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만들 사우디 디지털 트윈, 韓스타트업 중동 진출 뒷받침할 ‘플랫폼’
사우디아라비아 5개 도시를 대상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하는 네이버의 첫 대규모 중동 사업 수주 소식이, 국내 관련 스타트업들과 공공기관들의 중동 진출에도 청신호로 작용할 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4일 네이버는 이르면 내년 경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5개 도시에 대한 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에 본격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옴시티를 비롯해 국가 단위의 대규모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건설·토목에 이어 한국 대표 IT기업의 기술력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 수주가 가지는 의미는 어느 때보다 남다르다.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 트윈 시장의 밝은 전망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BlueWeave Consulting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비전 2030에 따라 정부 및 민간 투자가 이뤄지며, 사우디아라비아의 디지털트윈 시장 규모가 2023년부터 2029년까지 기간 동안 CAGR 63.1%로 성장하여 2029년까지 56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네이버의 이번 중동 지역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시티 기술 수출이 추후 하이퍼클로바X·소버린AI·소버린클라우드 등으로 확대되면 네이버의 클라우드 사업 역시 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국내 관련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역시 중동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여진다. 이 배경에는 디지털 트윈 자체가 가진 ‘인프라’이자 ‘플랫폼’ 속성, 그리고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디지털 세계에 현실 세계를 똑같이 구현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특히, 작게는 건물 내부 공간에서 크게는 도시 전체까지 데이터화하여 정밀한 공간 정보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해당 디지털 트윈 플랫폼은 스타트업이나 전문 기관 등도 활용 가능하도록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구축된 오픈 플랫폼 형태를 띌 것으로 보인다.
현실이 아닌 클라우드 기반의 가상 공간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기 쉬워지고, 실험적으로 이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건축 관련 정부부처라면 네이버가 구축한 사우디아라비아 특정 도시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활용하여 도시 계획을 해볼 수 있다. 예상 건축물에 대한 일조량 및 바람길을 시뮬레이션 해보거나, 집중 호우 시 침수 지역을 미리 예측하고 이에 따라 상하수도를 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교통 관련 부처에서 도로 단위 교통 정보를 구축하여 제공하거나, 서울시 S-map과 같은 공공 지도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민간에서는 특정 스타트업이 AR/VR 기반의 실감형 부동산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할 수도 있다. 또, 해당 지역의 디지털 트윈 지도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자율주행 심부름 로봇을 손쉽게 제작해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당 지역의 공간 데이터가 이미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로봇의 측위나 경로 계획 시스템을 저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분야도 활용 가능하다. 디지털 트윈 기반의 실감형 컨텐츠를 활용해 AR·VR나 3D 기반의 시각 특수효과에 활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도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현실감과 규모감 넘치는 VFX(시각 특수효과)를 저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트윈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한 번 구축되면 이를 활용한 새로운 혁신 서비스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플랫폼’이자 ‘인프라’에 가깝다. 즉, 사람들이 생활하는 일상 공간 그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이 되는 셈으로, 온라인 공간만을 대상으로 하는 앱스토어 이상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디지털 트윈을 스마트시티와 같은 미래형 도시의 기간 시설이자 디지털 SoC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중동 지역 기술 수출에 성공한 네이버의 이번 프로젝트 수주를 일반적인 SI 사업과 다르게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봐도 실내·외를 모두 아우르는 도심 단위 정밀 디지털 트윈 기술과 자체 매핑 장비, 자동화를 위한 AI, 클라우드 기반의 프로세싱 인프라까지 한번에 갖춘 곳은 네이버가 유일하다”며 “항공사진과 MMS(Mobile Mapping System), AI와 클라우드 기술력, 5G특화망 운영 경험, 대규모 실내 매핑 기술까지 모든 요소 기술과 국립중앙박물관 등 실제 PoC 경험까지 쌓아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한 네이버의 사우디 진출이 국내 스타트업들과 공공기관들의 사우디 등 인접 중동 지역으로의 진출에 충분히 청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이 확대되며 생태계가 고도화되고 국내 스타트업들의 중동 진출도 보다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현재 네이버가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디지털 트윈 구축 프로젝트에는 LX와 한국수자원공사가 함께 참여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 자체가 네트워크와 같은 기간 인프라 성격을 일부 갖춘 중요한 기술인 데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구축·운영되는 만큼, 이를 한국 IT기업의 기술로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라며 “무엇보다 K-컬쳐의 높은 인기로 인해 중동 지역 진출을 고려하는 스타트업들 역시 상당수 존재하는 편인 만큼, 네이버의 디지털 트윈이 잘 구축되면 시너지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