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로 엿보는 유니콘 이야기 1 – 마켓컬리는 친환경에 진심일까?
한국의 유니콘
기업가치가 10억달러가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고 부른다. 요즘 중국이나 미국에서는 기업가치가 100억달러가 넘는 데카콘도 있고, 비상장 상태인데 무려 기업가치가 1000억 달러가 넘는 스타트업도 존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쿠팡이 이미 2015년에 소프트뱅크 투자유치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100억달러였기 때문에 국내에도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한 2021년까지 몇 년 동안 데카콘이 존재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쿠팡은 상장 후 초기에 기업가치가 잠시 1000억달러가 넘었던 때가 있었으니 국내 유일하게 헥토콘에 근접했던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집계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2021년 8월 기준으로 국내 유니콘은 10개 내외인 것으로 보인다. 유니콘이었던 크래프톤은 올해 상장을 통해 비상장 타이틀이 없어졌고, 반대로 티몬은 상장을 추진하면서 유니콘에서 빠지는 듯이 보였으나 지난 7월에 상장 계획을 철회하면서 그대로 유니콘 대열에 남게 됐다.
기업의 지향점을 투영하는 지식재산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투자회수의 기회가 적다는 의미에서 그리 좋은 소식은아니겠지만, 유니콘 입장에서는 IPO 이외의 투자금 확보 수단만 있다면, 상장 이후의 공개된 기업으로서 감내해야 할 많은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상장 요건이 어느 정도 갖춰지는 유니콘 시점에서 바로 상장하지 않고 비상장 상태에서 데카콘이나 헥토콘까지 성장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마케팅 측면에서 또는 기업 브랜딩 관점에서 자발적으로 기업의 정보를 공개하는 사례도 존재하지만, 아무래도 정보에 대한 공개의무가 있는 상장사에 비해 비상장 상태인 유니콘들은 제한적인 정보만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상장 유니콘이라도 감추지 못하고 공개되는 정보가 있으니, 바로 지식재산권(IPR)에 대한 정보다.
지식재산은 기업의 관심사나 지향점을 그대로 투영한다. 특허는 기업의 기술개발 방향이나 결과물을 나타내고, 상표는 지정상품류나 지정서비스류를 통해 기업의 사업확대영역이나 방향성을 드러내게 된다. 이 때문에, 유니콘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재산권을 살펴보면 유니콘이 추구하는 가치나 사업방향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샛별배송과 친환경 물류의 선구자 컬리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2015년 창업한 이래 신선식품을 다음날 아침 7시 전까지 배송해주는 샛별배송을 중심으로 눈부신 속도로 성장해왔다. 2020년 시리즈E 투자무렵에 1조원에 근접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올해 시리즈F 투자를 통해서 인정된 기업가치가 2조원을 넘으면서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성장을 거듭하던 2019년 9월 무렵에 김슬아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컬리의 친환경 프로젝트에 대해 선언한 바 있다. 샛별배송 지역부터 냉동 보냉 박스에 종이 포장재를 먼저 도입하고 최종적으로 2021년까지 사용하는 모든 포장재를 종이 소재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올페이퍼 챌린지라고도 불리고 있는데, 2020년 10월경에는 올페이퍼 챌린지로 인해 절감한 플라스틱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기사를 배포하기도 했다.
컬리 브랜드의 특별함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브랜드를 사용하는 구매고객도 특별해지는 경험을 제공하여, 결과적으로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 정도로 올페이퍼 챌린지를 치부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컬리의 포장재 관련해서 여전한 샛별배송의 과대포장 이슈에 대해 언급한 올 초의 기사들을 볼 때도, 컬리는 친환경에 얼마나 진심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어 보인다.
컬리는 친환경에 진심인가?
지식재산 관점에서는 어떨까? 컬리는 공개된 특허정보넷 키프리스 DB 기준으로 2021년 8월말 현재 다양한 브랜드에 대해 475건의 상표와 서비스표를 출원한 바 있다. 컬리는 자사 메인 브랜드 “컬리”, “Kurly”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브 브랜드나 서비스 구성요소인 “에코박스”, “에코워터팩” 등에 대한 독점적인 상표를 확보하고 있다. 이에 더해 “샛별배송”과 같은 서비스 아이덴티티나, 앞서 언급한 “올페이퍼챌린지”라는 기업정책도 브랜드화하여 서비스표로 선점하고 있다.
이렇게 철저하게 관리하고 보호받는 수 백 가지의 상표와 달리, 특허는 단 1건만 존재한다. 컬리가 출원해서 심사 중인 단 1건의 특허는 바로 친환경 포장용 박스에 관한 것이다. 본 특허출원은 2020년 1월 8일자에 출원되었고, 2021년 7월경에 공개특허 제10-2021-0089477호로 공개된 바 있다. 심사상황을 살펴보니, 최근에 유사특허가 있다는 주장이 담긴 심사관의 거절이유가 통지되었고, 이에 대응하여 컬리 측이 내용을 반박하는 대응절차를 진행한 바 있다.
컬리가 출원한 유일한 특허 – 친환경 포장박스
배경기술 부분을 보면, 보냉이 요구되는 음식물 등의 내용물을 저장 또는 운반하기 위하여 스티로폼, 비닐 등의 재질로 제작된 포장용 박스 또는 팩에 내용물을 삽입하고, 아이스팩을 함께 넣어서 저장 또는 운반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포장용 박스로 스티로폼을 사용하지 않고, 아이스팩의 사용을 최소화하여 보냉 기능을 달성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포장용 박스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컬리가 특허출원한 친환경 포장용 박스의 핵심은, 박스본체와 대상체 사이에 공기층을 형성하도록 골판지 등의 재질로 이루어지는 지지수단을 이중 구조로 설계하여 대상체를 보온 또는 보냉할 수 있도록 단열 기능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비교적 단순해보이는 이 특허출원이 등록되어 보호를 받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기술 기반의 기업이 아닌 전형적인 유통 기반의 이커머스 스타트업인 컬리가 출원한 유일한 특허라는 점은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컬리가 보유한 많은 사업 관점의 요소 중에서 컬리의 1호 특허출원이 친환경 포장용 박스라는 점은, 컬리 내부에서 포장용 박스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고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엿 볼 수 있다.
특허를 통해 드러나는 컬리의 친환경에 대한 진심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올페이퍼 챌린지를 공식화한 2019년 9월 보다 늦은 시점에 특허출원을진행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기업의 미공개 요소를 공개하기 전에 특허출원을 선행하는 것이 정석적인 과정인데, 4개월 정도 늦은 시점에 출원을 한 것을 보면 올페이퍼 챌린지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는 특허출원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나 친환경 컨셉을 먼저 발표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은 후속적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허를 많이 확보해야 하는 기술기반 기업과는 달리 특허로 보호할만한 요소가 많지 않은 이커머스 업체로서, 단 1건의 특허가 친환경 포장용 박스라는 점을 볼 때, 컬리가 친환경 배송 문화에 얼마나 전사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컬리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다가 진로를 바꿔서 국내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주관사 선정, 프리IPO 투자 등 숨가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비록 국내 상장으로 유턴했지만, 여전히 컬리는 견고하게 쌓아올린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위에 친환경에 대한 진심을 더해 더욱 견고한 충성고객에 대한 락인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범국가적으로 ESG를 부르짖고 있는 현 상황에서 남들보다 한 걸음 먼저 친환경 경영을 선언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온 선구자인 컬리의 성공적인 상장과 성장을 응원한다.
원문 : IP로 엿보는 유니콘 이야기 1 – 마켓컬리는 친환경에 진심일까?
필자소개 : 유철현 BLT 변리사 : 유 변리사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형’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IT와 BM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기술 기반 기업의 지식재산 및 사업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심의위원과 한국엔젤투자협회 팁스(TIPs)프로그램 사업 심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