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이 공개한 2021년 4분기 광고 수익은 97억 달러(약 11조6000억원)로 동기간 전년 대비 32%나 증가했다. 실적 발표 당일 주가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아마존의 이러한 폭발적 성장의 원동력은 바로 리테일 미디어다. 리테일 미디어는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판매자 또는 공급자가 상품을 홍보하여 고객 도달과 구매 전환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기술과 채널을 제공한다. 이제 맞춤형 광고는 아마존의 핵심 서비스로서 수익과 고객 편의를 동시에 보장한다.
아마존의 성공 사례는 이커머스뿐 아니라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유통 기업들에까지 새로운 수익 창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신문, TV, 잡지 등 콘텐츠 매체사에 한정되었던 광고가 게임, 포털, 미디어의 영역을 넘어 유무형의 상품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다양한 기업들에 확장되고 있다. 최근 디지털 플랫폼화의 추세와 더불어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커머스 기업은 기존의 미디어 기업만큼의, 어쩌면 더 혁신적인 방식으로 광고 비즈니스의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 디지털로 구축된 수많은 판매 네트워크와 폭넓은 제품 스펙트럼, 고객 선호 및 소비 데이터가 광고 사업 잠재력을 더욱 강화한다. 이를 활용하면 비대면에서도 고객 구매 단계에 맞춰 반응 확률이 높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광고를 선택적으로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응도에 따라 광고 노출을 제어함으로써 피로도를 최소화하면서 바로 구매까지 연결할 수 있어서 더 좋은 효과를 이끌어낸다.
데이터를 보유한 모든 기업이 리테일 미디어 비즈니스의 주체이자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실제 금융, 여행, 배달 서비스 및 슈퍼마켓 업계가 직/간접적으로 광고와 활발히 연결되어 있는데, 올해 특히 큰 성장이 기대되는 5대 산업의 주목할 만한 트렌드와 특징을 짚어보고자 한다.
리테일 및 이커머스 플랫폼 – 지속되는 성장세
미국의 경우, 월마트, 타깃과 같은 대형 리테일 기업들의 기존 유통 구조가 점차 바뀌면서 CPG(소비재, Consumer Packaged Goods) 기업인 유니레버, P&G 등 주요 브랜드가 온사이트에 광고 캠페인을 집행하고 있다. 반면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 이후 인스타그램을 통한 광고 도달률이 15% 이상 감소하여 점차 외부 매체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커머스 플랫폼이 대안으로 부상하는 것이다. 메타(구 페이스북)는 고객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구글은 고객이 찾는 정보를 각각 단편적으로 알고 있다면 커머스는 자체 상품 탐색, 검색, 구매 내역을 결합한 인사이트가 강점으로 작용해서 입점 브랜드의 광고 예산을 직접적인 판매 채널로 흡수하게 되었다.
중간 규모의 커머스 기업이라도 기술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큰 투자 없이 경쟁력 있는 광고사업을 직접 운영할 수 있다. 서비스 컨셉이 뚜렷한 기업일수록 리테일 미디어 광고 비즈니스가 견고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함과 동시에 그로스 목표를 위한 근본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다.
금융 서비스 – ‘마이데이터’와 이종산업 결합
금융 서비스는 2021년 기준 리테일과 CPG 다음으로 미국 내 광고비 지출 규모가 가장 큰 세 번째 산업이며, 올해 13%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영국, 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개별 금융사와 업권의 경계를 넘어 생활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전례 없는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신규 모기지 고객과 가구 및 가전, 태아보험 가입 고객과 유아용품의 매치 등 생애주기별 소비 니즈를 고려한 광고가 가능하다.
특히 혁신적인 서비스로 젊은 층의 유스(Youth) 고객을 다수 확보했으나, 수익성이 부족한 핀테크 기업들에게 커머스 제휴를 통한 사업 확대가 각광받고 있으며 직접 진출로 피벗(pivot)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글로벌 시장의 경우 선구매 후결제(BNPL) 서비스로 시작한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나(Klarna)가 2021년 비교 쇼핑 서비스(Comparison Shopping Service, CSS)를 출시하며 광고 사업 본격화를 예고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네이버에 이어 토스 등 다수의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과 소비 모델을 결합하기 위해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에 진출한 바 있다.
여행 – 위치 정보 기반의 지역 광고
카셰어링, 항공사, 호텔, 자동차 렌탈, 여행상품 비교 등 각종 여행 관련 서비스들은 지리적 데이터가 강점이 된다. 광고주는 잠재 고객이 방문한 지역, 더 나아가 구체적인 장소를 타겟할 수 있고, 숨은 맛집이나 공연, 전시 등 특히 실시간성이 가미된다면 여행객에게 유용한 정보를 줄 수 있다. 우버(Uber)는 2020년 우버이츠(Uber Eats)부터 광고 사업을 시작한 이래 실적 반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버의 인앱 광고는 고객이 승차하는 즉시 최적의 경로와 도착 시간을 확인하는 패턴에서 기회를 포착한 사례이다.
여행이라는 테마가 글로벌 확장성을 내포한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팬데믹 이후 여행 산업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예고되는 가운데 광고는 여행 관련 업체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주요 도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 – 셀프 서브 방식의 습관화
팬데믹의 영향으로 미국의 인스타카트(Instacart), 도어대시(DoorDash), 포스트메이트(Postmates) 같은 배달 서비스는 2020년 기준 수익이 약 3배 성장했다. 특히 이러한 모바일 태생의 서비스 특성상 입점한 셀러들은 비대면으로 모든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에 훈련이 되었고 고객과 소통하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인스타카트의 셀프 서브 광고 역시 이러한 트렌드의 연장선으로 올해 이와 같은 배달 서비스들의 보다 정교한 광고 상품 출시가 예상된다. 또한 퀵커머스라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며 고객과의 최접점에 있다는 이점을 바탕으로 제휴, 인수 및 합병을 통해 소매 유통의 구도를 재편해 가면서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마켓 – 디지털 전환의 기회
가격 민감도가 크고 경쟁이 치열한 슈퍼마켓 업계는 저마진의 한계를 광고로 보완하고자 수년간 시도해 왔다. 비즈니스 특성상 오프라인 매장의 디지털 전환은 더딘 편이라 지금까지는 계산 대기 라인의 디스플레이 광고에 머물렀다. 그러나 온라인 몰을 동시에 오픈하며 고객의 구매 행동이 데이터로 기록되기 시작했고, 이제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고객 경험을 설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매장 내 키오스크와 TV 스크린 및 스캐너는 정보성 광고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바탕으로 선순환의 기반을 구축한다. 또한, 미국의 대표적인 신선식품 체인 크로거(Kroger)가 홈/유아용품 선두 업체 베드 배스 앤 비욘드(Bed Bath & Beyond)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숍인숍(Shop-in-shop) 유통 형태가 오프라인 매장까지 확산되고 있는데, 이 역시 광고 비즈니스의 초기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팬데믹으로 주요 상권 리테일 매장이 문을 닫는 반면 아마존의 ‘Just Walk Out’과 같은 실험적 매장이나 디지털 기반의 커머스사가 오프라인으로 역진출하며 리테일 미디어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모든 기업들에게 리테일 미디어 광고 사업을 통한 수익화 기회는 열려있다. 풍부한 데이터와 머신러닝 기술의 발전은 더 높은 수준의 유의성과 흥미 요소를 제공하는 광고를 가능하게 한다. 기존 방식의 광고에 신물이 난 고객들 또한 인식이 바뀌어, 개인화 광고는 찾고 있던 정보와 제품을 발견하는 소비 과정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넥스트 아마존은 누가 될까? 데이터나 지면을 가진 기업이라면 어디든, 이 질문의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경언, 몰로코 사업 개발 담당 이사 / 김경언 이사는 이커머스와 제조업에서도 해외사업 개발 및 전략 기획을 담당했고 마케팅, 영업, 재무, 비즈니스 운영과 기술을 포괄하는 경험을 갖고 있다. 김 이사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Accenture)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15년 간 금융 및 유통산업 분야 기업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및 모바일 신사업 전략 자문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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