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석의 스타트업 법률가이드 #42] 대기업의 스타트업 선발 및 육성 프로그램 운영 시, 주의할 점
제가 스타트업을 주요 분야로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법무법인 세움을 설립했던 2012년, 당시 ‘스타트업’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어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한화 정도만 일찌감치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사내 육성 또는 투자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이 ‘스타트업’임을 인정하며, 최근 들어 부쩍 대기업을 포함한 많은 상장사, 그리로 금융사조차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 및 투자 절차에 관심을 갖고, 나아가 자체적으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을 보면 놀라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육성 및 투자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들고 운영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 사내 벤처팀이 분사를 하고, 해당 팀에 투자하는 단계에서는 대기업 및 금융사에 적용되는 각종 법률에 위반되지 않도록 회사의 형태 및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구조에 대한 설계가 잘못 이루어지는 경우,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행위에 해당할 우려가 있으며, 지분구조 및 거래방법에 따라 해당 회사가 계열회사로 편입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외부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고 투자, 인수하는 단계에서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프로그램 운영 회사와 시너지를 발생시키기 위하여는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 검토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기업 및 금융회사들은 규모가 크고 시스템이 갖추어진 회사와 업무 협력을 하거나 그러한 회사에 투자를 하는 경험은 풍부하지만, 그렇지 않은 스타트업과 업무를 하거나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 경험은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과 같은 업무 방법을 고수할 경우에는 좋은 스타트업과 같이 업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해당 스타트업과 시너지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스타트업의 앞길을 막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제가 현대자동차, 한화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자문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강조했던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모 대기업이 스타트업 투자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대형 법무법인에 자문을 구했는데,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할 경우 배임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합니다.
해당 대기업의 담당자는 확인 차 저에게 의견을 물어보았고, 저 또한 대형 로펌에서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굉장히 부끄러웠습니다. 급변하는 상황과 현실을 무시한 채, 그야말로 형식적으로 법률을 해석한 의견이었기 때문입니다(위 의견이 맞다면 대부분의 VC 및 엑셀러레이터 담당자들은 배임죄로 처벌받아야 할 겁니다).
이에 (변호사법상의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하지 않기 위해) 공개된 자료 범위 내에서 실제 사례에 대해 설명을 해 주고, 검토해야 할 거래 구조 및 유의사항을 정리해서 의견을 준 경험이 있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대표적인 잘못된 자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위와 유사한 사례는 생각보다 빈번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스타트업 생태계는 대형로펌을 찾는 큰 기업들과 다른 점이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위와 같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와 인수합병에 대한 자문도 많이 경험한 전문가(혹은 법무법인)에 가장 먼저 의견을 구하실 것을 추천 드립니다. 사업과 기술을 이해하는 전문가를 통해, 스타트업이라는 생태계를 이해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자문을 제공받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문: [스타트업 법률가이드 번외편 #1]
글: 정호석 변호사 (법무법인 세움 파트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