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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판] 슈퍼맨의 망토

극장 앞에 사람들이 몰렸다. 2,250만 달러어치의 사람들이. 제임스 건이 만든 슈퍼맨을 보기 위해서였다. 인간은 왜 망토를 입은 사내의 이야기에 돈을 내는가.

1993년에 태어난 데이비드 코렌스웨트라는 배우가 그 망토를 입었다. 그는 여섯 해 전 이렇게 말했다. “아무나 슈퍼맨이 될 수는 없으니까.” 맞는 말이다. 아무나 될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는 많다. 농부도, 어부도, 목수도 그렇다. 그런데 왜 하필 슈퍼맨인가.

코렌스웨트는 아이를 낳던 해에 슈퍼맨이 되었다. 생명이 세상에 나오는 일과 허구의 인물이 스크린에 나타나는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우연일까. 아니면 모든 탄생에는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있는 것일까.

그의 아내는 줄리아 베스트 워너라고 한다. 개 이름은 아이라다. 이런 것들을 굳이 써두는 이유는 슈퍼맨이라는 신화 뒤에 밥 먹고 잠자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않기 위해서다. 망토를 벗으면 그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12년 전 잭 스나이더가 만든 『맨 오브 스틸』 이후 슈퍼맨의 단독 영화는 없었다. 그 사이 사람들은 슈퍼히어로에게 지쳤다. 뻔한 이야기에, 요란한 폭발에, 의미 없는 승리에.

제임스 건은 이 폐허 위에서 새 집을 짓기 시작했다. DC 스튜디오의 CEO가 된 그는 말했다. “슈퍼맨은 최초의 슈퍼히어로다.” 최초라는 것은 특별하다. 모든 것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작이 곧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돈의 이야기를 해보자. 워너브러더스는 올해 초 위험했다. 『미키 17』이 망했고, 주주들은 걱정했다. 그러다가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5억 8천만 달러를 벌었다. 『시너스』가 4억 2천만 달러를 벌었다. 이제 『슈퍼맨』이다. 2억 2천 5백만 달러를 걸었다.

건은 겸손했다. “제작비만 회수하면 성공”이라고 했다. 하지만 예상 수익은 개봉 주말에만 1억 2천 5백만 달러에서 1억 4천 5백만 달러 사이다. 겸손은 때로 가장 정확한 예언이 된다.

1978년 리처드 도너가 크리스토퍼 리브에게 망토를 입혔을 때부터 시작된 이야기다. 리브, 브랜던 라우스, 헨리 카빌을 거쳐 이제 코렌스웨트까지. 네 사람이 같은 망토를 입었다. 망토는 그대로인데 입는 사람은 바뀐다. 이것이 신화의 힘이다.

관객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늘을 나는 사람을 보는 것인가, 아니면 땅에 발을 디딘 사람을 보는 것인가. 건이 만든 슈퍼맨은 초인적인 힘보다 인간적인 선택에 집중한다. 어둠보다 빛을, 절망보다 희망을 택한다.

코렌스웨트는 필라델피아 교외에서 자랐다. 재즈를 듣고, 연극을 하고, 평범하게 살았다. 2019년 그는 말했다. “하늘 높은 곳에 있는 내 꿈은 슈퍼맨을 연기하는 것이다.” 꿈은 이루어지는 순간 꿈이 아니게 된다. 현실이 된다. 현실은 무겁다.

지난해 12월 티저 예고편이 나왔다. 하루 만에 2억 5천만 번 봤다. 워너브러더스 역사상 최다 조회수였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슈퍼맨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 우리는 영웅을 찾는가. 우리 자신이 영웅이 될 수 없기 때문인가, 아니면 우리 자신이 영웅이라는 걸 잊고 있기 때문인가. 매일 아침 일어나 일터로 가는 사람, 아픈 가족을 돌보는 사람,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 이들은 망토 없는 영웅들이다.

『슈퍼맨』의 성공은 다음 영화들에게 길을 열어줄 것이다. 『슈퍼걸』이, 『클레이페이스』가 뒤따를 것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를 낳는다. 이것이 신화가 살아남는 방식이다.

데이비드 코렌스웨트는 타임 매거진에 말했다. “만약 이것이 내가 배우로서 평생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면 그래도 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한 가지 일을 평생 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망토 한 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망토를 보며 꿈꾸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는 있다. 진짜 영웅은 스크린 안이 아니라 극장 밖에 있다. 표를 사고, 자리에 앉아, 두 시간 동안 꿈을 꾸는 사람들 말이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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