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고, 적응하고, 소비자 경험을 떨어뜨리지 않아야 살아남는다
리징(32)은 베이징에 중소규모 매장을 두고 11년째 유럽제 가구를 팔고 있는 자영업자이다.
최근, 리징은 중국판 틱톡 도우인(抖音)에 브랜드 채널을 열고 스스로 BJ가 되어 전세계 쇼파를 소개하고 있다.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니라 자신의 매장을 알리는 브랜드 마케팅 활동의 일환이다.
리징은 온라인에 밝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남들 다 쓰는 서비스를 필요에 의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활용하는 정도였다. 2월 초까진 도우인 계정도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리징을 콘텐츠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바꿨다. 1~2월 사이 일반 방문객은 물론 단골 고객까지 발길을 끊으며 위기감을 느낀 것이 발단이다. 당장 몇 달 뒤 월세와 인건비에도 영향을 준다는 계산이 되자 리징은 동료들을 설득해 말로만 듣던 라이브스트리밍에 도전하기로 했다. 궁극적으로는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지만, 최소한 브랜드를 다지는 마케팅이라도 하기 위함이다.
그는 “방법을 찾다보니 끌려오듯 카메라 앞에 섰다. 어려운 상황을 누가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뭐라도 도전해야 했고, 작지만 10년 넘게 해온 사업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한달 전 상황을 말했다.
2월 중순 온라인에서 처음으로 잠재적인 고객들을 만난 리징은 10년간 체득된 지식을 바탕으로 소파와 관련된 콘텐츠를 풀어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도우인에 소파를 전문적으로 풀어낸 채널이 따로 없다는 것도 초반 정착에 우호적인 환경이 되었다.
베이징 솽안백화점(双安商场)의 베테랑 의류 판매원 펑하이구앙(30)은 코로나19 정국이 무색하게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달라진 점은 모든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프라인에서 잔뼈가 굵은 펑하이구앙은 춘절 연휴를 기점으로 온라인 판매원으로 변신했다. 겨울 콜렉션 홍보물을 온라인에 가격과 함께 게시하고, 고객들이 전화와 메시지로 문의를 하면 밤낮 가리지 않고 바로바로 답변해 이용자들의 관심을 묶어두고 있다. 아울러 코디네이터가 되어 질문자의 체형에 어울리는 의류 유형까지 조언하며 ‘코디언니’라는 애칭도 얻었다. 더불어 일주일에 한두 번은 라이브스트리밍 플랫폼인 이즈보(一直播·YIZHIBO)를 통해 최신 스타일 의류를 선보이는 BJ가 되기도 한다. 이 모든 변화는 불과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펑하이구앙은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 업무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물리적 발길은 막혔지만, 기존 고객의 관심을 락인(Lock-in)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온라인 게시물을 보고 연락을 주고 받는 고객 대부분은 우리 매장에 한 번이라도 왔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오프라인 판매에 들어가던 리소스를 모두 온라인에 쏟으면서 예상하지 못 했던 성과가 나오고 있다. 현재 매장 매출의 90%는 라이브스트리밍 등 온라인 활동에서 창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펑하이구앙과 매장 동료들은 일주일에 두 번 이즈보에서 생방송을 진행하고, 방송이 없는 날에도 매일 이미지나 짧은 영상을 올리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펑하이구앙과 동료들은 온라인에서 소비자와의 접촉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작지만 성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온라인 판매는 전체 매출의 20~30%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두 배 가량 성장 중이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와 그의 팀은 물리적인 매장 중심에서 온라인 판매 방식으로 전환한 덕분에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비교적 좋은 판매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펑하이구앙은 “업무 패턴이 하룻밤 사이에 온라인으로 전환된 것은 아니다. 몇년 전부터 온라인 판매와 마케팅 비중을 넓혀왔기에 현재와 같은 적응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바뀔줄은 몰랐다”라며 “미리 준비하고 상황에 적응해야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는다”라고 말한다.
1100개 중국 프렌차이즈를 대상으로 진행한 CCFA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월 초 중순 약 40% 가까운 매장이 방문객 감소로 매장을 임시 폐장했다. 오프라인 방문객은 70~80% 감소했고, 매출도 평소 대비 80%가까이 감소했다.
중소형 매장보다 대형 매장의 상황이 더 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완다그룹 산하 90개 도시 323개 쇼핑센터 대부분이 잠정 폐장했으며, 수닝도 40개 대형 매장이 문을 닫았다. 올해 춘절 연휴 동안 수닝 매장 방문객은 전년대비 70%나 줄었다. 반면에 중소형 매장은 발빠르게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등 운영 유연성을 높여 전환기를 맞이한 곳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시적이긴 하겠지만, 코로나19이후 공공장소 방문에 거리낌이 생기면서 중국인의 생활, 소비 패턴이 실외가 아니라 실내에 방점이 찍혔다.
기업에서는 유연 근무, 재택 근무 등을 실시하고 각 개인은 모임과 행사 등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며 대면 접촉을 줄이고 있다. 모임과 회의는 화상으로 진행되고 외식이 줄어들어 간편하게 배달시킬 수 있는 앱이나 온라인 장보기 배송 서비스 앱이 사용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게 됐다.
갑자기 다가온 일상 생활의 변화에도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다양한 모바일 기반의 앱과 서비스가 급피치를 올렸다.
중국 리서치 업체 이관(易观)에 따르면, 춘절 연휴 기간 우메이(物美超市), 디몰(多点 Dmall) 주문건은 전년보다 95.3%나 급증해 판매량이 225.7%나 급증했다. 온라인 신선식품 플랫폼인 미스프레쉬(每日优鲜)의 거래량은 350% 급증했다. 영상 수요가 늘며 텐센트 웨이스(微视), 도우인(抖音) 등 마이크로폼 서비스도 MAU가 각각 34.7%, 26.6% 급증하며 호황을 맞이했다.
생필품과 신선식품의 온라인 판매는 전례없는 호황을 맞이했다. 다다그룹(达达集团)의 주문형 소매 플랫폼인 징둥따오쟈(京东到家)는 설 연휴 기간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74%나 증가했다. 특히 육류, 채소, 과일 등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710%, 440%, 380% 급증했다.
식품과 관련된 이커머스를 비롯해 모바일 노래방, 온라인 레시피 공유 커뮤니티, 온라인 피트니스 등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연초 폭넓게 확산되었다.
특히 온라인 노래방 창바(唱吧)는 연초 가장 크게 성장한 서비스 중 하나이다. 기존 노래방 사용자도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근래 뮤지션 공연 공유 플랫폼으로 서비스 외연을 넓힌 창바의 신규 서비스도 널리 알렸다. 창바 라이브 공연 첫 날에만 20만 명의 시청자가 온라인 콘서트를 시청할 정도였다. 아울러 1020에 집중된 사용자층이 4050까지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정체되어 있던 오프라인 기반 비즈니스가 온라인으로 상당부분 옮겨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고객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이후 업체들의 대응이 중요하다. 현재와 같이 온라인이 ‘필수’가 아니게 되었을 때, 소비자 경험을 유지시키거나 향상시키지 않으면 언제든 이용자는 오프라인으로 돌아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간 이커머스가 급증하는 춘절 이후 배송과 관련된 물류 문제 등 불만족스러운 쇼핑경험으로 온라인 쇼핑이 급격히 낮아지는 추세가 코로나19 이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는 중국 이커머스와 쇼핑업계에 5060이라는 새로운 고객층을 유입시켰다. 막대한 프로모션을 펼쳤음에도 오프라인 구매 패턴을 고수하던 연령대이다. 이들이 다시 동네 매장으로 갈지 온라인에 남아 있을지는 기업의 향후 대응 능력에 달려있다. 악재도 준비된 기업에겐 기회가 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