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승규의 스타트업 법률 CASE STUDY] #18. 드라마 ‘스타트업’으로 본 대표이사 변경
이번 글에는 tvN 드라마 <스타트업> 3회의 줄거리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드라마를 시청하신 후에 이 글을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CASE: 스타트업의 대표이사 변경
스타트업 N의 대표이사 인재는 미국 출장을 준비하던 중, 대표이사인 자기도 모르게 이사회 일정이 그날 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때 인재의 새 아버지인 원 회장이 나타나 자기가 이사회를 소집하였고, 스타트업 N의 대표이사를 자기의 친아들인 상수로 변경할 테니, 인재는 미국 지사의 업무를 맡고 워라밸이나 챙기라고 합니다.
인재는 투자자들이 이러한 갑작스러운 대표이사 변경에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원 회장은 원 회장과 아들 상수의 지분율이 86%이므로, 이사회뿐 아니라 주주총회 결의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투자자의 납득이 왜 필요하냐며, 인재의 말을 무시합니다.
인재가 없는 주주총회장에서 상수가 의장으로 인재의 사임 소식을 알리고, 주주들에게 동의하는지 묻습니다. 인재는 처음에는 순순히 원회장의 뜻을 따라서 미국으로 출국하려고 하였으나, 마음을 바꾸어 주주총회 중인 회사로 돌아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하고, 다시는 씹던 껌 같이 버려지는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하여 새로운 창업을 준비합니다.
드라마의 앞 부분에서는 분명 이사회를 소집한다고 했는데, 인재가 회사에 도착하니 주주총회가 개최 중인데요. 제작진의 실수일 수도 있지만, 원 회장이 주주총회에 관한 언급을 한 것을 보면 실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실수가 아니라면 이사회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안건으로 하는 이사회였고, 이사회 종료 직후에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 것일 수 있습니다.
원 회장이 자신과 아들 상수의 지분율이 86%이므로 투자자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맞는 말일까요?
만약, 갑작스러운 대표이사 변경에 분노한 투자자가 저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우선 주주총회 소집의 하자를 이유로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하는 방안을 설명할 것입니다. 회장 측이 86%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주주총회 소집을 위해서는 2주 전에 주주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이를 생략하기 위해서는 주주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투자자에 2주 전에 통지하지 않고 주주총회를 소집했으니, 주주총회는 하자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원 회장 측이 86%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므로, 다시 소집 절차를 거쳐서 주주총회를 소집하면 결국은 적법하게 대표이사 변경을 결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주주총회를 취소하는 방안은 큰 실익이 없어 보입니다.
다음으로 투자자에게 투자계약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제안할 것입니다. 국내 VC 투자계약은 대표이사의 변경을 투자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으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최대주주(이해관계인)에게 비싼 가격으로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put option), 최대주주에게 위약벌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등을 투자자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대주주가 투자자의 이러한 동의권을 무시하고 갑작스럽게 자기의 무능한 아들로 대표이사를 변경하였다면, 투자자들은 원 회장에게 투자자가 보유한 스타트업 N의 주식을 비싼 가격에 팔거나, 위약벌 등을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분율만 믿고 투자자들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드라마 속 인재가 만약 저를 찾아와서 조언을 구한다면, 대표이사 및 이사직에서 순순히 사임하지 않는 것을 권유하겠습니다.
이사는 근로자와 달리 언제든지 주주총회 결의로 해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 없이 이사를 해임한 경우 그로 인한 이사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므로, 남은 임기의 이사의 보수(연봉)를 모두 지급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인재가 스스로 사임하면 이러한 보수 청구를 하기 어렵습니다. 인재의 경우는 해당 사항이 없지만, 사임하면 보유 주식, 스톡옵션과 관련해서도 불이익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합니다.
또한, 대표이사는 투자계약 체결 시에 일반적으로 퇴사금지, 경업(경쟁영업)금지 계약을 체결합니다. 인재가 회사를 퇴사하면, 퇴사금지 계약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재는 곧 바로 다시 창업을 하려고 하는데, 경업금지 의무는 회사를 퇴사한 이후에도 일정 기간 효력이 있으므로, 인재가 유사한 사업을 하면 경업금지 위반도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재가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최대주주, 회사, 투자자와 사이에 남은 보수, 퇴사금지, 경업금지 계약 해지 등에 관한 서면 합의를 한 이후에 사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를 통하여 어느 정도라도 금전적으로 노력의 대가를 보상 받아야 할 것입니다.
대표이사의 변경은 회사의 경영뿐 아니라 회사, 주주, 대표이사 및 투자자 사이의 권리 및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입니다. 법적 검토 없이 섣불리 대표이사를 해임하거나 대표이사나 이사직에서 사임하는 경우 예상하지 못한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를 강제로 해임하는 경우이든, 대표이사가 스스로 사임하는 경우이든 반드시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라겠습니다.
-글: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원문: [변승규의 스타트업 법률 케이스 스터디] #18. 드라마<스타트업>: 대표이사 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