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세대와는 전혀 다른 문화적 가치 체계를 가진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새로운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
지난 22일 개최한 <트레바리X알토스벤처스 컨퍼런스>에서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가 자사 조직 문화와 그 철학에 대해 공유했다.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와 독서 모임 커뮤니티 스타트업 ‘트레바리’가 공동 개최한 이 날 행사는 ‘변화를 주도하는 여덟 개의 기업들’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수석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서는 알토스벤처스가 투자한 하이퍼커넥트(아자르), 봉봉, 커먼타운, 와이즐리, 비바리퍼블리카, 미트박스, 직방의 7개사 각 대표의 발표와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 ‘인간은 일하기 싫어하는 존재’라는 편견이 모든 비효율 만든다
2015년 2월 공인인증서 없는 간편송금 서비스로 출발한 토스는, 현재 25개의 금융 서비스를 보유한 플랫폼이 됐다. 살아남아 있는 것은 25개지만, 지난 1년간 이 팀이 만들어낸 프로덕트는 50개다. 그중 사용자의 반응을 얻지 못한 반은 사라졌다.
1년 만에 50개의 프로덕트를 만들어 부지런하게 실험해본 토스의 현재 팀원은 170명이다. 얼마 전 유니콘으로 올라선 기업치고는 크지 않은 규모다. 이승건 대표는 이러한 빠른 성장의 비결이 그들의 조직 문화에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일을 싫어한다는 전제가 회사의 모든 문화적 비효율을 만듭니다. 이것을 해결하면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이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조직은 ‘인간은 일하기 싫어한다’고 전제하는 기업과 ‘인간은 일을 좋아하지만 그들을 일하기 싫게 만드는 요소들이 존재한다’고 믿는 기업으로 나뉜다. 전자 기업은 직원들을 믿지 못해 각종 규정으로 그들을 통제하려고 하는 반면, 후자 기업은 인간의 자발성을 믿고 그들이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토스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일을 좋아하는 존재라고 믿는다”면서, “회사의 역할은 직원들이 일에 몰입하는 걸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해 노동의 신성성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1억 원 무이자 전세 자금 대출, 사내 편의점 개설, 1인 1 법인카드 지급 등 경제적, 편의적 문제를 해소해주려는 노력이 이러한 신념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명이다.
뛰어난 기업의 또 하나의 특징 중 하나는 뛰어난 인재를 뽑아 전권을 위임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애플이 혁신을 시스템으로 만드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스티브 잡스는 우리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고, 좋은 사람을 채용한다고 대답했다”면서, “높은 역량과 진실성을 가진 팀원을 채용해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일의 전권을 위임하는 것이 수평적이고 효율적인 조직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 회사 안의 모든 정보는 공유되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구성원에게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이 꼭 좋은 것일까? 청중에서도 ‘회사의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보안상 위험할 수도 있는데, 조직 크기를 키워가면서도 그 정도의 투명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 대표는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의 해외 기업의 선례를 들었다. 6천 명 규모의 넷플릭스는 각 직원이 속한 부문뿐 아니라 전사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정보 공개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애자일(Agile) 조직 문화로 유명한 스포티파이 역시 3천 명이 일하고 있는 큰 기업이지만 여전히 투명하면서도 효율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조직원들이 주인 의식과 참여감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일부 임원들만 알 수 있는 정보까지도 모든 팀원에게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면서, “조직이 커갈수록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지만, 이를 규제하기 위한 또 다른 절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규칙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을 2군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이야기를 미미박스의 하형석 대표도 한 적이 있다. 하형석 대표는 지난 11월 플래텀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팀원이 대표와 같은 수준의 정보 접근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모두가 대표처럼 생각하고 일할 수 있다”면서, “모두가 수익과 매출에 대해 같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모두가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산업 분야의 선두를 달리는 두 스타트업의 수장이 비슷한 경영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참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새로운 조직 문화
이날 이승건 대표가 여러 번 강조한 것은 밀레니얼 세대를 대비하는 조직 문화다. 그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과거 세대와는 전혀 다른 문화적 가치 체계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대기업에 입사해 열심히 일을 하면 정년도 보장되고, 자녀가 대학에 갈 때까지 회사가 날 먹여 살린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압적이고 부조리한 조직 문화에도 쉽게 반발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더 이상 불의를 참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평생 직장의 신화는 깨진 지 오래며, 밀레니얼은 더 이상 회사의 성장과 자신의 성장을 동일시하지 않는다. 현재 국내 대기업 신규 입사자 퇴직률은 44%에 달한다. 회사가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더 이상 규칙과 위계로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들을 동기부여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기업이 가진 사회적 가치다. 이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 가치 중 하나는 공정성과 사회적 선의에 대한 기여도”라면서, “우리 회사가 주주의 이익이나 매출 증대가 아니라, 세상에 의미 있는 변화를 주기 위해 존재한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토스는 지난 10일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와 리빗 캐피털(Ribbit Capital) 및 기존 투자사들로부터 8천만 달러(한화 약 900억)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12억 달러(한화 약 1조3천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국내 최초의 핀테크 유니콘이 됐다. 매출액은 작년 205억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약 56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현장에서 나온 문답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토스의 영업 이익은 어떻게 되며, 주된 수익 모델은 무엇인가.
영업 이익은 순손실을 내고 있지만,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뛰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사용자당 수익은 내고 있지만, 마케팅 지출이 많기 때문에 손실이 나는 것이다. 회사는 탄탄하다. 토스의 수익은 제휴 금융 기관들로부터 나고 있다. 보험사, P2P 대출, 투자 등의 다양한 금융 상품 수수료가 주요 수익원이다.
조직 내 투명한 정보 공유가 실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 사례가 있다면?
사용자가 자신의 은행 계좌로부터 돈을 충전해서 쓰는 토스머니가 출시됐을 때, 급격히 사용자 수가 증가했다. 우리는 법적으로 고객이 충전한 금액 총량의 20%를 반드시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의 예상보다 사용자가 너무 빨리 늘어났고, 이 상황을 법무팀과 회계팀이 모르고 있어서 문제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토스 인사이트라는 프로덕트를 사내에서 만들었다. 토스의 모든 서비스에 관련한 지표 4만 개를 컴퓨터가 추적해 이상한 흐름이 보일 시, 관련자에게 자동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시스템이다. 이제는 토스머니 잔고가 급증하면 회계팀, 법무팀에 자동으로 메시지가 간다. 기술을 통한 투명한 정보 공유가 이루어진 사례다. 이러한 정보 공유 구조는 조직원은 물론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효과가 크다.
보험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한다고 들었다. 직접 보험 상품을 만드는 것인가.
보험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보험 컨설팅을 하겠다는 것이다. 증권사 설립도 마찬가지다. 증권업 자체가 중개 플랫폼 사업이다. 투자를 중개하기 위해 증권업에 진출한다는 것이지, 직접 금융업을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금융 서비스를 중개해서 파는 모바일 금융 백화점이 되고 싶다. 금융계의 커머스 사업을 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인재를 채용하나.
우리 직원 170명 중 금융계 경력이 있는 사람은 단 두 명이다. 내 생각에 금융을 재정의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금융을 모르는 사람이다. 사용자 경험과 모바일에 대한 전문가일 필요는 있지만 금융은 몰라야한다. 창업자인 나조차 금융을 잘 모른다. 우리 원칙은 13살 중학생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면, 더 쉬운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카카오 송금 서비스가 나오면서 토스도 타격을 입었는지 궁금하다.
카카오 송금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은 카카오톡 트래픽이지 카카오페이의 트래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용자 인터뷰를 하면 대부분 그룹채팅방에서 송금할 때 카카오 송금을 사용하고, 그 외에는 은행 앱을 사용한다고 한다. ‘송금’을 떠올렸을 때 카카오를 떠올리는 비율은 적다. 돈 버는 트래픽으로 전환할 방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토스 사용자들은 송금할 목적으로 토스 앱을 켠다. 사용자 가치 자체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 우리 내부 지표는 놀랍게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외부 경쟁자보다는, 우리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훨씬 많다.
선호하는 인재상은?
보통 기업에서는 소위 반골적인 기질이 있고 문제 제기를 자주 하는 사람을 꺼린다. 마치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처럼 제품이나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토스에는 이런 분들이 오면 성과가 잘 난다. 불편하더라도 용기있게 문제 제기를 하고, 심지어 대표에게도 도전할 줄 아는 사람을 선호한다. 말이 안되는 걸 안된다고 말할 수 있는 성미와 기질의 사람들이 우리 조직에서 최고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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