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영웅전설, 아루스란전기 주인공으로 살펴보는 CEO의 유형
세상에는 팀원으로 영입하고 싶은 능력자들이 많다. 하지만 그 능력자들을 스타트업에 합류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에 비해 연봉을 많이 줄 수도 없고, 미래에 대한 확신을 주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평소에 잘 알던 능력자 지인을 합류 시켰다 하더라도 별다른 소득, 성과 없이 6개월만 지나다보면 관계가 허술해지게 마련이다. 아무리 돈독한 인간관계라 하더라도 생계보다 중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업이라는 것이 단기간에 승부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는 지속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사업에서 쓴 맛을 본 이들 상당수가 성공 8부능선 혹은 9부능선에서 엎어졌다고 말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겠다. 일당백 팀구성을 하려면 CEO는 팀원에게 매력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 그들에게 꾸준히 동기부여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영속적이지는 않더라도 이러한 자질이 지속성을 이끌어 낸다.
그렇다면 팀원이 찾는 이상적인 CEO는 어떤 유형일까? 닥터헬과 같은 악당 리더십도 있겠지만, 몇몇 유형을 다나카 요시키의 명작 ‘은하영웅전설’과 ‘아루스란전기’의 주요 등장인물을 통해 살펴보자. 여러분은 팀원이 자신의 인생을 맡겨도 좋은 CEO인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천재형, 열정형)
소설 속 라인하르트는 황제의 후궁으로 입궁한 친누이의 후광으로 제국군에 입문했으나, 이후에는 자신의 능력으로 약관이 넘은 시점에 기존 왕조(골덴바움)를 무너뜨리고 신왕조(로엔그람)를 세운 인물이다. 라인하르트 개인은 사춘기적 감성을 가진 인물이지만, 외적인 부분은 냉철함을 추구했다. 전장에서의 전략과 전술, 정치 부분에서의 공정성 등 자로 잰듯한 계획과 통찰력을 보여주는 천재형 인물이다. 특히 인재등용에 탁월한 안목과 동기부여를 할 줄 알기에 능력있는 인재들(로이엔탈, 미터마이어, 비텐펠트, 파렌하이트, 메크링거, 캐슬러, 와렌, 루츠, 켐프 등)이 그의 황금사자 깃발 아래 모여든다. 또한 모두가 배척하는 인물(오베르슈타인)이라 하더라도 그 능력에 걸맞는 역할을 주어 조화를 이루게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라인하르트는 자타공인 천재형 인물이다. ICT 스타트업 CEO로 보자면, 개발도 되고 디자인도 되며 홍보마케팅도 탁월한 인물이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대인관계쯤 되겠다. 하지만 그가 팀원을 못 믿고 일일이 간섭하는 독단적인 인물이었냐 하면 그건 아니다. 수많은 인재를 그에 걸맞는 리워드를 제공하거나 그에 준하는 가치를 제시해 영입한 뒤 신상필벌에 대해 합리적으로 처리했기에 제국을 설립한 것이다. 이러한 공정함으로 얻어진 팀원의 충성은 그의 사후에도 왕조가 지속되는 기반이 된다. 그는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제국을 만들어낸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그가 죽어서도 원활히 돌아가게 된다.
또한 라인하르트는 팀원에게 자잘한 주변일을 잊게 만드는 열정적 CEO의 전형이다. 매사에 선두에 서는 것을 긍지로 여기고 팀원의 실수를 탓하기 보다는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는 인물이다. 특히 자신의 열정을 팀원에게 전이시키고, 자신의 꿈을 모두의 꿈으로 바꾸는 인물이다.
라인하르트가 황제가 된 이유는 여러가지를 들 수 있지만, 그에게 키르히아이스라는 탁월한 코파운더가 초반에 함께했기에 가능했다는 소견이다. 키르히아이스는 라인하르트와 같은 천재형 인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만인지상에 오를 자질이 있었던 인물이다. 라인하르트가 적과의 전략전술을 겨룰때 키르히아이스는 그에 수반되는 주변업무를 라인하르트급으로 처리해 줬기에 라인하르트가 이상을 펼칠 수 있었다. 역할분담이 제대로 된 셈이다. 더불어 키르히아이스는 라인하르트의 이상과 꿈에 대해 유일하게 이해하는, ‘말 하지 않아도 아는’ 인물이기도 했다. 키르히아이스는 죽어서도 라인하르트에게 영향력을 미친다. 그의 유지인 ‘우주를 손에 넣으라’는 주문이 되어 라인하르트를 이끌고, 키르히아이스라는 인물에 대한 빈자리를 라인하르트는 ‘인재수집병’으로 대신한다. 이는 이후에 여러 문제를 야기 시킨다.
양 웬리(지장형, 전략형)
소설 속 양 웬리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역사학도 지망생이다. 하지만 시대는 그를 군인이 되게 했으며,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사에 남을 업적을 이루게 된다. 양 웬리는 아군과 적군에게 ‘기적의 양’, ‘마술사 양’ 등으로 불리우며, 죽는 그날까지 ‘무패’로 일생을 마감한 전략가다. 아이러니하게도 양은 군인이라는 직업이 싫어 연금생활을 꿈꾸며 전역할 최적의 타이밍을 꿈꾸었지만 이 부분만은 그의 전략이 통하지 않게 된다. 양은 국가보다는 민주주의라는 체제와 사람을 우선시한 인물이지만, 혁명형 인물이라기 보다는 체제 내에서 최선의 전략과 전술을 고려하는 현실적 인물이기도 하다.
사업을 하는 CEO 측면에서 봤을때, 양 웬리는 현상에 대해 넓게 볼 줄 아는 통찰형 인물이다. 큰 그림을 그릴줄 안다는 것이다. 라인하르트 역시 시야가 넓은 인물이지만, 양 웬리는 라인하르트가 사소하다고 간과하는 작은 그림까지도 제대로 그릴줄 아는 인물이다. 이러한 장점은 상대방의 심리를 활용한 전략과 전술로 나타난다. 양의 가장 큰 능력은 자신이 세운 전략 전술에 맞춰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할 줄 안다는 것이다. 라인하르트처럼 역할에 맞는 인재등용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지고 있는 리소스를 최대한 활용해 성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양 웬리는 팀원에게 최대한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소통형 리더다. 자신의 생각과 틀려도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그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줄 아는 배려형 인물이기도 하다.
라인하르트가 시스템이라는 제국을 만들었다면, 양 웬리는 팀원의 자율성이라는 문화를 만들어낸 CEO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대의에 의한 업무처리라기 보다는 자발적 의지에 의한 업무를 권장하는 스타일인 셈이다. 어찌보면 초기 스타트업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겠다.
아루스란(인격형)
소설 속 아루스란이라는 인물은 파르스의 왕자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지만, 왕과 왕비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나마 유지되던 왕자라는 신분도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워지면서 유명무실한 상황이 된다. 하지만 이후 일당백의 용사들(16익장)을 기반으로 외적으로부터 다시금 왕국을 되찾고 ‘해방왕’이라는 칭호를 받게 된다. 아루스란은 다나카 요시키가 썼던 군주열전에서 나온 이상적인 군주의 전형이다. 요시키가 말하는 진정한 군주는 자신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알아보고 등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CEO로써 아루스란은 위에 소개한 라인하르트나 양 웬리에 비하면 무능한(?) 인물축에 속한다. 팀원들 개개인에 비해 능력 또한 부족하다. 하지만 아루스란의 장점은 이를 인정하고 팀원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게 만드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또한 아루스란은 사람을 알아볼 줄 아는 인물이자 한 번 믿으면 신뢰를 보내는 유형이다. 더불어 팀원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인물이기도 하다. 조직이 잘 되는데 있어 CEO가 반드시 모든 분야에서 능력이 뛰어날 필요는 없다. 그 일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선택해 명확하게 업무를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개성 강한 캐릭터가 모이는 스타트업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죽이고 조화를 이루게 하는것은 어려운일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자질이 필요한 것이 스타트업 CEO다.
별거 아니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아루스란의 장점인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은 스타트업 CEO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인재가 있다하더라도 그가 스타트업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한 분야에만 특화되어 있거나 조직에 동화되지 않으면 잠재적 불안요소를 안고가는 것이다. 물론 이를 조정하는 것도 CEO의 역할이지만, 이러한 불안 요인이 안생기게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CEO의 능력이다. 스타트업은 이력서가 아닌 인터뷰를 통해 팀원을 구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없이 그저 감으로 팀원을 뽑게 된다면, 잘 뽑았다는 생각보다는 잘 못 뽑았다는 생각을 할 확률이 전자에 비해 훨씬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