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강도높은 금리인상 조치로 경기침체 우려가 전세계로 퍼지는 가운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부상하고 있는 차세대 기술 및 비즈니스 트렌드를 조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미국 크로스보더 미디어 스타트업 더밀크와 한국무역협회가 서울 코엑스에서 ‘트렌드쇼 2023(Trend Show 2023)’를 개최했다. 트렌드쇼는 미래 기술과 비즈니스 트렌드를 전망하는 지식정보 컨퍼런스다. 행사 티켓은 조기 마감됐다. 이날 행사에는 업계 관계자, 기업인, 일반인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트렌드쇼2023에서는 기후변화, 웹3, 메타버스,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알파세대 등 다채로운 미래 키워드가 다뤄졌다. 연사들은 미국 강달러 현상에 세계 각국이 영향을 받으면서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데 동의하는 한편, 그 안에서도 특히 어떤 부분을 눈여겨보고 비즈니스 및 투자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지 제언했다.
키노트(기조연설) 세션에서는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녹색성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기후가 더 이상 환경에 국한되는 게 아닌, 국제질서와 경제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어젠다가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기후가 더 이상 환경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질서와 경제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는 게 그의 설명. 김 위원장은 “한국도 선제적으로 자본을 투입하고 민간 주도로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진호 엔에프티뱅크벤처스(NFT Bank) 파트너는 웹3분야 새로운 사업 기회가 레이어1, 레이어2, 탈중앙금융(디파이, DeFi), 대체불가능토큰(NFT), 게임 부문에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2023년 주목할 요소로 레이어1와 레이어2 프로젝트 간 전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움직임, 전통 금융과의 융합을 꼽았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는 2023년 주목할 요소로 인공지능이 늘릴 일자리, 웹3의 부상, 그에 따른 웹3 기업들의 역습을 꼽았다. 단순 노동은 AI가 대체하는 대신 AI를 활용한 새로운 직업이 2023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합성콘텐츠(미디어), 사물지능이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설명. 다만 AI윤리와 규제는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손 대표는 “이에 따라 AI를 비롯한 IT분야에도 직업윤리가 필요하다”면서 “앱을 만드는 개발자에게도 윤리와 거버넌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떠오르는 웹3와 기존 웹2기업들의 격돌도 언급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대체불가능토큰(NFT), 게임하면서 돈 버는 경제(P2E), 메타버스 등 새로운 인터넷에 관한 콘셉이 나오고 있다. 기존 웹2 기업은 이에 대응해 웹3 요소를 차용한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다. 손 대표는 “향후 비즈니스 기회는 웹2와 웹3의 어딘가에서 나올 것이다”면서 “이곳을 연결하는 지점에서 엄청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보대학원 교수는 “웹2와 웹3의 가장 큰 차이는 거버넌스 변화다. 인터넷의 변화에 동의한다면 투자하고, 아니라면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난 전자다”라고 말했다.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는 “현재는 유저들이 많거나 매출을 일으키는 기업은 없다”면서 “궁극적으로 메타버스도 사람들이 기존에 오프라인에서 썼던 서비스보다 편한 디바이스가 출현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행사에서는 인공지능(AI)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스마트시티와 모빌리티, 일자리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오순영 KB국민은행 금융인공지능(AI)센터 상무는 AI가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세간의 인식에 대해 일자리 감소가 아닌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맥킨지 등 조사에 따르면 2050년 AI, 로봇의 확산으로 4억~8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5억5500만~8억9000만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봤다. 2030년 직업전환이 필요한 일자리는 전체의 14%에 달한다. 그는 일자리의 증감은 AI가 아닌 시대적 변화에 따른 것으로 미래의 일자리 본질,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경록 케이투지(K2G)펀드 매니징파트너는 자동화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으로 농업 등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있다”면서 “미국에서는 스마트팩토리와 같은 자동화솔루션이 크게 주목받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구직을 하고 있다면 얼리스테이지 분야를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모든 것은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7-10년 후 업사이드가 올 것이고, 초기 단계 분야가 이 때 빛을 발할 것. 미국과 중국 간 갈등도 주목해야할 변수다. 한국 기업에 큰 기회”라고 말했다. 정지훈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파트너는 “모빌리티 혁명이 자동차가 아니라 도시 혁명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기술과 헬스케어가 만나 촉발할 신사업도 언급됐다. 장진규 컴패노이드랩스 의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리커버리 테크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워치 등 스마트워치가 보급되면서 신체 상태 측정이 용이해진 데다 정신 건강, 비만에 대한 문제와 관심도가 커진게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설명. 그는 “2023년엔 즉각적인 효과보단 효율을 높여주는 서비스가 주목받을 것”이라면서 “이때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새로운 분야와의 결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다만 회복에 즉시 도움이 되고 사람들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내야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근우 진에딧(GenEdit) 대표는 의약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소개했다.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대표적 신기술이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과 유전자 가위다. 유전자 가위는 그간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염기서열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다. 그는 “과정이 지난하고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하나하나의 과학적 진보들이 우리가 꿈꾸는 다음 단계의 백신을 조금 더 현실에 가깝게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형욱 퓨처디자이너스 대표는 가상현실∙혼합현실 디바이스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있다고 봤다. 메타버스에 친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 알파세대(2010~2020년대생)가 잠재적 소비자다. 그는 “메타의 디바이스, 오큘러스 퀘스트2가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메타를 따라 빠르면 내년에 애플도 출시할 것이라 본다. 알파세대가 성년이 돼 쓸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렌드쇼 2023 현장에서는 더밀크가 최근 선정한 30개 트렌드 가운데 국내외 여러 전문가들이 투표를 통해 선정한 톱10트렌드를 공개했다.
더밀크 30대 트렌드는 더밀크 기자들과 리서처들이 더밀크가 ‘인사이트 퍼널(TheMiilk Insight Funnel)’ 방법론을 통해 선정한 트렌드다. 전문가들은 이중 10대 트렌드 키워드로 테슬라 인더스트리, 기후테크, 혁신의 겨울, 웹3의 시작, 메타버스 vs 리얼리티, 빅테크, 투자 찬바람, 프라이버시 서바이벌, 딥AI, 월드 오브 하이브리드를 꼽았다.
이밖에 트렌드쇼 행사에서는 오는 2023년 1월 5일부터 8일까지 미 라스베이거스엥서 개최되는 CES2023 프리뷰도 이어졌다. CES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초 열리는 최대 ICT행사로, 전기자동차 및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드론, 인공지능, 로봇 등 최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 및 기관들이 기술적 성과들을 공개하는 자리다. 더밀크는 매년 CES를 직접 현장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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