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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재직자 62% 근무환경 만족하지만…급여 불만 1위

조직문화·워라밸 좋지만 이직 시 최우선은 ‘연봉’…보상 체계 개선 시급

벤처기업 재직자 10명 중 6명이 근무환경에 만족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큰 불만 요소는 ‘급여’인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적인 조직문화와 일과 삶의 균형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이직을 고려할 때는 연봉을 최우선으로 꼽아 벤처 생태계의 보상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벤처기업협회가 지난 8월 19일부터 26일까지 벤처기업 재직자 2,1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벤처기업 재직자 인식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2.6%가 현재 근무 중인 벤처기업의 근무환경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조직문화 만족도도 61.2%로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자율성·워라밸에 높은 만족도

재직자들이 꼽은 근무환경의 주요 만족 요소는 ‘적절한 근로시간과 우수한 워라밸'(37.6%)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적정한 업무 부담과 안정적인 직무 강도'(26.7%), ‘실용적인 복지 제도 및 높은 근무 편의성'(11.2%) 순이었다.

조직문화 측면에서는 ‘자율적인 업무 수행이 보장되는 환경'(34.3%)과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한 소통 환경'(29.1%)이 주요 만족 요인으로 꼽혔다.

대·중견기업과 비교한 벤처기업의 장점으로는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40.6%)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23.6%), ‘유연한 근로시간 및 워라밸 보장'(15.1%)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직 시엔 ‘연봉’이 최우선

높은 만족도와 달리, 이직을 고려할 때 재직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연봉 및 보상 수준'(36.1%)이었다. ‘기업 성장 가능성'(18.9%)과 ‘복리후생 및 근무환경'(14.9%)을 크게 앞섰다.

근무환경 불만족 요인 1위 역시 ‘낮은 급여 수준과 불균형한 보상 체계'(33.5%)였다. ‘제한적인 복지제도와 낮은 근무 편의성'(25.5%), ‘과중한 업무 부담과 높은 직무 강도'(15.3%)가 그 뒤를 따랐다.

대·중견기업 대비 벤처기업의 단점을 묻는 질문에서도 ‘미흡한 재정적 보상 및 복지 제도'(30.8%)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 응답자의 45.1%가 낮은 급여를 최대 불만 요소로 지적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반면 20대와 30대는 ‘비효율적이고 불명확한 의사결정 구조'(각 11.6%, 10.5%)에 대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높아, 세대별로 중요시하는 가치에 차이를 보였다.

직무별 차이도 뚜렷

직무별로는 연구·개발(R&D) 종사자들이 이직 시 ‘연봉 및 보상 수준'(39.5%)과 ‘기업 성장 가능성'(22.9%)을 주요 고려 요소로 선택해, 개인 커리어와 기업 비전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근무환경 만족 요소를 보면, 마케팅·홍보·영업 직무는 51.8%가 ‘적절한 근로시간과 우수한 워라밸’을 꼽아 절반 이상이 이 부분에 만족하고 있었다. 반면 생산·품질·관리 직무는 ‘과도한 근로시간 및 부족한 워라밸'(14.4%)에 대한 불만이 다른 직무 대비 높게 나타났다.

“보상만 충분하다면 초과근무 가능” 70%

흥미로운 점은 충분한 보상이 제공된다면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70.4%에 달했다는 것이다. ‘매우 있다'(30.2%)와 ‘어느 정도 있다'(40.2%)를 합한 수치다.

직무별로는 전략·기획(81.2%)과 연구·개발(80.0%)에서 초과근무 의향이 특히 높았다. 반면 재무·회계(62.4%)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재직자들이 근무환경과 조직문화에는 만족하면서도, 자신의 노력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추천 의향 절반 미만…창업 의사도 낮아

현재 재직 중인 벤처기업을 지인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48.5%에 그쳤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직급별로는 부장 이상(57.3%)에서 추천 의향이 가장 높았고, 사원(37.2%)과 주임(39.8%)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위 직급일수록 벤처기업에 대한 매력을 덜 느끼는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창업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35.9%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부장 이상(45.8%)에서 가장 높았고, 주임(25.3%)에서 가장 낮았다.

유연근무제 활용 55.8%…만족도 높아

한편 재직자의 55.8%가 현재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형별로는 시차출근제(38.2%)와 탄력근무제(26.6%)가 가장 많았다.

유연근무제 활용 여부에 따른 근무환경 만족도를 비교한 결과, 활용 집단의 70.0%가 만족한다고 답해 비활용 집단(53.3%)보다 16.7%포인트 높았다. 유연근무제가 만족도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 vs 스타트업, 추구하는 가치 달라

오픈서베이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2024년 스타트업 트렌드 레포트’와 비교하면, 벤처·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고려하는 이들은 ‘조직의 성장으로 인한 성취감'(58.1%), ‘업무 및 커리어 개발'(38.7%),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38.7%)를 주요 사유로 꼽았다.

반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으로 이직을 원하는 이들은 ‘높은 재정적 보상'(61.9%)과 ‘복리후생'(61.9%)을 압도적 이유로 선택했다.

이는 벤처를 선택하는 이들은 성장성과 자율성을 중시하지만, 실제 재직하면서는 보상 수준에 대한 아쉬움이 커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보상 체계 개선 없이는 인재 유지 어려워”

업계 관계자들은 벤처기업이 혁신적 문화로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우수 인력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상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 벤처 업계 관계자는 “조직문화와 근무환경 만족도가 높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하지만 급여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지 못하면 결국 인재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벤처기업이 대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기는 어렵지만, 스톡옵션 확대, 성과 연동형 보상 강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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