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걸 반복해야 문화가 바뀐다
다들 기업 문화를 외칩니다. 그럴듯한 구호를 내세우거나 파격적인 복지를 소개하기도 하고, 문화 쇄신 목적의 대규모 행사를 열기도 합니다. 좋은 문화가 자리잡힌 회사가 경쟁우위에 설 수 있다는 인식이 이러한 행보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변하는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선진 기업문화를 만들겠다고 선포를 해도, 관련 세션을 열어도 정말 분위기가 바뀌는 사례는 찾기 힘들죠. 여러 회사의 경영진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봤는데, 잘 안 된다면서요.
왜 안 바뀌는 걸까요. 리멤버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소개합니다. 카카오뱅크 컬쳐팀의 박종훈님은 ‘상식과 반복’을 기억해야 한다고 합니다.
리멤버 커뮤니티 원본 글 보기 > [culture] ‘상식과 반복’이 문화를 변화시킵니다.
보여주기식 문화 개선이 아닌가
진행하고 있는 활동이 정말 문화 개선을 위한 것이 맞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리더가 스스로의 입지를 다지거나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짜낸 프로젝트인 경우가 많습니다. 서두에서 말한 ‘그럴듯한 구호 외치기’나 ‘거창한 문화 쇄신 행사’ 같은 것들입니다. 겉보기에는 번지르르해 보이지만 실제로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죠.
의도 자체가 다르니 잘못된 게 바로 잡히긴 커녕 조직에 비상식적인 요소가 늘어납니다. 누구도 당위에 공감하지 못하는 타운홀 미팅(전사 미팅)을 열어 시간을 뺏기도 하고 수년째 해왔던 호칭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도 하죠. 직원들이 바라는 건 단순히 레거시를 버리는 게 아닐텐데도요.
사실 갈수록 이런 경향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리더가 직위만으로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입지를 스스로 다져야 생존할 수 있기에 ‘뭐라도 해야지’라는 생각이 앞서게 됩니다. 하지만 목적이 어긋나면 갈수록 다른 길로 벗어나게 될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거창한 변화보단, 곳곳의 비상식을 찾아라
리더의 시야로만 조직을 바라보면 지나치게 큰 단위로 개선을 고려하게 됩니다. 물론 실질적인 문화의 변화는 업무 평가 방식을 합리적으로 바꾸거나 직급 체계를 간소화 하는 등의 정책적 변화가 수반돼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런 것들을 ‘어떤 방향으로’ 바꿀 것인지에 대한 힌트는 거시적 관찰에서 나오기 어렵습니다. 덩어리가 클 수록 그럴듯한 구호에만 그치게 됩니다. 문화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시야를 실무진 관점까지 낮출 수 있어야 합니다.
실무진이 실제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발견하면 생각보다 ‘거창한 변화가 필요한 때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많은 경우 체계가 문제가 아닙니다. 당연히, 상식적으로 행해져야 하는 일이 비상식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작은 일을 할 때도 ‘지금껏 해왔으니까 하는’ 불필요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나 제약들이죠. 예를 들면 차장에게 작은 보고를 하기 위해 과장의 결재를 꼭 거쳐야 한다든지요. 사장의 위치에서는 잘 보이지 않죠. 박종훈님은 실무진 시야에서의 관찰을 통해 비상식을 찾아 이를 상식으로 바꾸는 노력에 집중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비록 그 변화가 작아 보이더라도요.
한번 하고 멈추진 않았는가
그렇게 발견한 비상식을 상식으로 고치고, 나아가 문화 개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임팩트 있는 선언이나 행사를 하면 될까요. 물론 임팩트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반복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경영자가 한 두번의 시도로 문화가 변하길 기대합니다. 박종훈님은 ‘한 번의 시도는 이벤트지만, 반복하면 문화가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망해가던 JAL(일본항공)을 살린 일본의 경영자 이나모리 가즈오. 그는 최상단 의사결정 기준인 경영철학을 바로 잡기 위해 무려 17차례나 리더십 세션을 열었다고 합니다. 많은 이들이 리더십 세션에서 어떤 얘기를 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할테지만, 그 내용은 사실 상식적인 것이었을 겁니다. 도덕 교과서에 나올만한 내용이었겠죠. 주목할 점은 ‘17번’이라는 반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