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은 스마트폰 시장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
2023년도 현대자동차의 영업실적 발표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작년 3분기까지 대한민국 기업의 분기별 영업이익의 1위와 2위를 차지한 것이다. 2022년까지 계속해서 영업이익 1위를 지켜오던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도 좋지 않고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 자체가 크게 높아져서 2023년 전체 영업이익 순위에서 삼성전자가 1위를 내려놓을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현대차그룹이 집중하고 있는 전기차(BEV: Battery Electric Vehicle)가 많이 팔려서 높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현실은 내연기관차의 매출 증대가 현대차그룹에 높은 영업이익을 가져다 준 것이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중심이 금방 이동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전기차시장의 성장이 부진한 상태에서 많은 차량 매수희망자들은 여전히 내연기관차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관계를 피처폰과 스마트폰 관계와 유사하게 생각해서, 전기차시장의 성장이 스마트폰 시장과 같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견을 들어본 적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스마트폰 시장과 전기차 시장은 유사하게 보기 어려운 전혀 다른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시장 성장은 “사람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통신수단이 가져야 하는 본질적인 부분이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톡’이 스마트폰 보급률을 급속도로 높인 1등 공신이다. 스마트폰이 나오고 국내에 카카오톡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 유저들은 문자메시지가 아닌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카카오톡 내에서 친구들간에 그룹채팅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다. 이 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 카카오톡을 쓸 수 없는 사람은 통신기기의 본질적인 기능인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생기게 되었다. 피처폰을 사용하던 사용자들도 지인 커뮤니티에 속하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필요한 카카오톡 사용을 위해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이동하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의 본질적인 기능인 “커뮤니케이션 기능”에 대응될만한 자동차의 본질적인 기능은 “운전과 주행”이다. 사용자들이 이동하게 만들려면 “운전과 주행”이라는 본질적인 기능에 있어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이동하지 않으면 본질적인 기능을 활용하는 것에 제한이 생기거나 현저히 불편하다고 느껴질 수 있어야 한다. 극단적으로, 전기차 사용자들은 ‘자율주행 기술’과 ‘V2X(Vehicle to Everything) 기술’을 통해 자율주행이 어느 곳에서나 가능하지만, 내연기관차는 이러한 기능을 활용하지 못하고 스스로 자율주행 전기차 사이에서 운전을 해야하는 상황 정도가 되어야, 사람들이 내연기관차를 포기하고 전기차로 이동하지 않을까? 그런데, 자율주행이 전기차 환경이여야 제대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은 맞고 현재도 운전자들을 편하게 도와주는 것은 맞지만, 아직 보수적인 성향의 내연기관 운전자들까지 전기차로 바꾸게 할 수준은 아직 아니다.
다음으로, 스마트폰과 피처폰의 UX(User Experience)는 거의 동일하지만, 전기차의 UX는 내연기관차와 동일하게 유지되지 못한다. 내연기관 운전자들은 주유소에서 빠르게 주유를 하고 이동하는 것에 익숙해있다. 그러나 전기차는 특정시간 이상 충전을 위해 주차해두어야 함에 따라 주행을 위해 충전이라고 하는 새로운 요소를 고려해야하는 것이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갈 때는 이러한 UX 변화의 문제를 느끼지 않았다. 피처폰이 제공하던 전화와 문자, 기본적인 기능은 동일하게 사용하고 배터리를 교체하거나 기기 자체를 충전하는 것으로 충전 방식도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앱 생태계를 통해 기존 피처폰에서 사용하지 못하던 서비스들을 추가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사용자들이 대화면을 가진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갈 때 기존의 사용방식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혁신적인 앱 서비스들을 더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사용자들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갈 때는 ‘주유’에서 ‘충전’이라는 UX 변화가 생기므로 이러한 제한점을 넘어설 수 있는 수준의 혁신이 없다면 UX변화가 불편하고 두려운 사용자들은 전기차로 끌어들일 수 없다.
빠른 시장 성장을 가졌던 스마트폰과 비교하여 이러한 제한점을 가지고 있는 전기차는, 현시점에 우선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며 고민하는 사람들을 유인해서 시장 확대를 도모하려면 가격적인 장점을 가져야 할 수 밖에 없다. 한국에서 전기차가 그나마 빠르게 판매되어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친환경차량인 전기차에 대한 정부보조금 덕분이었다. 정부보조금에 의해서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한 가격으로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보조금이 줄어들고 없어지면서 가격적인 장점이 사라지니 사람들을 전기차로 끌어당기던 중요 요인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의해 테슬라를 포함한 전기차 제조사들이 판매이익을 줄이면서 전기차 가격을 낮추어 판매율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전기차가 배터리 등에 의해 내연기관차보다 비쌀 수밖에 없으므로, 전기차의 가격적 메리트는 단기적인 매출 증대를 위한 방안일 수밖에 없다. 변화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전기차 선택하도록 유인하기 위한 기술적인 발전, 차량의 본질적인 기능에서 혁신적인 발전으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지 않으면 본질적인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술발전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런 기술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진다면, 스마트폰만큼 빠른 보급 속도는 아니더라도 전기차가 더욱 빠르게 시장에 보급되어 대중화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원문 : 전기차 시장은 스마트폰 시장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
글 : 정태균 BLT 파트너 변리사는 서울아산병원, 연세의료원, 서울성모병원 등의 국내 주요병원과 의료분야 기업의 특허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핀테크/보안/인공지능 등의 IT 스타트업의 특허업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참여하고 있다.