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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인정하지만 취업은 망설인다”… 벤처기업의 딜레마

벤처기업협회가 설립 30주년을 맞아 실시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국민들은 벤처기업의 혁신성과 성장 잠재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실제 취업이나 창업은 주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지난 7월 전국 만 19-64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벤처기업을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5.4%에 그쳤다.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더 주목할 점은 지역별 인지도 격차다. 서울·인천·경기 지역은 52.8%가 벤처기업을 알고 있다고 답한 반면, 대구·경북 지역은 34.7%에 불과했다. 약 18%포인트의 차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과 정보가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연령대별로는 19-29세가 48.7%로 가장 높았고, 30-39세가 39.2%로 가장 낮았다. 의외로 사회 초년생들이 직장을 고민하는 30대보다 벤처기업을 더 잘 알고 있다는 결과다.

벤처기업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묻자 ‘기술’, ‘혁신’, ‘스타트업’, ‘도전’, ‘아이디어’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응답자들은 벤처기업을 창의적이고(46.5%) 혁신적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하는(39.3%) 도전적인(36.1%)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실제로 벤처기업의 전반적 인상을 묻는 질문에서 63.8%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3.5%에 불과했다. 특히 혁신성 측면에서는 벤처기업이 중소기업(36.2%)은 물론 대기업(66.2%)보다도 높은 71.7%의 긍정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취업이나 창업을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서는 39.6%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47.2%는 ‘보통’이라고 답해 뚜렷한 중립적 인식을 보였다.

벤처기업 취업을 추천하는 이유로는 ‘자신의 아이디어나 역량을 펼칠 수 있어서'(46.5%)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기업의 높은 성장 가능성'(38.4%), ‘다양한 경험과 경력 축적'(30.1%) 순이었다.

반면 추천하지 않는 이유로는 ‘기업의 낮은 생존율과 불안정성'(67.4%)이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벤처기업에 대한 정보 부족'(31.8%), ‘급여나 복지 등 낮은 근로조건'(29.5%) 순이었다.

결국 국민들은 벤처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은 인정하지만, 안정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벤처기업이 경제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는 전 항목에서 과반수가 ‘높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래 경제 성장동력 창출'(74.1%), ‘신기술 개발 및 기술 혁신'(73.9%), ‘신산업 개척'(71.5%)에서 70%를 넘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영향력 점수에서도 벤처기업은 전 항목에서 60점 이상을 기록했다. ‘신기술 개발 및 기술 혁신’ 72.6점, ‘미래 경제 성장동력 창출’ 71.3점, ‘신산업 개척’ 70.6점 등이 특히 높았다.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75.7%가 ‘필요하다’고 답해 높은 공감대를 보였다.

필요한 지원 분야로는 ‘R&D 지원'(26.1%)이 1위였고, ‘규제 완화 지원'(16.4%), ‘자금 조달 지원'(14.1%), ‘창업 지원'(13.2%) 순으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벤처기업은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과 비교해서도 특정 분야에서는 우위를 보였다.

혁신성(70.9점), 직무환경(70.3점), 성장성(70.1점)에서 벤처기업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모두 앞섰다. 반면 안정성(53.7점)과 경제 기여(66.2점)에서는 대기업(각각 74.6점, 76.6점)에 뒤졌다.

종합 인식도는 대기업(69.6점) > 벤처기업(66.2점) > 중소기업(56.7점) 순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벤처기업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혁신성과 성장성은 인정받고 있지만, 안정성에 대한 우려로 인재 유입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벤처기업의 실제 경제적 기여에 비해 국민 인식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며 “벤처기업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과 성공 사례 홍보를 통해 인식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3년 말 기준 벤처기업의 총 매출액은 242조원으로 재계 3위 수준이며, 총 고용 규모는 약 93.5만 명으로 국내 4대 대기업 그룹을 능가한다. 특히 벤처기업 고용의 51.3%가 30대 이하 청년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벤처기업이 명실상부한 ‘한국 경제의 혁신 동력’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성과와 인식 간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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