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벤처스, ‘기후테크 투자’ 100억대 펀드 만든다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할 기후기술(climate-tech)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투자조합이 탄생했다. 기후·환경 분야 석박사급 인재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기후기술 창업가로 육성하는 펠로우십 프로그램도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다.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기술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한 벤처캐피털(VC) 회사가 기후테크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국내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 사회는 물론이고 인류 사회가 당면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난 2월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AR6) 실무그룹2보고서(WG2)는 기후변화가 예상보다 더 빠르고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로 농수산물 수확량 감소, 홍수·폭풍우·자연재해 증가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식량·경제·보건 등에 실체적 위협이 늘어나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에 따라 전 세계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 탄소 순배출량 0)을 달성하기로 했으며, 한국도 지난해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통해 탄소 감축 목표와 실행계획을 세운 상태다.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기후테크 개발·육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기후기술 투자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전세계 VC 투자금액 중 아직 14%만이 기후테크에 투자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관련 통계도 잡히지 않는 실정이다.
소풍벤처스는 2008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임팩트 투자사로서 기후테크 스타트업 투자 및 육성에 전격적으로 나서기로 결정했다.
소풍은 올해부터 ‘ACT ON CLIMATE CRISIS(기후위기에 대응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임팩트 클라이밋’(IMPACT CLIMATE)이라는 이름의 세 가지 트랙을 실행한다.
첫 번째로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할 재원인 ‘임팩트 피크닉 2호 투자조합’(가칭)을 4월 초에 결성한다.
펀드는 총 100억원 규모로 결성될 예정이다. 연내 출자자 모집에 따라 100억원 이상 규모가 될 가능성도 있으며, 100% 민간 자금으로만 조성되는 펀드다.
소풍은 이 펀드 자금의 50% 이상을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주로 국내 초기 스타트업에 약 1억~5억원을 투자한다. 국내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기후 펀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생기는 것이다.
투자 분야는 신재생에너지, 농식품, 순환경제 등이다. 기후변화를 완화(mitigation)하거나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에 도움을 주는 기술 기반의 창업팀을 주로 찾는다. 기후테크와 시너지를 낼 기타 임팩트 분야 및 해외 스타트업에도 투자 가능성을 열어 둔다.
이 펀드에는 2010년 전후로 창업한 ‘벤처 2세대’ 창업가들이 출자자로 동참해 의미를 더한다.
스타일쉐어 창업자 윤자영 대표, 크래프톤 공동창업자 김강석 전 크래프톤 대표 등이 소풍 기후 펀드에 출자한다.
소풍벤처스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가 기후 위기이므로 기후테크 분야에서 후배 창업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데에 출자자분들께서 모두 동의하셨다”면서 “’가장 적극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천은 임팩트 투자’라는 취지에 흔쾌히 뜻을 같이 하셨다”고 전했다.
두 번째로 소풍은 기후테크 창업가를 육성할 ‘임팩트 클라이밋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4월에 시작한다.
기후·환경 분야의 기술전공자(테크 트랙)와 창업·경영 경험자(비즈니스 트랙)를 50명 내외로 모집해 교육한 다음, 창업 의지가 있는 일부를 펠로우로 선정해 기후테크 스타트업으로 컴퍼니빌딩(company building)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소풍은 이들이 창업 준비에 전념할 수 있도록 8개월의 교육 기간 동안 월 200만원씩 창업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최경희 튜터링 공동창업자, 염재승 텀블벅 창업자 등 창업 및 엑시트 경험이 있는 소풍 파트너들의 밀착 멘토링, 사무실 제공 등도 계획하고 있다. 창업에 성공하면 소풍이 시드 투자도 하고, VC 후속 투자도 연결한다.
이처럼 특정 분야의 창업을 지원하면서 지원금을 지급하는 펠로우십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다.
소풍벤처스 관계자는 “기후테크 창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현존하는 창업팀에 투자만 해서는 빠르고 지속가능한 기후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소풍의 전례 없는 시도가 국내 창업·투자업계에 기후테크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소풍은 기후 관련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임팩트 클라이밋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내달 런칭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기술이나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창업팀에게 전문가 컨설팅 및 VC 투자 유치 기회 등을 제공한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임팩트 투자사로서 기후 문제에 대한 투자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고, 국내에서 기후기술 창업이 드물었던 만큼 오히려 투자 가치는 크다고 봤다”며 “소셜임팩트가 큰 기후테크를 발굴·육성해 개별 팀은 물론 관련 산업 전반이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