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스타트업 탐방] 오후 5시, 자리는 비었지만 일은 계속되는 회사… 하이퍼커넥트

하이퍼커넥트는 2014년 설립된 영상 및 AI 기술 기반 글로벌 소셜 플랫폼 기업이다. 실시간 영상 채팅 앱 '아자르'를 운영하며, 2021년 틴더로 유명한 미국 매치그룹에 인수됐다. 앱 출시 당시 예상치 못한 해외 시장을 발견하고, 이를 즉시 현지화로 연결한 민첩성, 모바일 최적화 기술력, 그리고 이를 지속시킨 조직문화가 전 세계 186개국에서 서비스하는 글로벌 유니콘을 만들었다.

우연히 발견한 글로벌 기회

하이퍼커넥트는 2014년 앱스토어에 아자르를 등록하면서 국내가 아닌 ‘전체 국가’로 잘못 클릭했다. 당시 유럽, 중동, 아시아 국가들은 네트워크 환경이 불안정했고, 실시간 영상 채팅 서비스도 흔하지 않았다. 그런데 해외에서 의도치 않은 트래픽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회사에는 무기가 있었다. 구글의 웹 표준 기술인 WebRTC를 세계 최초로 모바일 환경에서 상용화한 ‘하이퍼 RTC’ 기술이었다. 네트워크 속도가 느리고 단말기 사양이 낮은 중동 지역에서도 안정적인 영상 통화가 가능했다. 회사는 예상치 못한 해외 수요를 포착하자마자 즉시 현지화 마케팅에 나섰다.

현재 아자르는 전 세계적으로 1,000억 건 이상의 누적 영상 채팅과 4억 명 이상의 누적 가입자 수를 기록 중이다. 이용자의 99%가 글로벌 고객이다. 2021년 데이팅앱 틴더로 유명한 미국 매치그룹에 약 2조 원에 인수됐다. 글로벌 타겟 기업이지만 본사는 삼성동 아셈타워에 있다. 현재 하이퍼커넥트와 함께 매치그룹 산하 브랜드인 틴더 서울, Match Group AI 등 약 350명이 이곳에서 근무한다.

할로윈으로 물든 오피스

10월 31일 금요일 오후 4시, 삼성동 아셈타워에 도착했다. 할로윈 이벤트 기간이라 회사 곳곳이 할로윈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사내 카페 ‘하이프레소’, 노래방과 콘솔 게임기를 갖춘 멀티룸 ‘Las Vegas’, 1만여 권 도서를 보유한 ‘하이퍼 라이브러리’, 전문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하이퍼 갤러리’까지.

이곳은 회사인가, 놀이터인가. 잠시 혼란스러웠다. 복도를 지나며 생각했다. 대부분의 회사가 업무 공간과 휴식 공간을 명확히 구분한다. 하지만 여기는 달랐다. 경계가 흐릿했다.

커뮤니케이션팀 디렉터 강혁모 씨를 만났다. 할로윈 이벤트가 어떻게 이렇게 커졌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이 정도로 크게 할 생각이 아니었어요. 준비하면서 재미있어지니까 점점 욕심이 나더라고요. 직무 상관없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분위기다 보니 몰입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규모가 커졌습니다.”

하이퍼커넥트가 핵심 가치로 삼는 ‘One team’ – 나의 팀뿐 아니라 회사 차원의 의미를 생각하며 일하기가 할로윈 이벤트로 구현된 셈이다.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는 임직원 대상 ‘핼러윈 위크’가 진행됐다. 핼러윈 코스튬 콘테스트, 사내 회의실을 활용한 방탈출 게임, 인형 뽑기 기부 이벤트 등이 열렸다. 내가 방문한 다음 날인 11월 1일에는 직원 가족과 지인을 초대한 ‘핼러윈 홈커밍 행사’가 예정돼 있었다. 스티커 사진 부스, 인형 뽑기, 팝콘 기계, 모루 인형 만들기, 사내 퀴즈 세션까지. 같은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틴더 서울 및 매치그룹 AI 직원들도 함께 참여한다고 했다.

“즐거움이 혁신을 만든다(Delight Drives Innovation).” 하이퍼커넥트가 강조하는 메시지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때 최고의 성과가 나온다는 믿음. 할로윈 이벤트는 단순한 일회성 복지가 아니라 창의성과 혁신을 이끄는 기업문화를 상징한다. ‘연결의 즐거움’을 서비스로 전달하는 기업 미션처럼, 직원들도 근무 환경에서 즐거움을 경험한다.

강혁모 디렉터는 말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구성원들이 함께 일하는 만큼 서로의 아이디어와 개성을 존중하며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는 임직원뿐 아니라 가족 및 지인까지 함께 참여해 하이퍼커넥트의 ‘연결’이라는 가치를 보다 즐겁게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오후 5시, 반쯤 빈 사무실

오후 5시가 넘자 사무실 자리가 반쯤 비어있었다. 하이퍼커넥트는 구성원들이 자율성과 협업의 균형을 유지하며 일할 수 있도록 필수 출근 요일을 포함한 하이브리드 근무제 등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페 공간 ‘하이프레소’에선 엔지니어 서너 명이 노트북을 펼치고 코드를 리뷰하고 있었다. 다트 공간에서는 두 명이 전자 다트를 던지며 대화를 나눴다. 뽑기 기계 앞에서는 직원이 동료와 뽑기를 하고 있었다. 자리는 비었지만 일은 계속됐다.

문득 이상한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빈 자리는 공백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기선 달랐다. 빈 자리는 그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뜻이었다. 사람들은 사라진 게 아니라 흩어져 있을 뿐이었다.

직원들은 사무실이 아닌 여러 공간에서 일했다. 스스로 업무를 정의하고 실행하며, 중요한 일에 집중해 논리적으로 소통한다면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이퍼커넥트가 내세우는 핵심 가치 중 ‘Proactive(스스로 업무를 정의하고 수행)’와 ‘Prioritize(진짜 중요한 일에 집중)’가 공간 운영에도 반영된 것이다.

‘하이퍼 힐링존’도 눈에 띄었다. 단순히 안마 기계를 비치한 게 아니라 전문 안마사가 상주한다. 임산부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프라이빗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었다. 무료 사내 카페 ‘하이프레소’와 ‘스낵바’도 운영된다.

2주에 1회, 논문 읽는 시간

회의실에 모여 있는 직원들이 논문을 읽고 있었다. AI 조직의 ‘Learning Day’다. 2주에 1회, 근무 시간 내 논문 읽는 시간을 장려한다.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엔지니어로 구성된 기술 중심 기업답다.

논문을 읽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건 공부가 아니라 일이다. 아니, 일과 공부의 경계가 없다. 배움이 곧 성장이고, 성장이 곧 성과다. 이들에게 논문은 업무 매뉴얼이다.

하이퍼커넥트 AI 조직은 매주 ‘Weekly Seminar’를 통해 매치그룹 AI와 하이퍼커넥트 AI의 업무 성과 및 방법을 공유한다. ‘Literature survey’ 문화도 있다. 문제 하나당 논문 100편을 읽는다. 2023년 5월에는 매치그룹 최초의 글로벌 기술 밋업 행사 ‘AI·DATA Day’를 하이퍼커넥트가 주최했다. 전 직원 수천 명이 라이브로 동시 참여해 각 브랜드 연사들이 기술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하이퍼커넥트는 창립 이후 AI, ML,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15건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CVPR(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학회), EMNLP(자연어처리 국제 학회) 같은 세계적 권위의 학회에서 14회 발표했다. 글로벌 특허는 약 280건을 등록했다.

매일 전 세계 이용자들의 대규모 영상통화 수요를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던 기술적 기반이다. 사내 기술 공유 문화도 활발하다. ‘하이퍼커넥트 엔지니어 밋업’ 개최 및 연사 초빙 비용 지원, 동일 포지션 개발자 모임 ‘Dang(당)’ 커뮤니티, 테크블로그 운영 등이 이어진다.

350명 규모, 스타트업처럼

현재 350명 규모지만 분위기는 스타트업에 가깝다. 하이퍼커넥트는 이를 “스타트업 DNA를 지키며 스케일업(Scaling Without Losing Innovative DNA)”이라 표현한다. 2014년 설립 이후 2021년 매치그룹 합류, 글로벌 확장이라는 급성장 속에서도 초기 스타트업의 유연하고 자율적인 문화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Squad’ 중심 운영이 핵심이다. PM, 개발, 디자인, 데이터 분석, 비즈니스 담당자가 한 팀으로 구성된다. 팀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의견을 공유하고, 회사의 목표에 맞는 문제를 발굴해 우선순위에 따라 주도적으로 솔루션을 실행한다.

도전 과정에서 발생한 실패를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양하게 시도하며,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기 위해 실험하고 테스트하며 개선한다. 핵심 가치 ‘Aim High(높은 성취 기준을 추구)’와 ‘Open(더 나은 결과를 위해 솔직하게 말하기)’이 조직 운영에 녹아있다.

글로벌 협업 환경도 특징이다. 서울, 로스앤젤레스, 뉴욕, 밴쿠버 등 다양한 시간대의 팀들과 Slack, Notion, Google Docs 등 문서 중심 소통으로 협업한다. 공식 업무 언어는 영어지만, 명확한 의사 전달 능력을 더 중요시한다.

하이퍼커넥트는 어학·직무 교육비·도서 지원, 글로벌 멘토링·코칭 프로그램, 사내 워크숍 및 동호회 운영 등 다양한 복지와 성장 제도를 운영한다.

우연을 필연으로

이 회사는 우연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우연으로 끝나지 않았다.

2014년 실수 클릭으로 발견한 글로벌 시장.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첫째, 예상치 못한 해외 트래픽을 발견하자마자 즉시 현지화 마케팅에 나선 민첩성. 둘째, WebRTC를 모바일에 최초 적용해 중동 저사양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영상 통화를 구현한 기술력. 셋째, 350명 규모에서도 자율성과 실험 정신을 유지하며 2주마다 논문 읽고 기술 공유하는 학습 조직문화.

민첩한 대응으로 시장을 열고, 기술력으로 경쟁자를 따돌리고, 조직문화로 지속 성장을 만들었다. 강혁모 디렉터가 말한 “일이 재미있어지면 몰입도가 높아진다”는 말은, 기술력과 성과가 뒷받침될 때 즐거움이 지속 가능한 혁신이 된다는 뜻이었다.

오피스를 나섰다. 문득 깨달았다.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다. 전 세계 186개국에서 사용되고, 누적 매치 1,470억 건을 기록하며, 2조 원에 인수된 글로벌 유니콘. 그 사람들이 매일 출근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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