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쎈 것들만 모았다” 인공지능 기반 체외진단 기기
인공지능과 체외진단, 명실공히 시장의 높은 기대를 받고 있는 강력한 기술들이다. 이렇게 강력한 기술들이 융합한 결과 탄생한 제품이 바로 인공지능 기반 체외진단 기기이다.
인공지능 기반 체외진단 기기는 진단 과정에서 사용되는 시약이나 기구, 기계, 장치라기보다는 의료진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 형태를 갖는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기반 체외진단 기기는 체외진단 소프트웨어 의료기기(IVD SaMD) 유형으로 분류된다. SaMD(Software as a Medical Device)는 하나 이상의 의료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독립형 소프트웨어를 말하며, 하드웨어 의료기기의 일부로서 하드웨어가 동반되는 소프트웨어 SiMD(Software in a Medical Device)와 구분되는 개념이다.
대표적인 SaMD로는 컴퓨터보조진단(CAD, Computer-aided Diagnosis) 또는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 Clinical Decision Support Software)을 들 수 있는데, 인공지능 기반 체외진단 기기는 질병 진단을 보조하는 CAD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SaMD는 질병의 상태나 정보 제공의 영향에 따라 4개의 등급으로 분류되는데, 중증(critical) 질병의 진단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의 경우 가장 높은 4등급의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4등급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인체에 대한 잠재적 위해성이 높은 반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국내 의료기기 산업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최초 허가받은 인공지능 기반 체외진단 기기, 중증도 진단하고 병리 보고서 자동 생성”
국내 최초로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인공지능 기반 체외진단 기기는 ‘딥바이오’가 개발한 ‘DeepDx-Prostate’이다.
DeepDx-Prostate가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은 시점은 지난해 4월이다. 2018년 5월 골연령을 분석하는 ‘뷰노’의 ‘Med-BoneAge’가 국내 최초로 허가를 받은 이래로 이때까지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가 허가된 케이스는 10개 업체에 총 19건에 불과했다. DeepDx-Prostate는 의료기기 중에서도 체외진단용으로 국내 최초로 허가를 받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립선 생검(생체검사, biospy)을 진행할 경우, 병리과 전문의가 가느다란 바늘로 전립선 조직을 떼어내서 염색한 후 이를 현미경으로 직접 관찰·판독하여 진단하게 된다. 그러나, DeepDx-Prostate를 사용하여 전립선 생검을 진행할 경우, 염색된 전립선 조직 슬라이드를 디지털 스캔하고, 학습된 인공지능이 디지털 이미지를 분석하여 전립선암의 유무를 판독할 수 있다.
DeepDx-Prostate는 임상시험에서 5년 이상 경력의 병리과 전문의의 판독 결과 대비 98.5%의 민감도, 92.9%의 특이도를 기록했다. 여기서, 민감도(sensitivity)는 질병을 가지고 있는 대상군에서 검사 결과가 양성(positive)으로 나오는 환자의 비율을 나타내며, 특이도(specificity)는 질병이 아닌 대상군에서 검사 결과가 음성(negative)으로 나오는 환자의 비율을 나타낸다.
DeepDx-Prostate는 전립선암을 찾아내는 데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을 이용한 딥러닝 방식을 사용한다. 딥바이오가 보유한 특허를 통해서 살펴보면,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WHI, Whole Slide Image)로부터 일정 크기로 분할된 패치를 추출하고, CNN을 이용하여 패치 이미지의 픽셀 단위로 전립선암 발현 여부를 검출하는데, 추가적으로 전립선암 병변 영역을 이루는 픽셀의 개수에 따라 검출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출력 해석 과정을 두고 있다.
한편, 다른 특허를 보면, 홀 슬라이드 이미지 단위로 중증도 라벨이 부여되는 점을 고려하여, 패치 단위로 병변 유무를 판단하는 병변 판단용 뉴럴 네트워크(111)와 패치별 피처(feature)를 병합한 피처맵(feature map)을 학습 데이터로 하는 중증도 판단용 뉴럴 네트워크(112)를 복합적으로 운영하는 효율적인 학습 방식도 사용하고 있다.
딥바이오의 제품 소개 페이지를 참고하면, DeepDx-Prostate는 Basic, Pro, 그리고 Connect 제품으로 구분된다.
Basic 제품은 슬라이드 뷰어와 슬라이드 내의 암 병변을 인식할 수 있는 바이너리 스크리닝(binary screening) 솔루션이 합쳐진 제품이다. Basic 제품을 이용하면, 병리과 전문의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동안 상대적으로 많은 케이스를 처리할 수 있고, 기존의 방식으로 현미경 렌즈를 들여다봄으로써 쌓이는 정신적인 피로와 오진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Pro 제품은 글리슨 패턴(Gleason Pattern)을 분류하고 등급에 따라 이미지를 채색하며 글리슨 점수(Gleason Score)를 제공한다. 글리슨 패턴은 악성도에 따라 1~5 등급으로 전립선암을 분류하며, 글리슨 점수는 글리슨 패턴의 등급을 합산한 점수를 의미한다. Pro 제품은 슬라이드 이미지 분석이 완료되면, 글리슨 점수, 글리슨 패턴의 비율, 주요 이미지 샘플 등을 담은 병리 보고서를 자동 생성해주기도 한다.
Connect 제품은 온라인 제품이다. Connect 제품은 Pro 제품과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면서, 의료진 간 슬라이드 이미지의 공유, 토론, 어노테이션을 가능하게 해준다. 또한, 휴대용 디바이스를 지원하여 물리적인 위치와 관계 없이 진단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슬라이드 준비부터 이미지 분석과 진단에 이르는 전과정을 자동화한 인공지능 기반 혈액진단 기기”
유럽 체외진단 의료기기 인증(CE-IVD)을 획득한 인공지능 기반 체외진단 기기도 있다. ‘노을’이 개발한 ‘miLab’이다. miLab은 혈액으로 말라리아 감염을 진단하는 혈액진단 기기에 속한다.
miLab 내부에는 고화질 디지털 현미경이 내장되어 빠른 속도로 샘플 이미지를 확보하고, 온보드(Onboard) AI 알고리즘이 디지털 이미징과 동시에 관찰·판독을 진행하여 일관성 있고 정확도 높은 결과를 출력한다. miLab은 멀티포커스 이미징 기법을 사용하여 여러 층으로 혈액 이미지를 촬영하고, 이들 이미지를 인공지능이 모두 분석하도록 하여 진단의 특이도를 높인다. 다만, 임베디드 AI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학습(training)이나 AI 모델 업데이트가 필요할 경우 제약 사항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miLab에 적용된 인공지능 기술을 노을이 보유한 특허를 통해서 확인해보고자 하였으나, 현재까지 공개된 노을의 특허는 염색하지 않은 세포 이미지로부터 세포의 유형을 식별하는 기술만이 존재하여, 그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
한편, miLab에는 독자적인 방식의 NGSI(Next Generation Staining and Immunostaining) 카트리지와 고체(liquid-free) 염색 방식이 사용된다. 카트리지는 접촉식 염색 패치를 수납하는 플레이트(패치 플레이트)와 혈액 검체가 도말되는 플레이트(검체 플레이트)를 포함하고 있다. 먼저, 도말(smearing) 과정에서는 두 개의 플레이트를 상대 슬라이딩 운동시켜, 경사진 도말 필름에 의해서 혈액 검체가 모노 레이어로 도말되도록 한다. 이어서, 염색(staining) 과정에서는 염색 시료가 저장된 겔(gel) 상의 염색 패치를 사용한다. 두 개의 플레이트를 다시 상대 슬라이딩 운동시켜 도말된 혈액 검체와 염색 패치가 서로 마주보게 배치시키고, 염색 패치를 차례로 하강시켜 도말된 혈액 검체와 접촉시키며 염색을 진행한다.
miLab은 슬라이드 준비부터 현미경을 통한 이미지 분석 그리고 진단에 이르는 전과정을 자동화하여 빠른 진단을 가능하게 해준다. 현미경 검사 및 진단 방식의 경우, 의료진의 숙련도에 따라 슬라이드 준비 시간 및 진단 결과의 편차가 클 수 있는데, miLab은 이 모든 과정을 자동화함으로써 그 차이와 오류를 줄이도록 도와준다.
“세계 최초 인공지능 기반 체외진단 소프트웨어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발간”
이런 가운데 올해 6월 식약처는 인체 조직 이미지와 영상을 인공지능 기반으로 분석해 병변을 자동으로 구분하고 질병의 예후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 등의 성능평가를 위한 ‘인공지능 기반 조직병리 체외진단의료기기(소프트웨어)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세계 최초로 발간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환자의 조직 슬라이드가 디지털 스캔된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WSI, Whole Slide Image)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체외진단의료기기(소프트웨어)에 적용하며, 조직 슬라이드를 단순히 디지털 영상으로 변환시키는 소프트웨어나 세포 슬라이드 이미지에 대한 분석 소프트웨어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가이드라인은 신청서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하여 적용한 학습 기법, 전후처리 과정 및 학습 데이터의 구성 등을 포함하여 기재하고, 해석 단계에서 사용한 기존 의학적 진단 기준 등이 있을 경우 이를 함께 기술하도록 하였다.
임상적 성능시험과 관련하여, 인공지능 기반 조직병리 소프트웨어가 분석한 결과가 참조표준과 비교하여 정확하고 정밀한 성능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참조표준 확립방법으로, 질환 및 검체 종류, 검사 유형에 따라 참조표준(비교방법) 확립에 적합한 경험과 자격을 갖추고 있는 병리 전문의 2인 이상의 판독 결과를 사용하도록 하였다. 병리 전문의 간 판독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제3의(독립된) 병리 전문의 판독을 수행하며, 필요한 경우, 관련 학회 등의 외부 견해를 반영하여 불일치 결과에 대한 결론을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유효성 평가변수는 제품 사용목적에 따라 크게 분류(classification), 계측(counting),영역 분할(segmentation) 및 예후·예측(prediction)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평가변수로 다음을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과거부터 ICT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체외진단 기기 기술 개발과 신시장 창출을 지원해왔다. 한국이 보유한 세계적인 수준의 ICT 기술을 체외진단에 접목시키면 체외진단의 신뢰도와 분석 역량 등이 개선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국내 체외진단 기기 기업과 그 제품들의 우수성이 해외에 알려지고 세계가 놀라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국내 기업의 인공지능 기반 체외진단 기기가 세계를 누비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기대해본다.
원문 : 쎈 것들만 모았다. 인공지능 기반 체외진단 기기
저자소개 : 김성현 BLT 파트너 변리사는 NIPA, IITP, KISA, KOCCA, 창업진흥원, 서울산업진흥원에서 전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공지능, IoT, 클라우드 컴퓨팅, 차세대 보안, 블록체인, 스마트 디바이스 등의 디지털 기술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