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인의 Daily up] 10. 구두계약은 지켜야 할까?
사업자끼리 제품을 주고받고 거래를 할 때는 정확한 견적서나 계약서가 필수적이다.
특정 제품을 100원에 공급하기로 했는데, 부가세가 포함이냐, 별도냐에 따라 공급가에서 10% 차이가 나고, 택배비를 어떻게 한다, 결제를 어떤 기준에 하겠다는 식에 따라 서로간의 마진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견적서를 주고받아야 하고, 상황에 따라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요즘 견적서는 대부분 메일로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주고(보낸 편지함) 받았다는(받은 편지함) 근거가 서로 남기 때문일 것이다. 메일로 주고받은 견적서대로 진행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가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심지어 계약서를 작성하고 공증까지 받았더라도, 그대로 진행되지 않아 법적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주고 받았다는 근거도 없는 <구두 계약>일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말로 주고 받을 때마다 <문서로 남기자>고 할 수도 없고, 난감할 때가 있다.
20년 전 경험을 되살려 이야기 해보겠다.
그 무렵 나는 월간지 기자 생활을 하다가 소프트웨어 회사로 옮겨서 좀더 큰 일을 맡게 되었는데, 막상 같이 일 할 직원들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새로운 개념의 잡지를 창간하는 과정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단순히 잡지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조직에 새로운 조직을 안착시키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나름 함께 일 할 직원을 선택하였고, 연봉 등 구체적인 조건까지 협상한 다음 관리팀을 거쳐 신입사원 채용에 대한 품의를 올리게 되었다.
문제는, 내가 새로 뽑기로 한 직원에 대한 연봉이 당시 회사 규정보다 많다고 관리팀에서 지적했고, 그 보고가 들어간 상황에서 결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 직원이 마음에 들어 얼마까지 주겠다고 했는데, 회사에서 안 된다고 하면 내 입장이 곤란해지고, 그렇다고 회사 규정을 마음대로 바꾸면 다른 부서에서 항의가 들어올 수도 있는 상황.
신입사원 채용에 대한 품의서를 가지고 대표실에 들어가서 그런 상황을 설명드렸는데, 이렇게 물어보셨다.
“약속하셨습니까?”
회사의 연봉 테이블을 정확히 모르긴 했지만, 채용하기로 한 직원과 <약속>한 것은 사실이니, “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약간은 난감한 표정과 함께, 그때 대표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서류로 약속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구두 약속입니다. 서류로 약속한 것은, 서류로 작성된 부분만 지키면 되는데, 구두로 약속한 것은 한계가 없습니다. 구두로 약속하셨으니, 지킬 수 있도록 해드리겠는데, 앞으로는 조심하세요”
한 대 맞은 느낌이었고, 그 다음부터는 더욱 조심하게 되었다. 허툰 약속은 안 하려고 노력하고, 한번 꺼낸 말은 꼭 지키려고 노력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