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해외 유통기업의 무덤일까
대륙이 외국 유통기업의 무덤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달 24일 까르푸가 중국 법인 지분 80%를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쑤닝(苏宁)에 매각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격은 48억 위안(한화 약 8,150억)으로 헐값에 가깝다. 까르푸는 1995년에 중국에 진출해 24년 간 중국서 사업을 진행해 왔다. 210개의 대형 마트와 24개의 편의점이 중국 22개성 51개 도시에서 영업중이며 누적 회원만 약 3천만 명에 달한다. 까르푸는 그간 월마트와 함께 성공적으로 중국 현지화를 진행한 기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중국프랜차이즈경영협회(中国连锁经营协会, CCFA)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프랜차이즈 100대 기업 중 슈퍼마켓, 편의점 부문에서 월마트는 3위, 까르푸는 7위를 차지했다.
까르푸의 매각 소식이 들린지 3일 뒤인 6월 27일에는 일본 백화점 다카시마야(高岛屋)가 중국내 매장(상하이 다카시마야) 영업 종료 일자를 예고(8월 25일)하고 중국 법인을 철수한다는 발표가 전해져다. 아울러 독일 유통기업 메트로도 연초부터 법인 매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는 한때 중국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았던 슈퍼마켓 체인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완전 철수를 했다.
까르푸가 중국 법인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장기간 이어지는 적자때문이다. 2018년 카르푸의 영업 총액은 912.76억 달러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으나 2017년과 2018년의 적자가 10.99억 위안과 5.78억 위안에 달했다. 또한 카르푸는 중국서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은 상황이다. 2018년 말 기준 까르푸의 총 자산은 115.42억 위안, 총 부채는 137.88억 위안이었다.
이렇게 장기간의 적자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비단 까르푸만의 문제는 아니다. 2004년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해 11년 간 112개 점포를 설립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며 중국 유통시장의 강자로 인식되었던 롯데마트도 2015년부터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며 롯데그룹 전체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 중국 정부 당국의 견제와 시민들의 불매운동이 본격화하자 롯데쇼핑 전체 영업이익은 2014년 1조 1,883억 원에서 2015년 8,537억 원으로 28.2%나 줄어들었다. 2017년 한 해만 중국 손실액은 2680억 원에 달했고, 2016년 하반기 이후 중국 전체 손실액은 1조 원을 넘었었다. 롯데그룹은 중국서 철수를 통해 재정 안정화를 꾀했다.
외국 유통기업의 하향세는 정치적 이슈도 있지만, 근본적으론 오프라인 방식에서 온라인 방식으로 넘어간 중국인들의 소비 습관에서 기인한다. 특히 신유통으로 불리우는 뉴리테일 바람을 타고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인터넷 기업들이 선보인 스마트 매장이 이러한 흐름에 불을 붙였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 한 유통기업은 국적을 불문하고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변화를 읽은 브랜드는 사활을 걸고 인터넷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활로를 모색중이다.
현재 중국 유통업계는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 등 온라인 거두들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온라인 인터넷 기업들은 유통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며 자신들의 DNA를 이식하고 있다.
특히 신유통 진원지인 알리바바는 2017년 10월 프랑스 유통체인 오샹(Auchan, 欧尚)과 대만 유통체인 따룬파(大润发) 브랜드를 소유한 중국 최대 유통 기업 가오신유통의 지분 36.16%를 28.8억달러에 직∙간접적으로 획득하며 신호탄을 쏜다. 따룬파는 알리바바식 신유통 모델을 적용하여 전국 매장의 리뉴얼을 진행했으며, 허마셴셩(盒马鲜生)과 함께 2,3선 도시를 공략하는 허샤오마(盒小马)를 오픈하기도 했다. 알리바바가 2대 주주로 있는 산장쇼핑(三江购物)은 저장성(浙江省)에서 허마셴셩 운영을 맡고 있으며, 신화두(新华都)는 알리바바와 푸저우(福州)에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푸젠성(福建省)에서 허마셴셩 운영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유통 기업 중 거의 유일하게 신유통 흐름에 발빠르게 동참한 곳은 월마트다. 회사는 2016년 징둥에 전자상거래 기업 이하오띠엔(一号店)을 넘기고 징둥의 지분을 획득(현재 9.9% 3대 주주)한다. 이후 월마트는 징둥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물류센터 협력은 물론, 징둥의 신선식품 O2O플랫폼 신다다(新达达)에 5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징둥과 밀접한 협력 관계를 보이던 월마트는 2018년에는 텐센트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중국 인터넷 기업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변화하는 신유통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까르푸는 지난해 1월 텐센트, 신선식품 운영 노하우를 보유한 용훼이마트와 전력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신유통 진영을 형성했다. 텐센트와 QR코드 셀프결제, 안면인식 결제 온라인 & 오프라인 트래픽 공유 등 다방면에서 협력하여 까르푸 Le Marché 상하이에 오픈하기도 했다. 하지만 월마트에 비하면 실행까지 오는데 2년이 더 걸렸다.
월마트와 까르푸와 함께 3대 해외 유통 기업으로 분류되던 독일 유통 거물 메트로는 티몰, 중국 브랜드 화룬완지아(华润万家), 수궈차오스(苏果超市), 러꼬우(乐购) 등은 메이투안디엔핑(美团点评)과 손을 잡았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는 못 했다.
사실 현재 중국 유통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전통 유통업체들만의 이슈는 아니다. 오프라인에 진출한 온라인 업체들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신유통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알리바바의 허마셴셩, 텐센트 진영의 차오지우종(超级物种), 징둥의 세븐 프레쉬(七鲜) 등도 작년에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일부 매장 폐점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신유통 매장들은 움츠리기 보다는 공격적인 방식으로 확장을 시도 중이다. 허마셴셩은 기존 허마셴셩 매장 외 f5, 허마mini등 소형 규모의 매장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고객들을 흡수하려고 시도중이고,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기업 딩동마이차이(叮咚买菜), 메이르요우셴(每日优鲜) 등의 공세에 맞불을 놓기 위해 최근 특가 상품을 판매하는 핑자차이창(平价菜场)을 추가 론칭했다. 핑자차이창은 1,2위안의 저렴한 가격의 채소와 10위안 이하의 과일, 20위안의 양갈비 등 가성비 식재료를 판매하는 서비스이다. 기존 허마셴셩이 중산층을 대상으로 소비자 경험을 중시하지만 비싼 가격대를 유지한 것과 다른 모델이다.
중국 유통업계는 확장기이자 조정기이다. 전통 유통업체, 온라인 기업 모두 생존을 위해 활로를 모색하며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적당히 해서 안정화를 꾀하기는 어렵다. 새로운 선수가 연일 등장하기에 수성전략으론 이내 도태되기 때문이다. 확장을 하자니 리스크가 커지고 가만히 있으면 천천히 죽는 판이다. 이 딜레마는 아직 소비자가 전적으로 지지하는 성공 모델이 없다는 반증이다.
소비패턴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비단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빠르고 늦고 차이는 있겠지만, 세계 각국 대형 마트들이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중국 유통업계의 향후 상황을 눈여겨 보자. 세계에서 가장 빠른 변화가 벌어지는 이곳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교훈이 나올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