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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의 위기’ 스타트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주에서 8-9일 양일간 열린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 2023 현장 ⓒ플래텀 

우수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존재하는 곳에서 비즈니스 성공 기회가 더 많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양질의 창업 생태계가 구성되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한다. 기본적인건 인재다. 좋은 창업가는 물론이고 그 창업가와 함께하는 팀원들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적 자본, 즉 재원이다. 사업에서 금전적인 뒷받침은 필수이다. 스타트업이 펌프질을 할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에서 붓는 한 바가지 마중물은 단비와 같다. 세 번째는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다. 창업 생태계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부족하면 마찰이 일어나곤 한다. 이 세 요인이 긍정적 시너지를 일으키며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는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전세계 스타트업 에코시스템이 조정기를 맞이했다. 이전까지 미래 가치에 방점을 두고 성장에만 몰입하던 스타트업이 수익성을 증명해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가 채 종식되기도 전에 촉발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나비효과가 되어 글로벌 경제를 혹한기로 이끌었다. 이런 현상은 투자금을 발판으로 삼아 성장하던 스타트업계에도 자금 흐름 악영향을 끼쳤다. 투자단계가 올라갈수록 투자금 유치가 어려워지며 불경기를 체감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의 핵심 이슈를 분석하고 미래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주 라한호텔에서 8일 개막한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 2023’ 연사로 김용현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김창원 전 타파스미디어 대표, 피에르 주 코렐리아캐피털코리아 대표, 조상래 플래텀 대표가 연사와 패널로 나서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을 조망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이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논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도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장, 김용현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김창원 前 타파스미디어 대표, 피에르 주 코렐리아캐피탈코리아 대표, 조상래 플래텀 대표 ⓒ플래텀

임팩트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 인비저닝파트너스의 김용현 대표는 “선진국부터 신흥 시장까지 이어진 경기 침체, 국제 정세의 긴장감, 금융시장 변동성 등 복합적 영향으로 뉴노멀 시기를 맞고 있다. 실리콘밸리뱅크 폐업 등 2023년 금융시장 위기는 모든 것을 어렵게 했다. 약한 고리부터 연쇄적 타격이 진행 중인데, 금융판 팬데믹 상황이다. 유동성 이슈,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성 위기, 실험 자본의 위축 등이 벤처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벤처캐피털에 자금이 많이 쌓여있지만, 과거만큼 쉽게 풀지 않는다. 수익성이 좋고 현금 흐름을 잘 창출해내는 회사엔 자금이 몰리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가 투자를 유치하기는 매우 어려워졌다. 미래 성장 가능성만을 믿고 시장 크기만 키우는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금은 미래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빠른 수익창출을 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중요해 졌다. 스타트업도 이에 적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용현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 ⓒ플래텀

김용현 대표는 새로운 글로벌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성장 구조를 뛰어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시장을 구체적으로 선택해야한다. 고민을 하고싶지 않아도 해야하는 시기가 되어가고 있다. 현지화된 글로벌화를 해야하고 사업 초기부터 구조를 고민하고 시작해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VC)인 세쿼이아캐피털이 최근 중국 사업을 분리해 독립된 회사로 운영하기로 결정한 것을 예로 들었다. 미·중 갈등 심화와 뉴노멀 시대에 따른 결정이란 분석이다.

김 대표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각광받는 분야는 존재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영향을 덜 받는 분야는 생성형 AI, 사이버 시큐리티, 기후테크라고 할 수 있다. 기후테크는 일부 기업만의 이슈가 아니라 모든 스타트업들이 생각해야 하는 변화다. 제대로 대응해 기회를 만들어 나가야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플래텀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혁신의 변곡점’에 와 있다며, “투자가 줄었다기 보다는 2021년에 과도하게 많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VC 자금은 충분히 비축되어 있고 언제 풀릴지가 관건이다. 그것이 스타트업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지만 투자자에게는 화약고가 될 수 있다. 지금은 벤처투자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 아니라 리스크는 올라가지만 리턴은 줄어든 형국이다. 투자 여력이 없는 투자사도 많아졌다. 투자사도 빈익빈 부익부인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자 재원과 스타트업 둘 다 많아지고 있다. 체격이 커진 스타트업도 등장했지만 지금은 체력이 어떤지 살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선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체 기업의 65%, 벤처 투자 기업 77%가 수도권에 있다. 생태계가 잘 조성되려면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둘 다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인바운드가 취약하다. 업종과 성별도 제조업, 남성 위주로 편중이 심하다. 다양성은 혁신을 넘어 수익성과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양질의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의도적 다양성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피에르 주 코렐리아캐피털코리아 대표 ⓒ플래텀

피에르 주 코렐리아캐피털코리아 대표는 유럽의 투자동향과 트렌드를 발표했다. 그는 “2021년 유럽 스타트업 투자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누적 투자만 1,000억 유로 규모였다. 2022년은 전년 대비 감소세였지만 2020년 대비 2배 가량 많은 수치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초기 단계 유럽 스타트업은 잘 견대내고 있고 2022년에도 성장세를 보이는 곳이 많았다. 유니콘 수는 이전대비 1/3 수준이지만 2017~2019년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엑시트는 많지 않았고 기업가치는 이전대비 낮게 평가되었다. 유럽 스타트업들도 관망하며 좋아질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피에르 주 대표는 유럽이 초기 임팩트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VC와 그로스펀드가 보유한 드라이파우더가 840억 달러 규모이고 임팩트 투자 섹터가 급부상했다. 이에따라 영국과 스웨덴 등에서 임팩트 유니콘도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에르 주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이 유럽 진출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유럽이라는 시장이 크긴 하지만 다양한 언어와 국가별 규제 등이 복잡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원 전 타파스미디어 대표 ⓒ플래텀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미디어를 창업하고 엔젤투자자로 활동 중인 김창원 전 타파스미디어 대표는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전세계 스타트업 투자의 절반을 점유하는 미국도 2022년 펀드 규모는 2021년 대비 30~35% 정도 감소했다. 배경에는 펀드레이즈를 못 하는 것도 있지만 시도를 안 하는 것도 있다.”며 “스타트업 생태계도 2021년 까지는 창업자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투자자 중심 시장이다. 유니콘과 엑시트 숫자도 감소했다. 스펙상장이 화두였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광받는 분야는 있다. 대표적으로 사스(SaaS) 투자는 증가세”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초기 단계 기업은 아주 큰 타격을 입는 것 같지는 않다. 처음 시작하는 회사들 중 괜찮은 곳은 투자를 어렵지 않게 받는 것을 본다. 이후 단계라도 매력적인 회사들은 밸류는 깍이지만 투자로 이어진다. 다만 시리즈A 단계에 있는 기업들은 많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과거와 비교해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어느정도 숫자만 맞추면 투자유치가 가능했는데 지금은 그걸 훨씬 상회하는 것을 요구받고 있다. 시장이 바뀌면서 이전까지 학습된 숫자가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점차 회복될 거라 예상한다. 현재 IPO를 대기하는 회사들이 많다. 여전히 희망은 살아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는 실리콘밸리 외에도 LA 지역을 한국 기업이 진출하기 좋은 곳으로 꼽았다. 그는 “LA는 한국 기업이 진출하기에 좋은 시장 중 하나이다. 특히 한인 커뮤니티 등 네트워크를 가질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특히 미국 진출을 생각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현지 한인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진출을 고려한다면 이스라엘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이스라엘 동료와 작은 펀드를 만들려고 한다. 배경에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를 보고 배운 것이 크다. 나스닥에 우리는 한 개의 기업이 상장한데 비해 이스라엘은 83개나 된다. 우리가 글로벌을 고민할 때 미국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스라엘 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상래 플래텀 대표 ⓒ플래텀

조상래 플래텀 대표는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설명하며 장기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2월 중국 정부가 국가 디지털 전략 마스터플랜에 해당하는 ‘디지털 중국 건설규획’을 공개했다. 디지털 시대의 중국식 중국식 현대화를 주도하는 전략이며 새로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반임을 강조하지만 데이터 흐름까지 정부가 보겠다는 의미로 기업의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 대표는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다양한 업종이 분포하고 있고 국가가 스타트업 투자를 주도하고 있어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모빌리티 관련 투자가 많았다.”며 “근래 중미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 커촹반이나 홍콩증권거래소로 상장하는 추세이다.”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스타트업이 중국 시장 진출을 고려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를 해야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별도로 취급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 2023 현장 ⓒ플래텀

한편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리는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는 올해 8회 차를 맞이했다. 2023년 행사에도 국내외 벤처투자자(VC) 및 액셀러레이터(AC), 대기업 CVC, 등 주요 투자자 뿐만 아니라 전북도 등 공공 기관, 대학교 관계자들도 참석해 국내 스타트업 주요 행사로 자리매김한 모습을 보여줬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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