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막상 설명하기는 어려운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
곰탕과 설렁탕의 차이를 아는가? 얼핏 보면 같아 보이지만, 알고 보면 확연히 다른 게 바로 곰탕과 설렁탕이다. 곰탕은 양지와 사태 등 고기로 끓인 고기육수이며, 설렁탕은 사골과 뼈를 오래 고아 만들어 국물을 뽀얗게 우려낸다. 즉, 국물을 내는 방식에서 큰 차이점을 가진다. 곰탕과 설렁탕의 차이처럼 우리 일상에서 익숙하지만, 막상 설명하라고 하면 어려운 무언가를 만날 때가 종종 있다. 마케터의 일상에서는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가 딱 이러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마케팅 관련 일을 하면 ‘마케팅’과 ‘브랜딩’은 하루에도 수 어 번 만나게 되는 단어인데 이 둘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하면 살짝 당황하게 된다. 이 글은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를 느낌적으로는 알지만,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하면 난처한 분들을 위한 글이다.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는 무엇일까?
위의 이미지는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마케팅은 ‘제품을 팔기 위해 자신이 직접 알리는 것’ 이고, 브랜딩은 ‘상대방이 먼저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것’ 정도로 해석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다소 추상적이고 실제 업무를 진행하는 실무자에게 체감되지 못할 비교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좀 더 체감되게 차이를 정리해보고 싶었다.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마케팅은 ‘제품을 팔기 위한 노력’이고 브랜딩은 ‘브랜드를 팔기 위한 노력’이다. 마케팅은 고객에게 우리 ‘제품’을 팔기 위한 모든 행위를 말하며, 브랜딩은 고객에게 우리 ‘브랜드’를 팔기 위한(브랜드를 매력적으로 구축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제품을 파는 것’과 ‘브랜드를 파는 것’이 무엇이 다른 지 의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쉽게 사과장수를 예로 들어보겠다. 사과장수가 사람들에게 ‘사과를 팔려고 하는 행동’과 ‘사과 브랜드를 팔려고 하는 행동’은 사뭇 다르다.
#제품(사과)을 팔기 위한 행동
사람들에게 사과를 더 잘 팔고 싶다면, 매장에서 할인 행사나 1+1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온라인 스토어에 제품을 올리고 네이버 쇼핑검색광고나 네트워크 배너 광고에 광고를 집행해야 한다. 아니면, 인플루언서와 협업해서 라이브 커머스를 시도해볼 수도 있다. 예시로 든 행동들은 제품을 팔기 위해 마케터가 진행해볼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 중 일부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물론 범법이나 도덕적 해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 많이 팔겠다는 일념 하에 전개하는 활동이 바로 마케팅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본질 같은 활동이다.
#브랜드(사과 브랜드)를 팔기 위한 행동
사람들에게 사과 브랜드를 팔고 싶다면, 마케팅보다는 브랜딩이 필요하다. 브랜딩이란 쉽게 브랜드에 인격을 불어넣는 일이다. 브랜드에 사람처럼 철학과 개성을 부여해야 한다. 그래서 미션부터 비전, 핵심 가치 등 우리 브랜드가 어떤 철학을 가진 브랜드인지 메시지를 가다듬어야 하며, 로고와 컬러 등 디자인 요소를 통해 우리 브랜드 만의 개성, 이미지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기업이 고객과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앞서 설정한 브랜드 철학과 개성이 느껴지도록 하는 모든 행동이 브랜딩이다.
예를 들어, 제품이 친환경 사과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사과 브랜드로 브랜드 방향성(캐릭터 설정)을 설정했다면, 먼저 브랜드 로고나 슬로건부터 건강함이 느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슬로건도 예를 들어 “내 삶의 건강한 선택” 같은 류의 슬로건이 필요하며, 포장지나 매장 디자인, 홈페이지도 최대한 건강함이 묻어나는 디자인으로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매장이나 홈페이지, SNS 등 고객과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여, 어느 순간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OOO은 건강한 사과 브랜드야”라고 떠올리게 하는 것이 목표다. 즉, ‘제품을 팔기 위한 행동’이라기 보다는, 브랜드라는 가상의 인격체가 가진 개성을 매력적으로 구축하는 ‘브랜드를 팔기 위한 행동’으로 봐야한다.
#어떤 목적으로 접근하는가
앞선 예시처럼 ‘고객이 사과(제품)를 사게 할 것인가’, ‘건강한 이미지(브랜드)를 사게 할 것인가’로 구분하면,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를 이해하기 쉽다. 제품을 팔겠다는 목적과 브랜드를 팔겠다는 목적은 분명히 다르며, 마케팅인지 브랜딩인지 헷갈릴 때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TV 광고, 퍼포먼스 마케팅, 이벤트, 프로모션, SNS 운영 등 다양한 마케팅 Tool이 있는데 이것들을 어떤 의도로 접근하는가에 따라 마케팅 활동이냐 브랜딩 활동이냐가 갈린다. 예를 들어,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친구초대 이벤트를 진행하고 그 이벤트를 소개하는 배너를 우리 앱 메인 화면에 띄운다면, 그건 마케팅에 가깝다. 우리 브랜드의 철학을 전달하기 위해 우리 앱 메인 화면에 철학에 담긴 슬로건을 띄우고, SNS에서 철학이 담긴 콘텐츠를 발행한다면, 그건 브랜딩에 가깝다. 즉, 마케팅 수단을 어떠한 목적으로 전개하는가에 따라,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가 갈리는 것이다.
목적에 따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도 다르다. 마케팅은 고객의 관심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이 우리 제품에 흥미를 갖게 만들어 구매를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제품만의 강점을 소구해야 하며,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필요하다면 메시지를 자극적으로 뽑아내거나 매력적인 혜택을 제시하는 마케팅적 지혜가 필요하다. 브랜딩은 고객에게 우리의 철학, 개성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어느 개인의 이미지는 그 사람이 보여준 행동들이 지속 축적될 때 형성되는 것처럼 브랜드 역시 일관되게 철학, 개성을 표현해야 한다. 그래서 브랜딩은 단기적인 관심 확보가 아닌, 장기적인 소통으로 고객과 관계를 형성하려는 자세, 의지가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 브랜드만의 특정 이미지를 형성하여, 팔만 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단기 vs 장기, 목적 달성을 기대하는 시간의 차이
마케팅과 브랜딩은 목적 달성을 기대하는 시간도 다르다. 마케팅은 제품을 지금 즉시 사게 하는 것이 목표다. 배너 광고를 집행하면, 즉각 고객의 클릭을 유도하여 구매 주문을 발생시켜야 한다. 그러나 브랜딩은 꾸준히 공들여 후일을 도모한다. 꾸준히 우리 브랜드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어느 순간 고객이 우리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즉 장기적 관점에서 이익을 추구한다. 마케팅이 좀 더 단기적으로 고객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여 구매 행위를 유발하는 활동이라면 브랜딩은 좀 더 장기적으로 고객 인식을 파고들어 어느 시점에는 제품(=브랜드)을 구매하고 싶게 만드는 활동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즉각적인 매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마케팅’이 더 쉽고 유익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브랜딩’은 집행 효과를 누릴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분명하지만, 그만큼 한 번 브랜딩이 잘 전개되어 구축된 브랜드 이미지 자산은 어느 마케팅 활동도 넘보지 못하는 훌륭한 기업의 자산이 된다. 애플이나 나이키, 스타벅스 같은 브랜딩 잘된 브랜드들의 브랜드 가치가 괜히 수백 조를 호가하는 게 아니다. 어렵게 쌓아 올린 브랜딩은 그만큼 제대로 된 보상을 주는 편이니, 브랜딩의 축적 효과까지 고려하여 브랜딩을 평가해야 한다.
#브랜딩이 마케팅과 별개로 인식되어 지는 이유
원론적으로는 마케팅 안에 브랜딩도 포함된다. 브랜드의 가치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우리 제품을 팔겠다는 것이니, 브랜딩도 제품을 팔기 위한 활동인 마케팅에 포함된다. 다만, 최근 들어 브랜딩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마케팅과 브랜딩의 성질이 다르다는 점에서 마치 다른 개념처럼 사용되고 있다.
아무래도 기존 마케팅이 단기적 판매 촉진에 중점을 둔 영향이 크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는 공장 라인을 셋팅하고 많은 공수를 들여 제품을 출시했기 때문에, 런칭 시점에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투자 대비 수익률을 확보해야 했고, 마케팅은 제품 판매 촉진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제품은 공장이 아닌 개발자의 컴퓨터에서 만들어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디지털 시대의 제품은 물건 형태가 아닌 디지털 형태의 서비스다. 앱을 만들어서 출시해도 업데이트 하는 것은 물리적인 비용이 소요되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업데이트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디지털 시대의 기업은 고객과 소통하며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마케팅 역시 한 번에 고객에게 많은 구매를 일으키는 것보다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며 피드백을 제공해 줄 고객 한 명 한 명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즉, 장기적 관점에서 고객 리텐션을 확보하는 마케팅이 중요해졌고, 자연스레 우리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여 고객의 호감을 유도하는 브랜딩이 대두된 것이다. 더구나 기업 간 기술격차가 감소하고, 소비자는 스마트해지면서 이제 단순히 제품을 잘 만드는 것 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시대다. ‘무엇(제품)을 파느냐’만큼 ‘누가(브랜드) 파느냐’가 중요하며, 매력적으로 브랜드를 구축하여 경쟁력을 갖추는 브랜딩 활동은 모든 기업의 주요 과제가 되었다.
정리하면, 마케팅 안에서 브랜딩의 지분이 상당히 커졌으며 단기적 이익 추구를 위한 마케팅(무엇을 파느냐에 집중)과 장기적 이익 추구를 위한 브랜딩(누가 파느냐에 집중)의 성질이 명확히 구분된다는 점에서 마치 다른 개념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 건강에 유익한 게 최고다
몇 년 전에 SBS 예능 ‘불타는 청춘’에서 곰탕과 설렁탕의 차이에 대해 멤버들이 논쟁하다가, 요리연구가 ‘백종원’에게 전화를 걸어 물은 적이 있다. 이때 백종원은 “구별하려면 머리 뽀개진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같은 종류다. 굳이 구분하려고 하면 싸움밖에 안 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결론은 둘 다 몸에 좋다”라는 말로 재치 있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음식이 맛있고 몸에 좋으면 되지, 곰탕인지 설렁탕인지 구분 짓는 것에 과하게 몰입하지는 말라는 의미다. 장난스럽게 이야기했지만, 백종원의 말에는 본질이 담겨 있다. 수단에 매몰되지 말고, 목적을 바라봐야 한다.
사실, 마케팅이 브랜딩에 기여하는 경우나 브랜딩 활동인데 단기적 제품 판매에 기여하는 경우도 많다. 어찌 사람 하는 일이 칼로 무 자르듯 정확히 나누어질까. 더구나 요즘은 브랜딩이 중요해지면서 모든 마케팅 활동에 브랜딩의 목적이 담기는 경우가 많다. 광고 배너부터 CRM 마케터가 보내는 앱 푸시 메시지까지 브랜딩 요소가 담기지 않는 경우를 더 찾기 힘들다. 이제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물건만 팔겠다는 아날로그 시대의 마케팅은 사라지는 추세이며, 브랜딩이 마치 마케팅 전체로 퍼지는 모양새다. 그럴수록 마케팅과 브랜딩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어떤 활동이 마케팅인지 브랜딩인지 개념적으로 구분 짓는 것보다, 이 활동이 우리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하다. 어떤 행동이든 ‘목적’이 제일 중요하며, 내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활동이 어떤 목적으로 기획된 것인지 떠올려보고 제품을 파는 데 잘 기여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게 브랜드를 파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지 점검해 보길 바란다. 마케팅이든 브랜딩이든 기업 건강에 유익한 게 최고다.
글 : 이성길, 브랜드 마케터 /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에서 브랜드다움을 만들고 있습니다. 인문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즐기며, 브런치에 마케팅 화두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