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건 스타트업도 옥석 가리기 본격화
헬스케어·바이오 분야에 투자 한파가 몰아쳐 신생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차별화된 기술 역량으로 규모급의 투자금 확보에 성공한 기업들이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부분 글로벌 투자를 유치한 사례로 더욱 주목된다. 디지털 임상시험, 심장 진단,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 원격의료, 웨어러블 의료기기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차별화된 기술력이다.
분산형 임상시험 선두주자 ‘제이앤피메디’
의료 데이터 플랫폼 기업 제이앤피메디는 최근 1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1월 시드 투자를 받은 지 10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누적 투자 금액은 160억원에 이른다.
제이앤피메디의 시리즈A 투자는 싱가포르 최대 국부펀드인 테마섹(Temasek)의 성장 투자 전문 자회사인 파빌리온캐피탈이 리드했다. 기존 기관 투자사 전체가 재투자를 단행한 점도 주목된다. 카카오벤처스, 뮤렉스파트너스, 아주IB투자, 젠티움파트너스 등 초기투자사들 모두 후속 투자에도 참여했다.
제이앤피메디는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IT 기반의 임상시험 데이터 솔루션 플랫폼 선도기업이다.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더디게 진행되어 온 임상시험 분야를 혁신하는 핵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성장 잠재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제약, 바이오, 디지털 치료제, 디지털 의료기기 등 다양한 의료영역에 적용 가능한 임상시험 데이터 관리 플랫폼 ‘메이븐 클리니컬 클라우드(Maven Clinical Cloud)’ 솔루션을 자체 개발했으며, 분산형 임상시험(Decentralized Clinical Trials, DCT)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부상 중이다.
새롭게 확보한 투자금을 통해 제이앤피메디는 기존 제품 고도화는 물론,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먼저 데이터 인프라 및 내부 R&D 조직을 대폭 강화한다. 또한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 안정성 강화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방식의 기술 고도화를 통해 임상시장에 글로벌 표준을 제시하는 전문 소프트웨어 공급자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제이앤피메디는 글로벌 분산형 임상시험 공통 협의체인 DTRA(Decentralized Trials & Research Alliance, 분산형 임상시험 연구연합)에 한국 기업 최초로 가입된 회원사로, 국제 표준에 근거한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 온 바 있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디지털 임상시험 심포지엄 ‘제이앤피메디 커넥트 2022(JNPMEDI Connect 2022)’를 성황리에 마무리해 생명과학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교류하는 자리를 여는 등 업계를 선도하는 역할에 앞장서 왔다.
인공지능으로 심장 진단하는 기업 ‘딥카디오’
인공지능으로 심장을 진단하는 기업 딥카디오는 올해 2월 벤처 창업 및 연구 기술의 임상적 가치를 인정받으며 소프트뱅크벤처스, 데일리파트너스로부터 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딥카디오는 2020년 11월 인하대병원 심장내과 김대혁, 백용수 교수와 인하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최원익 교수, 컴퓨터공학과 이상철 교수가 공동으로 창립한 벤처기업으로, 창립 초기부터 의학박사들과 공학박사들의 진정한 융합으로 이목을 끌었다. 2021년 3월에는 기술보증기금 Tech밸리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대혁, 백용수 교수는 심장내과(부정맥), 최원익 교수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이상철 교수는 인공지능과 컴퓨터비전 분야의 권위자로, 장 관련 질환에 대한 인공지능 기술 접목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일반 심전도 검사에서 진단이 어려운 발작성 심방세동을 딥러닝 활용 예측 기법으로 정확히 진단하는 기술을 보유했으며, 특허명은 ‘딥러닝을 이용한 정상동율동 심전도 상태에서의 발작성 심방세동 예측방법’이다.
현재 모든 웨어러블 홀터나 스마트 워치가 발작 중인 심방세동의 발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딥카디오의 기술은 단순 12리드 심전도를 이용해 발작 중이 아닐 때도 부정맥을 예측한다. 이는 기존 기술과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
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올해 6월 4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이번 라운드에서 닥터나우의 기업가치는 2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됐으며, 현재까지의 누적 투자 금액은 520억원이다.
이번 시리즈B투자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 새한창업투자, 해시드, 크릿벤처스, 프라이머사제, 미래에셋캐피탈 등 다수의 기존 투자사와 함께, 앤파트너스, 굿워터캐피탈, 스마트스터디벤처스, 스프링벤처스 등 벤처캐피탈이 새롭게 참여했다.
닥터나우는 이번 투자를 통해 비대면 진료와 약 처방의 핵심 의료 부문을 바탕으로 각종 질환의 예방부터 건강 관리까지 헬스케어 전반을 아우르는 서비스 다각화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또 의료 문턱을 더욱 낮추고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사용자가 더욱 편리하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자가 더욱 쉽게 의료 혜택을 경험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저변 확대에도 투자할 방침이다.
한편, 닥터나우는 2020년 12월 서비스 론칭 이래 현재까지 누적 앱 이용자 560만명, 누적 앱 다운로드 수 300만건을 기록했다. 동네 병·의원 및 약국을 중심으로 1500여곳의 제휴의료기관과 협력해 내과,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피부과 등 다양한 진료 과목을 대상으로 원격진료, 처방약 배달 등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
루닛은 기업공개(IPO)의 노선을 택했다. 올해 7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의료 인공지능(AI) 전문 기업 루닛은 현재 글로벌 중심의 성과 도출이 가시화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루닛은 올 3분기에만 4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3분기 누적 매출이 99억2300만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 66억원의 1.5배에 달하는 호실적이다.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3분기 매출 44억 가운데 해외 매출은 40억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4억7800만원 대비 약 8.5배 늘어났다. 해외매출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 41.8%에서 91.7%로 큰 폭 증가했다. 3분기 누적 수출액 또한 86억원으로 절대 비중이다.
주력 제품으로는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암 진단 영상 판독 보조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와 암 치료 영역에서 신규 바이오마커를 찾아내는 솔루션 루닛 스코프가 있다. 나아가 루닛은 주요 해외 파트너사인 GE헬스케어와 필립스 등 글로벌 기업 매출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며, 2020년 하반기와 지난해 상반기 각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