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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창업 인사이트, 밤엔 K-팝…뉴욕서 1만 명 모였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KOOM 페스티벌’에 1만 명이 모였다. 한인창업자연합(UKF)이 개최한 미국 최대 규모의 한인 스타트업 축제로,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등이 무대에 올라 창업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올해 처음 열린 이번 행사는 K-스타트업과 K-컬처를 접목한 문화·기술 복합 축제로 진행됐다. 낮에는 창업 세션과 투자 피칭을, 밤에는 K-팝 콘서트를 제공하는 구성이다.

권오현 “구성원 의견 반영해야”

첫날 메인 세션에서는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과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가 대담을 나눴다. 오종남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의 사회로 진행된 세션 주제는 ‘조직, 정책, 인재를 설계하는 리더들’이었다.

권오현 고문은 리더십의 핵심으로 ‘경청’을 강조했다. “많은 사람이 리더가 되면 자신이 제일 많이 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습니다”라며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세우면 구성원들의 의견을 하나씩 들어보면서 조금씩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산 3조 6천억원(포브스 선정 한국 자산가 순위 13위)의 권혁빈 창업자는 “스타트업은 인재들이 리더의 비전을 보고 가는 곳”이라며 “리더는 비전 있는 회사로 봐주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봉진 “걸림돌을 디딤돌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는 ‘로컬에서 글로벌로의 성장 방정식’을 주제로 발표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돌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 돌에 걸려 넘어지면 ‘걸림돌’이 되지만, 그 돌을 딛고 일어나면 ‘디딤돌’이 됩니다.”

‘배달의민족’을 창업한 그는 위대한 비즈니스를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으로 정의했다. 디자이너 출신인 그는 창업자를 ‘스토리텔러’로 규정하며 “지금 같은 정보 홍수, AI 시대에는 시장에서 발견되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한 원로 사업가와의 만남에서 얻은 교훈을 공유했다. “주가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일은 언제든 생길 수 있어요. 진짜 중요한 건 고객이 계속 우리 서비스, 우리 물건을 쓰고 있느냐는 겁니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글로벌 CEO는 “나 또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위해 정말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이 나오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며 “한국의 많은 후배들이 ‘프롬 코리아 투 글로벌’ 사업들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120개 부스, 미국 투자자들도 참여

행사장 1층에서는 코스맥스, 농심, 네이버웹툰 등 120여 개 브랜드 부스가 운영됐다. 미국 투자자들도 참여해 한국 기업 투자를 검토했다. 뉴욕 유명 한식당 15곳이 차린 푸드코트에서는 떡볶이, 한국식 치킨 등을 맛볼 수 있었다.

오전에는 스타트업 피칭 세션이 진행됐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한인 스타트업 대표들이 투자자들 앞에서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김태호 “현지 문화로 뿌리내려야”

18일 마지막 날 ‘다음 세대의 K-컬처, 메이드 인 코리아를 넘어’ 세션에서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K-컬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한 수출을 넘어 현지 문화의 일부로 뿌리내리는 ‘글로벌 컬처 빌더’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브가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으로 현지 아티스트를 육성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CAT’S EYE)’를 사례로 들었다. 캣츠아이는 지난 5월 신곡 ‘날리(Gnarly)’로 빌보드 핫100 차트에 진입했으며, 지난 8월에는 갭(GAP) 광고 캠페인에 출연해 SNS에서 80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송정훈 “코리아를 브랜딩해야”

한식의 글로벌 확산 전략도 논의됐다. 미국 유타에서 ‘컵밥’을 팔아 연매출 600억원 기업을 만든 송정훈 유타컵밥 대표는 “한식이 베트남·태국 음식처럼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며 “1980년대 유행했던 J-팝이라는 용어를 이젠 안 쓰는 사례를 돌아보면 K-푸드보다는 코리아를 브랜딩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식으로 미슐랭 3스타를 받은 뉴욕 ‘정식당’의 김대익 총괄 셰프는 “처음에는 손님들이 재료나 한국 메뉴를 잘 몰랐지만 이제는 김치나 장류를 설명하면 이해하는 손님들이 많아졌다”며 “한식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식에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K-뷰티, 미국 수입 1위 체감

문화적 관심은 자연스럽게 K-뷰티로 이어졌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은 미국 수입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프랑스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에서 한 구역을 통째로 ‘K-뷰티관’으로 꾸며 미국 시장 진출 기업들을 소개했다.

이튿날 K-뷰티관은 현지 관람객들로 붐볐다. 신제품 팩을 나눠주는 부스나 화장 시연 부스 앞에는 20~30명의 현지인이 길게 줄을 섰다.

미국 진출 전략 세션도 진행

17일에는 미국 진출 전략 세션이 열렸다. 이예나 율촌 변호사는 “파트너십은 빠르지만 통제력이 약하고, 합작법인은 유통망 활용이 가능하나 기술 유출 위험이 크다”며 진출 방식별 장단점을 설명했다. 구재민 커빙턴앤벌링 변호사는 “미국 VC 투자를 받으려면 기업가치가 낮을 때 ‘플립’을 진행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일론 머스크처럼 스토리 알리고 싶다”

정세주 UKF 의장은 뉴욕에 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눔’을 공동 창업한 인물이다. 그는 “한국 창업자들의 스토리를 일론 머스크처럼 많이 알리고 싶다”며 “올해 3월 구상을 시작해 7개월 만에 이 행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화장품이 미국에서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데도 아직 미국 인구의 4%만 한국 화장품을 써봤다”며 “올해를 시작으로 KOOM 페스티벌을 한국 문화산업의 중심이 되는 페스티벌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6명에서 2천 명, 그리고 1만 명으로

UKF는 2019년 실리콘밸리에서 6명이 모여 시작한 ’82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 출발했다. 이기하 사제파트너스 대표는 “2024년 1월에는 2천 명까지 참여하는 미국 대표 한인 테크 창업가 모임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김성훈 UKF 변호사는 “열정적인 한국인들이 한국 국경을 넘어 활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두 나라 이상에서 활약할 수 있는 회사와 사람을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공동 주최하는 ‘2025년 미주 ICT 비즈니스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비영리 단체인 UKF가 100% 기부와 자원봉사로 행사를 마련했다.

행사장인 브루클린 두걸 그린하우스가 위치한 네이비야드 지역은 1960년대까지 미 해군 조선소였다가 최근 창작 스튜디오와 첨단기술 스타트업 클러스터로 변모하며 뉴욕의 ‘스타트업 메카’로 불린다.

올해 처음 열린 KOOM 페스티벌은 K-스타트업과 K-컬처의 시너지를 확인한 자리였다. 낮에는 창업 세션과 투자 피칭이, 밤에는 K-팝 콘서트가 열리며 120개 부스를 찾은 투자자들과 한국 창업가들이 한 공간에서 만났다. 2019년 6명으로 시작한 커뮤니티가 2천 명으로 성장했고, 올해 1만 명이 참여한 페스티벌로 진화했다. 정세주 의장은 “한국 창업자들의 스토리를 세계에 알리는 플랫폼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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