자본금을 다 써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도 처했었다. 꿈만 같은 미래를 꿈꾸다 절망에 빠지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시기를 보냈다.
지금껏 주변에 창업을 해보라 권유했던 나다. 일장일단이 존재하겠지만 인생에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며 전도했다. 지금은 다르다. 창업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예전만큼 추천하지 않는다. 그만큼 창업은 너무나 힘들다.
창업은 3가지 요소, ‘팀, 아이템, 돈’…잘 생각해라
1%라도 만족스럽지 않으면 팀원으로 들이지 말 것
팀 구성은 중요하다. 어쩌면 회사 초기의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팀원을 모으는 데 많은 노력을 들였지만 개인적으론 현실에 쉽게 타협했다는 후회가 든다. 초기엔 구색을 갖추기보다 서비스의 비전 및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그 생각에 100% 공감하는 직원이 아닌 바에야 혼자 하는 게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동시에 받기만 하는 직원과 일하는 직원을 가려내야 한다. 작은 조직은 사람 한 명 나고 드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친다. 채용은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
남들은 그 가치를 잘 모르지만 ‘나만 아는’ 진실의 아이템 찾기
아이템은 시장(대중)이 원하는 것, 선호하는 것, 창업가 본인이 잘 아는 것으로 선택해야 한다. 라프텔을 시작하기 전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 접점에서 아이템을 찾았다. 이후 시장의 가능성을 점쳤다. 좋아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로 대처하기가 어렵다. 특히 심적으로 힘들어 사명감만으로 버텨야 하는 시기가 반드시 온다. 그때 바로 이 ‘좋아하는 마음’이 빛을 발한다.
한편 아이템을 선정하기에 앞서 ‘남들은 모르지만 나만 아는 진실’을 중요한 가치로 두고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모두가 A로 볼 때 나만 B로 봐야 한다. 이를 가설로 설정해두고 A로만 도출되지 않고 B도 같이 도출되면 이는 가설 검증에 성공한 것이자 가치 있는 정보가 된다. 만화시장이 그 사례다. 합법적으로 소비하는 콘텐츠 유저가 없다고 봤는데 잘못 판단한 것이었다. 시장 자체가 불법 시장에 의해 과소 평가돼서 그런 것이었다.
기업 성장 단계에 필요한 비용은 몸으로 부딪쳐 보며 알아볼 것
스타트업은 버는 것보다 쓰는 상황이 훨씬 빨리 찾아온다. 이때 버티는 걸 ‘데스밸리’라고 하는데, 많은 기업이 이 시기에 좌절한다. 사실 수익은 내부에서 100% 제어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방관할 순 없다. 수익과 지출 사이 간극이 커지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이는 창업가 본인이 고통을 감내하면 그 시기를 지날 수 있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생각보다도 비용 지출을 보수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기업 단계에 적절한 자금 조달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시드머니, 프리시리즈A, 시리즈A 등 벤처캐피탈 투자 및 정부지원, 일반 대출 등 여러 방안이 존재한다.
저 방법 중 VC 투자 유치를 예로 들겠다. 투자자로부터 긍정적으로 투자 유치를 논의할 거라 기대하며 방문했다가 ‘NO’를 듣고 올 때가 있었다. 다른 곳엘 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우리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그때 투자사를 전전하지 않고 또 다음 라운드에 이르기까지 내부적으로 성장하기까지 버텼다. 그때 펀딩에 재도전했다. 적절한 때가 아닌데 이를 위해 맞지 않는 솔루션을 만들면 시간 낭비라는 걸 깨달아서다. 몸으로 직접 부딪쳐가며 알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창업가가 그리는 성장 그래프는 ‘계단식’…사람이 없으면 불가능
사견인데 J커브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다르다. 비약적인 성장 요소로 J커브가 거론된다. 실제 창업가에게 J커브는 현실적인 그래프가 아닌 듯 하다. 오히려 계단식에 가깝다고 본다. 한번 도약해 계단 끝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꾸준히 가면서 성장해야 한다. 게다가 그 과정은 험난하고 계단 하나를 오르는 난이도는 점점 높아진다. 창업한 뒤 규모의 사업을 영위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루하며 상당한 시련도 뒤따른다. 이를 견딜 수 있었던 건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엔 총 세 부류가 존재한다. 같은 꿈을 좇는 팀원, 서비스를 사랑해주는 사용자, 신뢰하고 도와주는 파트너와 투자자다. 초기 단계엔 팀원이 많은 힘이 됐다. 서비스를 출시하고 난 다음엔 유저 반응이 큰 원동력이 됐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보다도 악평이 더 좋았을 정도다. 그러니 소수의 인원이라도 우리 서비스를 지지하고 홍보해주는 게 더없이 큰 힘이 됐다. 투자자에게 상처받는 말을 들어도 사용자 신뢰를 얻지 못하면 그 말이 비수가 돼 꽂힌다. 그 말을 들어도 의연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사용자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다음 단계는 파트너와 투자사가 중요했다.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되지만, 투자유치가 팀원의 사기 진작에도 큰 성취감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